감정표현에 서툴어 항상 후회하는 제가 너무 싫어요
저희 아빠는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인 7년전 위암을 선고받고 고생하시다가 작년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희 아빠는 그 어느 암환자 보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분이셨던거 같아요. 힘든 수술과 5년넘는 긴 항암치료 중에도 가족들에게 한번도 본인이
잘못될거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셔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되었고 몇일 만에 의식을 잃으셨어요.
처음 병원에 이송되었을때에는 얘기도 하시고 눈도 깜빡여 주시고 하셨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실지 몰랐어요. 병원에서는 의식이 없는상태로 몇년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고 저는 그때 너무 이기적이게도 아빠보다 엄마가 더 걱정이 되었어요. 옆에서 병간호 한다고 지금까지 고생하셨는데 .. 이렇게 몇 년 더 병간호를 계속 해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요..
그러던 중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에대한 안내책자가 병원에 있는것을 발견했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가족들에게 얘기했어요. 그리고 치료 중단에 대해 주치의 선생님께 이야기 해보기로 했죠.
저와 오빠는 엄마한테 주치의 선생님 오시면 치료중단에 대해 꼭 이야기해보라고 엄마를 닦달했어요. 주치의 선생님은 지금 상태로는 굳이 연명치료중단을 하지 않아도 어차피 하루이틀정도밖에 남지 않은것 같다고 얘기하셨고 결국 다음날 돌아가셨어요. 저는 평생 아빠에게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살갑지 못한 딸이였고 엄마에게는 하기 힘든 말을 떠넘긴 비겁한 딸이에요. 아빠가 병원에 계신 동안에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고 아빠 손도 한번 제대로 잡아드리지 못했습니다. 뒤늦은 죄책감과 후회로 너무 힘들어요. 제 마음은 정말 그게 아니였는데.... 저는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표현을 잘 못해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싫은 소리도 못하고 감정표현도 잘 못하고 지금은 공황발작으로 회사도 병가중에 있어요. 감정표현에 서툰 제가 너무 싫어요.
엄마한테도 그날 일에 대해 미안했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바보같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