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아이 가르치기, 그리고 제 약점인 순진함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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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아이 가르치기, 그리고 제 약점인 순진함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porori1103
·3년 전
저는 24살 여자이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남녀공학고등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아이들을 처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개학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적응하고 아이들도 반정도는 공부에 욕심도 많고 착한편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제가 꼭 비교적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있는 반에 가면 한 두명 정도가 무례한 말을 던집니다. 수업 첫날에 아이패드를 끄라고 하자 큰소리로 ''아~~안꺼지네~!"라며 들으라는 듯이 말을하고 지적을 하면 또 "뭐래진짜ㅋㅋ" 라며 무시하는 말을 하더군요. 솔직히 그때는 당황은 했지만 정말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런 말에는 아무렇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모른척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이건 다른반인데, 수업분위기가 좋아서 학생들이 자기를 담임선생님께도 칭찬해달라고 외쳤던적이 있습니다. 그러겠다고 했죠. 그런데 시간이 남아서 쉬는시간을 주자 아이들이 막 떠들더라구요. 분명 조용히 쉬라고 했는데..그래서 너네 이러면 담임선생님께 칭찬 못해준다고 했더니 그날 대답을 제일 잘하던 여자애가 "헷 선생님 저희 사실 그런거 필요없어요." 이러면서 웃더라구요. 근데 그말이..저에게는 엄청 큰 조롱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선생님 우리가 대답 잘해주니까 착한줄 알았죠? 순진하시네요ㅎ' 이렇게 말하는 걸로 들렸습니다. 자존심이 팍 상하면서 분노가 치밀었는데 그만 수업종이 쳐버려 아이들은 가버렸습니다. 집에와서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고 괘씸해서 하루전체를 제 일을 하지 못하고 날려버렸습니다. 저는 제가 평정심이 뛰어나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왜 화가날까 생각해 보니 저는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다.' 라는 말을 들을때 감정이 급발진을 하는것 같더라구요. 임용고시 준비할때도 저보다 나이많던 수험생들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른다.', '우리 ○○쌤은 착해서 강의실 빌릴때 거짓말도 할줄 몰라요' 라며 말할때 생전처음 느껴보는 수치심과 분노에 감정이 끓어올랐습니다. 그러나 저도 알고있습니다. 그런 말에 버럭하는 자체가 나 스스로도 그런 사람임을 인정하는것과 같다는걸요. 저도 제가 정말 순진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창피하니까 화가나는거겠죠. 그런데 이걸 알면서도 화를 가라앉히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저런 아이들을 대할때 끝까지 말을 안들으면, 더 심한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하지? 하며 고민이 많아지고 자신감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저의 약점인 순진함? 에 대해서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고 남들이 또 위 상황처럼 그 약점을 건드리는 말을하면 어떻게 감정을 조절하고 대처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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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9494
· 3년 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에요 3년 차구요 선생님 글을 읽고 26살에 처음으로 남고에서 기간제 했을 때가 떠올라요 그때 제가 딱 비슷한 감정을 느꼈거든요 글을 읽어보니 학생답지 못한 품행이 안 좋은 친구들인 것 같아요 저도 그때 많이 힘들었고 대놓고 저를 희롱하고 제 앞에서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볼 때 많이 화가 났었습니다 너무 심한 경우 저는 그 학생을 제가 상대하지 않고 그 반 담임 선생님께 바로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그냥 다음 시간부터 투명인간 취급했어요 그리고 마인드 자체를 '나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상관없어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거야 들으려면 들어 나는 어떻게든 이 수업을 끝내는게 내 일이고 끝나면 임용고시 공부를 할 거야'라고 그 학생들과 거리유지 했어요 실제로도 제 수업에 방해만 안 되면 수학문제를 풀든 이어폰을 꼽든 무시했죠 그리고 조용조용한 친구들 중 분명히 선생님을 좋아하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는 친구들이 많을 거에요 그 친구들에게 집중해보세요 그리고 저는 지금 여고 담임으로 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은 아직 선생님을 존중하고 학생다워요 학교분위기 차이, 지역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학교, 모든 학생이 그렇지 않아요 24살이시면 정말 그 아이들 누나, 언니 뻘이신데 젊은 교사는 어느 학교를 가든 누구에게나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버릇없이 구는 것도 일종의 관심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기 보다는 "그래~맘껏 만만히 봐라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이렇게 마인드 가져주시고 너무 심하게 선넘는 친구는 한번 크게 정색하세요 화 내시는거 어려우시면 그냥 말 안 하고 3초간 정색하기 그 다음 투명인간 취급하기 이렇게 하시면 거리도 두고 선생님 자존감도 지킬 것 같아요 힘내십시오 초임은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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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ori1103 (글쓴이)
· 3년 전
@so9494 아 선생님 감사해요ㅠㅠ 정말 현실적인 조언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특히 맘껏 만만히 봐라 내 할일을 할 뿐이다 이말이 진짜..가장좋은 해답인것 같아요. 또 생각해보면 앞에 앉아서 토끼처럼 저를 쳐다보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에게는 미처 신경을 많이 못쓴 부분도 있구요. 정말 피가되고 살이되는 조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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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9494
· 3년 전
@porori1103 네 선생님 잘 하실 거예요 :) 사실 24살이시면 정말정말 어린 나이세요 저는 그때 아직 대학 졸업도 못 했는 걸요?^^; 그 점 하나만 놓고 봐도 정말 대견하고 멋지세요 또 선생님 학교에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베테랑 샘들 있으시죠? 그 분들도 초임 때 20대 때는 이런 과정 나름대로 거쳤다고 하시더라구요^^ 워낙 다양한 아이들이 있고 그 속에서 교사 자신을 지켜야 하니까 갈수록 거리두게 되고 무뚝뚝해지고....^^ 선생님도 한해한해 갈수록 맞는 옷을 찾으실 거예요 맛난 거 많이 드식ㅎ 기분 푸십시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