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관계가 힘들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 엄마는 절제되지 않은 감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로 술을 드시고 제 앞에서 자주 우셨거든요. 아빠와는 제가 12살 때부터 별거를 하셨고요. 엄마가 우는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주로 아빠가 원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저 엄마가 우니까 불쌍하다, 위로해주자 하다가 그게 매번 반복되니까 익숙해져서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본인 상처에 허우적대는 엄마에게 저의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못했습니다. 저의 감정은 주로 저 혼자 해결했지만, 그것이 무슨 감정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20대가 되고 나서도 더 힘들어하는 엄마를 살피기만 급급했고, 제 안에는 엄마로만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부모님의 관계를 생각하면, 엄마가 저렇게 망가질만 하다, 같은 여자로 봤을 때 정말 불쌍하다, 동정심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꿔주고 싶었습니다.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 보여서 치료받자고 계속 제안했습니다. 엄마에 대한 저의 감정을 얘기하며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한사코 거부하며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를 신뢰하지 못한 저는 계속해서 엄마와 대립했습니다. 제 감정은 점점 격해졌습니다.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감정을 얘기하니 폭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고, 할 말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술 취한 엄마에게 털어놔봤자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동요없는 엄마를 자극하기 위해 더 격해졌고, 엄마를 감정 실어서 한 대씩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직후 패륜아같다는 죄책감에 휩싸였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저까지 망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하러 다녔습니다. 제 안의 복잡스럽게 널려있던 감정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휘말리지 말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엄마보다는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인지하는 것은 좋았지만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제게 엄마는 안 보면 걱정되고 불안하지만, 막상 보면 너무 싫습니다. 평소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술 취한 엄마는 너무나 혐오스럽습니다.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들어주는 것인 걸 알고있지만, 지금 저는 제 문제만으로도 벅찹니다. 현재의 불안한 상태로 엄마를 감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마음대로 안돼서 힘들어요. 저희 엄마에게 제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