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받지 못한 딸,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3년을 만난 남자와 헤어진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전 결혼이 하기 싫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아무도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를 좋아하지 않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습니다. 대학시절엔 절 좋아하는 누군가가 부담스럽고 싫고, 같이 거리를 다니는 것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그걸 남들보다 조금 성장이 늦은, 아직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다는 말로 포장했었습니다. 보수적인 부모님의 말잘듣는 딸로 자라면서, 스킨쉽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고, 그때부턴 연애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애는 못했습니다. 썸만타다 끝나거나, 쓰레기같은 남자에게 걸려 어장관리를 당하기 일수였습니다.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가 있어서, 잠시 연애해봤지만, 전혀 좋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눈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공부를 하고, 준비하던 시험에 실패해, 이직을 한 후,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이번 남자친구를 만나, 늦게 첫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매우 다정하고 헌신적이었지만, 역시 결핍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으며,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사귀는 중에 바람도 피운적 있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불안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를 굉장히 사랑했고, 그도 그렇다고 믿었습니다. 저를 마치 영화속 주인공처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헤어지게됐습니다. 그는 저와 헤어지자마자 다른 여자가 생겼습니다. 그 사실을 숨긴채 저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 사실이 들키자, 묻지도 않았는데 그 여자와 결혼은 하지 않을꺼라는 걸 보니, 결혼을 하려나봅니다. 그래서 연락을 끊기로 했습니다. 이제 정말 끝인걸 머리로는 아는데, 자꾸 이별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혼자 생각해보니, 아빠와의 관계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혼하셨지만, 어린시절에는 저는 우리 가족이 굉장히 화목하다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다만 아빠가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툰 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술, 친구, 취미생활이 중요한분이라 집에 잘 안계셨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굉장히 사랑하셨고, 옛날분답게 가장로서의 권위를 세워주시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해 좋은 말씀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희 가족이 화목하다고 생각하면 자랐던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아빠가 엄마보다 좋았고,
아빠가 절 사랑해주고 인정해주길 바랬던것 같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엄마와 동생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아빠얘기가 나오면 눈물이 막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아빠를 생각하면 뭔가 항상 슬픈 기분이 들었습니다. 화목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을땐데도요. 엄마 말로는 초등학교때 서점에서 책을 고르랬더니,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빠가 좋아요?'같은 제목의 책을 골라서 놀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사촌언니가 키크고 의젓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우유를 싫어하는데 1.5리터짜리 한곽을 하루에 다 마시곤 했습니다. 덕분에 키가 큰편입니다. 그 외에도 아빠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아빠가 싫어하는 행동을 안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다보니 저는 굉장히 FM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규칙과 예의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으로 성장한것 같습니다. 혼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갈등도 싫어합니다. 제가 옳다고 하는 기준에 어긋나는 걸 심각하게 싫어하는 편인데, 평소 티를 안내지만, 남친에게는 굉장히 엄격했습니다. 잔소리를 하거나 아주 실망한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남자친구를 만날때도 아빠를 대하듯 행동 했던 것 같습니다. 일례로 바람을 핀 후에도, 집착을 싫어한다는 그의 말에 저는 연락이 안되어도 참거나 2통이상 부재중을 남긴 적이 없습니다. 그 외에도 나를 싫어할것같은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그가 말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제 생각에 그가 싫어할 것 같은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던것같습니다. 그가 지나가며 한말도 기억하고 있다가 챙겨주기도 했고, 갈등의 상황이 왔을 때도 참고 피했습니다. 그러다가 참지못해 화를 내다가도, 그가 같이 화를 내고 헤어질꺼같다 싶으면 다시 저자세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이러다 나를 ***로 보나 싶어서 너무 강하게 행동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러다보니 보상심리도 더 커져만 갔습니다. 아마 그도 이렇게 감정적인 제가 싫었겠죠?
그리고 바람, 환승이별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저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화가 나는 건 그 순간뿐 , 결국에는 용서가 되고 이해가 되었어요. 금방 잊혀지고 좋은면만 생각났어요. 그러다가 한순간 터지는게 문제였지만요. 그가 저에게 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꺼같다고까지 했을 정도로 바보처럼 굴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가지, 헤어지지 않을꺼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제가 헤어지자고 했을때는 홀가분하다가, 제가 다시 잡았을때 거절당하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같이 아프고 힘들어서 계속 붙잡았던것 같아요. 결국은 몇차례 더 만난 후, 어쩔수없이 그의 앞에서만 이별을 받아들인채 끝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서는 여전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그의 안녕한 일상과 새로운 연애를 염탐하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고쳐서 제대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말도안되는 생각까지 납니다.
그리고 지금 그를 못잊는 것도 힘들지만,
이런식이라면 다음 연애도, 지금처럼 엉망진창일꺼같아 두렵습니다.
아빠와의 관계가 남자친구에게 투영된것같다는건 어렴풋이 알겠는데.....이제...어떻게 해야하나요?
아빠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건 돌이킬수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겠죠?
근데 앞으로 나아가는걸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죠?
남자를 많이 만나봐야 알수 있다는 조언들도 있었는데, 그러기엔 제 상처도 너무 많아질것같고, 나이도 많은편이라 가볍게 누굴 만나긴 커녕, 진지하게 만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