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에 서툽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굉장히 잘 느끼고 눈치를 많이 봅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에 더 예민한데요. 상대가 서운한지, 기분이 나쁜지, 화가 났는지, 우울한지 등을 더 잘 느낍니다. 그래서 말투나 행동들을 굉장히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일들이 힘이 듭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하는 건데 말이죠..
남을 대하는 태도를 사람마다 다르게 맞춰줄 수 있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배려해주는 것이 능력이라 생각하며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노력하는 거에 비해 딱히 타인 대부분이 절 배려한다고 안 느껴져서 가끔 지칩니다.
저는 감정을 많이 절제합니다.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화를 내거나 크게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격양된 목소리로 대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고선 그 감정이 저를 향한 감정이 아닌데도 제게 느껴지고 스트레스가 되니깐 나는 저렇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감정표현을 절제하기에 지인들에게 가끔은 감정표현을 해줘야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상황이나 타인이 아닌 오로지 내 감정에 집중하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전 왠지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렇다고 딱히 기분 나쁜 티를 내진 않지만요.. 사람들이 저렇게 감정에만 집중해서 화를 내고 울고 소리지르는 게, 대부분 일부러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저렇게 하려면 일부러 기분 나쁜 티를 내야하고 일부러 화가 난 티를 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감정을 내비치자고 생각하는 것도 싫고 누가 딱히 그만큼 받아줄거라는 기대도 솔직히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제가 제 얘길 꺼낼 때 날 이해한다는, 뭔지 알 것 같다는 식의 위로는 제게는 좀 뭐랄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나를 아는 척 하는 것 같달까.. 자신의 경험과 제 경험을 동일시 해서 이해한다고 얘기하지만 제 일은 저만 겪어본 일이니까요.. 이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함부로 이해하려 한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꼬인 걸까요...
남들에게 저를 드러내기가 싫으면서도 말 안해도 알아주고 배려해주길 바라고 있네요. 어쩌면 되게 이기적인 거겠죠..?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알겠어.. 싶다가도 근데 나는 말 안해도 알아차리고 배려해주잖아! 싶으면서도 또 그래 나도 다 알아주진 못 하겠지.. 무한굴레네요..
남들에게는 쉽게 상처 받는데 제가 상처를 잘 받는게 잘못한게 아니라 상처를 준 사람이 잘못한 거 잖아요..? 상처 받았으면서도 상처준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으려는 저.. 과하게 남을 위해주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에 소중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제게 갑자기 화를 크게 낸 적이 있었는데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미안하다고만 해버리고 상황을 모면했어요. 잘해준다고 생각하고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제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들어보지도 않고 화를 내니깐 서운하고 당황스럽고 비참하고 화도 나고 왠지 모를 배신감에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잃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이후인지 언제부턴가 저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아요. 저를 이해 해줄거라는 생각도 없고, 내가 하는 배려보다 더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도 아직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네요... 타인의 기분을 위해 내 기분을 희생 시켜왔는데 저도 다른 사람처럼 인위적이지 않게 감정표현을 할 순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