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Rain0215
·3년 전
엄마, 나는 겁쟁이에요.
무서운 게 정말 많아요.
흘러가는 시간도 무섭고 시대가 변해가는 것도,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늘어난다는 것도, 잊아버리는 것도, 잊혀지는 것도 다 무서워요.
무엇보다도 두려운 건 결국 우린 모두 죽는다는 거에요.
죽음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걸요.
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무기력에 빠져 있어요.
엄마. 나는 죽는 게 겁이 나요.
세상에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내가 했던 생각, 행동,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전부 잊혀지게 되면. 내가 존재했던 모든 증거들이 사라지는 걸 상상하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책을 쓰고 싶었어요. 나의 증거를 남기고 싶었어요. 뭐든 해서 내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냥 매일같이 누워서 멍하니 있을 뿐인걸요. 폐인이 되었어요. 내가 너무 한심한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도 모르겠는걸요. 나는 자기객관화가 잘 안되요. 그렇지만 내가 재능이 없는 인간이라는 건 잘 알고있어요. 뭘 하든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버려요.
사실 알고 있어요. 모두 변명이라는 걸. 뭐든 해봐야 안다는 걸.
하지만요, 엄마. 나는 절망해 버려요. 시작하기 전에 그래도 난 안될거야, 라면서 익숙한 체념부터 해요. 나를 제단해 봐요. 너는 재능이 없는걸? 그러면요, 무기력이 나를 덮쳐요. 바닥부터 차오르는 질척한 우울에 어느세 잠겨 있어요. 이것봐, 시작부터 이렇게 글러먹은 생각이나 하고 있잖아. 이런 내가 뭘 하겠어.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뭔가를 해야한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하고싶은 걸 찾으려면 다양한 경험을 해 보래요. 그런데 나는 체념과 절망, 그리고 부정적인 사고 때문에 제발로 기회를 차 버리는 멍청한 짓을 하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뭘 잘하고 뭘 재밌어 하는지 모르겠다구요. 허구헌날 자빠져 누워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어요. 내가 왜 언제 이렇게 망가진건지 모르겠어요. 공부를요, 할 마음이 없어요.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아요. 사춘기의 반항심인지, 내가 이걸 왜 해야하지? 라며 하기 싫다는 생각이 뇌를 차지해요. 사실 이유는 잘 알고 있는데. 마음이 조급해져요. 친구들은 자기의 꿈이 명확하고 그걸 위해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하고싶은 걸 찾지 못했어요. 나만 제자리에요. 사실 겁이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뭔가를 했다가 실패할 것 같아서.
고민을 하면 할수록 계속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아요. 답답하죠. 저는 제가 생각보다 멍청하고 이기적이며 답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잘 깨달았어요. 핸드폰 중독자, 현실감각 없는 망상꾼.
엄마, 나는 가끔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요. 죽음이 두렵다는 말이랑 모순되죠? 알아요. 근데도 가끔 생각해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냥 지금 죽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그래도 엄마 생각만 하면 깨끗하게 그 생각은 지워저요.
엄마. 내 생각보다 나는 더 망가져 있었나 봐요.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해요. 그러면 너무 무서워져요. 그리고 늘 마음에 새기죠. 엄마가 죽으면 장례가 끝나고 나도 죽어서 옆에 나란히 묻혀야지. 근데 그러면 엄마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금방 접어요.
엄마. 눈물이 나와요. 나는 문제가 너무 많아요. 사춘기가 이렇게 힘든 거였나요? 모두들 이런 과정을 겪은 건가요. 내가 건강하지 못한 건가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왜 이렇게 고통스럽기만 한 거죠. 죽을 것 같아요. 죽고 싶어요. 근데 죽기 싫어요. 코가 막혀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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