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 그냥 나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처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행|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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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VyLet
·3년 전
나의 이야기 2 그냥 나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처럼 쓰면서 내 스스로를 비추어 보고 또 그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나는 아기 때 동화를 읽는 걸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행복한 왕자>였다. 금박과 보석으로 치장된 '행복한 왕자' 동상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왕자는 살아있을 때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다. 화려한 동상이 되어 거리에 세워진 왕자는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모든 곳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춥고 가난하고 배고프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왕자는 큰 충격을 먹었다. 행복한 왕자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제비의 힘을 빌어 자신을 떼어내고 잘라내고 나누어 불행한 이들에게 나누어줬다. 금으로 된 옷을 벗었다. 세상에 추운 바람이 분다는 걸 느꼈다. 사파이어로 된 눈을 뽑아냈다.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제비도 남들 다 따뜻한 나라로 갈 때 가지 못했다. 왕자를 막지 않았다. 그의 슬픔을 존중했다. 날개가 찢어질 듯 아파도 날았다. 난생 처음 살을 에는 추위도 느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묵묵히 왕자의 곁을 지켰다. 볼품없어진 왕자의 동상은 끝내 철거되었다. 결국 혹한의 추위에 왕자 곁에서 죽은 제비도 아무렇게나 내버려졌다. 행복한 왕자 동상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럼에도 그의 차가운 금속 심장만은 따뜻하게 뛰고 있었다. 동상이 된 왕자는 생전과는 다른 새로운 상황과 문제점을 직면했다. 불행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인지했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걸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끝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호의는 잊혀졌다. 그럼에도 그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 제비도 마찬가지다. 남이 뭘 하든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왕자의 손과 발이 되었다. 사파이어를 뜯어낸 뒤에는 그의 눈 역할도 겸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왕자에게 결코 '이제는 불행한 사람이 없다'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둘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정의와 올바르다 여기는 가치를 관철했다. 나 혼자만 행복한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롭고 아름다운가? 물론 나는 아무리 남을 위한다고 해도 행복한 왕자처럼 내 살을 잘라내거나 시력을 포기할 용기는 없다. 제비처럼 남을 위해 선뜻 죽을 용기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타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로 말미암아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은 큰 축복이자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과 희생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왕자의 심장은 차갑지만 내 심장은 아직 따뜻하지 않은가. 내 심장이 차가워지기 전에, 아직 내 심장이 따뜻할 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옛 기억에서 용기를 얻는다. 저자인 오스카 와일드에게 감사한다. Feb 4t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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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저도 꽤나 좋아했던 동화책이 분명 있었는데, 그만 까먹어 버렸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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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Let (글쓴이)
· 3년 전
@naphone 옛날에 읽었던 이야기들, 옛날에 들었던 동요들이 기억나지 않을 때면 괜히 속상해지곤 합니다. 내 안의 동심이 사라져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