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절반을 잃어버렸습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집착|대학생|가치관]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제 절반을 잃어버렸습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VyLet
·3년 전
저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21세의 대학생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바람/불륜 문제로 다투셨습니다. 이는 제 초등학교 시절 전반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저는 나약했습니다. 나약한 딸이고 나약한 누나였습니다. 두 분께서 다투실 때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동생을 끌어안고 우는 것 뿐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하교하고 집에 도착하니 집안의 식기가 모조리 깨지고 내동댕이쳐져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어머니께 머리채가 잡힌 채로 식칼에 찔릴 뻔하기도 했습니다. 무섭고 힘들고 무기력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생각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엄마아빠처럼 되지 않고 나는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 안에서 눈물로 가치를 키워 나갔습니다. 배려, 사랑, 정의, 친절, 예의, 행복, 희생, 나눔과 같은 가치들로 제 가치관의 기반을 형성했습니다. 어린 저는 그것이 퍽 대단한 일처럼 여겨졌나 봅니다. 그래서 때때로 자만하고 다소 융통성 없는 성격이 되었습니다. 제 성격은 교우 관계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전 제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고 따라주길 바랐습니다. 또 융통성도 부족해서 말싸움도 자주 했습니다. 저는 소수의 친구들을 가려 사귄 탓에 그 친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애정을 갈구했고 집착도 많이 했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크게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친구 관계는 파탄났습니다. 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쭉 이어졌습니다. 지금에 이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친해질 때는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우하려 노력합니다. 안정권에 들어왔단 생각이 들 때 저는 곧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전 차가워지고 무뚝뚝해집니다. 그러다가 한번 대차게 싸우고 헤어집니다.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 남긴 채로요. 더 소름돋는 것은 이 패턴이 초등학교 때부터 변치 않았다는 겁니다. 똑같은 그림을 여러 장 복사하고 그저 다른 얼굴만 그려 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전 오랜 시간동안 발전도 반성도 깨달음도 얻지 못했었던 겁니다. 전 깊은 비애의 늪에 빠졌습니다. 저 스스로 가장 사랑하던 가치관을 깨 버린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패턴에 사랑이나 우정, 배려는 없었습니다. 전 기만자이고 위선자였습니다. 무한한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전 사람을 상처입혔습니다. 그들이 멋모르고 다가왔다가 도망치게 만들었습니다. 상처만 가득 안은 채로요. 얼마 뒤 전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습니다. -나와 친해진 친구들은 모두 1년 이상 지속되기 힘들었다 -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싸우고 안좋게 헤어졌다 -나는 겉으로만 가치를 외치고 정작 그걸 지키지 못한 나쁜 사람이다 -나는 남을 상처입히고 마음에 흉터를 만든다 -나는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결국 난 앞으로도 사람들을 다치게 할 것이므로, 타인을 나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제 왜곡된 사고는 바람직한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고, 스스로도 그걸 알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죄다 밀어냈습니다. 저한테서 상처받기 전에요. 스스로 남에게 하소연할 여지를 없앴습니다. 그저 홀로 심연 속에 묻혀 고통받는 것이 제게 응당한 징벌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다가와서는 안되었습니다. 스스로의 가치관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거짓말쟁이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말아야 했습니다. 사람들도 내가 없을 때, 나를 모르고 살아갈 때 더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는 이전처럼 심각하게 충동적인 감정은 들지 않습니다. 잊고 지내면서 조금은 안정되었죠. 전 아직도 친구를 굳이 사귀고 싶지 않습니다.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꺼려집니다. 남을 상처입히는 내가 싫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나 자신의 양면성에 대해 몰라서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사귈 수 없고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나의 정체성 반쪽이 날아간 기분입니다. 전 누구일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내 산산이 부서진 가치들이 눈에 밟히는 것 같아 씁쓸하고 막막합니다.
답답해힘들다무기력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6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xoxoioi
· 3년 전
당신은 어딜 가야할지 알거예요 당신은 행복해져야죠 행복으로 가야합니다 그리고...그냥 살아가며 느낀건데요 절대적인 건 드물어요 자신의 상처를 더 안았으면 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VyLet (글쓴이)
· 3년 전
@xoxoioi 따뜻한 충고와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comae
· 3년 전
자의식이 비대하셔서 자꾸 왜곡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분석하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과한 자아성찰은 오히려 자기비하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지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문장으로 결론내릴 수 없는데 VyLet님은 계속 자신을 해석하려고 하시고 남을 상처입히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려버리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든 지속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바뀌고 나아지기를 원해야 더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 의해서 상처입은 게 아니라 자신이 남들을 상처입히는 것 같아서 문제인 것이라면 지금부터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신경쓰고 잘해주면 됩니다. 예전엔 무의식적으로 행동하셨지만 이제 예전에 한 행동이 누군가를 상처입혔다는 것을 아셨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VyLet (글쓴이)
· 3년 전
@comae 정성을 담아 작성해 주신 답글 감사합니다. 과한 성찰은 비하가 될 수 있다는 점, 저도 인정하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아무도 서로 상처입히길 주저 않는데, 내가 뭐하러 이런 생각으로 고생을 해야 되나'라는 무기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냥 무섭기만 합니다. 슬프게도, 내가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남에게 잘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어차피 난 변하지 못할텐데, 언젠가는 모두가 나와 싸우고 돌아설텐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필연적입니다.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별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나눌 사람조차 없습니다. 아무도 남의 개인사와 문제에 대해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견을 내어주신 것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자아성찰을 줄여야겠습니다. 나를 우울하게 하는 생각으로부터 멀어지려 노력해야겠습니다.의식적으로 남을 챙기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저도 전에 성찰을 통해 깨달았지만 실천에 옮기고 있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점을 지적해 주신 것에 대해 특히 감사드립니다. 힘을 내야겠습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
day113
· 3년 전
너무 자신에게 잣대을 들이대지마셔요 제가보는 마카님은 글도 조리있게 잘쓰시고 댓글도 따듯하고 다정하고 좋으신 분같이 느껴지는걸요 자신감 가지시구요 저는 어렸을적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는데 매번 제 탓이라고해서 자존감도 낮고 제 존재는 악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사람들이 이상한거였어요 저도 마카님도 보기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충분히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거에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VyLet (글쓴이)
· 3년 전
@day113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전 어쩌면 스스로를 작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고집만 세서 다른 사람들이 내 가치와 생각에 맞춰주길 바라기도 했었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남과 나에게 실망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따뜻하고 다정하고 좋은 사람처럼 느껴지신다면 다행입니다. 물론 그 단어들만으로 제가 누구인지 완벽하게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그런 면이 먼저 비친다는 것은 큰 위안거리인 것 같습니다. 오래됐다면 오래된 글이지만,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