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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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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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안녕하세요,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중학생입니다. 저는 그림그리는걸 어릴때부터 좋아했던것 같아요. 유치원에서 돌아와서, 심심할때면 그림을 그렸고, 외국으로 유학가서도 그림을 그렸어요.정식으로 그리게 된 때는 12살때부터였어요.그때는 종이에만 그렸지만요. 그때는 취미로 그리던 그림이 이제는 제 진로와 삶의 한 부분이 되었네요. 그런데 요즘은 그림그리기가 좀 무섭고 힘든것같아요.제가 최근에 그림 피드백도 받아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그림 카페에 가입했어요. 가입을 하고 잠깐 둘러보던 중에, 그림을 엄청나게 잘그리시는 회원분을 발견했어요. 그분 그림은 정말 누가 봐도 예쁘다고 칭찬할 정도였어요.저는 그분이 중3~고3 이실줄 알았어요.그런데 저와 나이가 같다고 하시는겁니다... 저와 나이도 같으신분이 엄청나게 잘그리시니, 제 그림을 볼때마다 마음에 안들고 초라한 기분이 들어요. 그분 그림은 정말 예뻤어요. 인터넷에 캐릭터 일러스트 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그림처럼 정말... 정교하고 빛나더라고요. 물론 그 분은 6살때부터 그려오셨다고 하지만...저와 나이가 비슷한 분의 그림을 볼때면 감탄하면서도 제 그림과 자꾸 비교하게 되요. 제 그림은 다른 분들과 비교하면 꽁무니도 못 쫒아가는것 같아요. 제가 이 길을 걸어도 되는것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모든 곳은 실력있는 사람들만 데리고 가려 하잖아요. 제가 어른이되면 이런 일을 잘할수 있을까... 만약 성공 못하면 전 무슨일을 해야할까요. 사실 그림 말고 제가 좋아하는건 별로 없는것 같아요. 소질있는것도 하나도 없고요. 얼굴이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는것도 아니예요. 제 그림을보고 다른 사람들이 못그렸다고 생각하면 어쩌죠..? 전세계에는 그림을 잘그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다 그런 분들만 좋아할것 같아요. 앞으로 저보다 잘그리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텐데 어떡해 해야할까요? 생각을 떨쳐보려고 해도 잘 안돼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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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under
· 3년 전
저도 그림을 꿈꿨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서 중고등학생을 애니학과로 준비했어요. 그땐 sns가 막 시작할 시기라 적어도 당사자분보다는 타인의 시선이나 작품에 적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해외나 국내에서 활동중인 여러 예술가들을 보며 저의 멘토로 삼았고 저도 제가 못그린다고 스스로 타박주기도 하고 학원에서도 못그리면 혼났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그림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었어요. 우여곡절끝에 애니학과 대학에 들어가서 기초를 배우는데 결국 현실에도 부딪히고 거기서도 또 잘그리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열등감도 장난아니게 생겼지만 꾹 참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 쟤도 사람이고 저만큼 그리는데 나는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쟤도 사람이야. 더 특별하지 않아. 분명 나보다 백장 천장은 더 많이 그리고 있을거야.' 라며 저도 그만큼 노력해야겠다는 에너지로 많이 바꾼 것 같습니다. 후에는 애니메이션은 해외가 아니면 더 할 수 있는 일이 어렵고 전 가난한 집안이라 진로를 바꿔서 게임컨셉아트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관심이 있었던 분야라 다행이었지만 첫 독립과 서울살이, 첫 회사에 적응도 잘 못하도 거기서도 같은 나이에 더 좋은 학벌, 잘 그리는 사람을 만나 위축되고 불안했었고 그래도 저는 제 그림을 배우고 그린다는 생각을 하다가 게임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제가 못그린다보다는(되려 그런 얘길 더 많이 들었지만 잘그리려고 노력했었어요) 업무환경이나 사람들, 게임회사라는 어려운 특성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이 컸습니다. 우울과 공황이 심했지만 돈이 필요했기에 저는 치료받으면서 교육계에 ui 디자인쪽으로 진로를 바꿔서 취업했습니다. 디자인은 그나마 한국에서는 돈을 주는 일이고 배우고도 싶었던 일이었어요. 그리고 게임회사에서는 제가 게임쪽 그림보다는 교육쪽 삽화 그림같다 란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이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이제 5년 반째 하고 있어요. 그림도 같이 그리는 회사고 그림을 같이 그리는 디자이너는 드물어서 여러 상황에 대처해야하는 일이 재밋기도 하고 또 부족한 그림도 채우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우울증도 치료받으며 지내다가 일만 하는 삶속에서 결국 전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쟁이니까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디자인 업무를 하면서 야근후에도 주말에도 시간을 쪼개서 제가 그리고 싶었던 하고 싶었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위해 그림을 그리고 부업으로 커미션도 해보고 서울일러스트페어라는 곳에도 작가로 나가서 활동해보기도 하고 또 좋은 작가님들과 인연이 닿아서 작은 전시회도 열었어요. 글쓴이님, 스스로의 그림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니까요.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일만큼 쉽고 어려운 일도 없어요. 먼저 나 자신을, 내 그림만을 사랑해주는 일, 마음을 열어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잘그리는 사람은 너무나 많아요. 전 이제 저보다 어린, 글쓴이님과 같은 이들의 그림을 만나면 와 나는 저 나이대에 뭘했을까. 정말 잘 그린다. 하다가도 불끈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질 수 없어! 그런 기분으로요 ㅎㅎ 전 그림에 재능은 존재하지만 그 재능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전 그림을 지식과 이론, 스킬로 재능이 없어도 채울 수 있을거란 생각을 일찍이 했어요.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깨닫는다는 일은 중요합니다. 열등감은 그런 이유로 생기는 것 같아요. 한계단씩 올라갈 수 있는 도전하는 길을 만들어주는거죠. 분명 글쓴이님 그림에도 누군가 부러워할만한 느낌이나 필체, 또는 멘토와 같은 일러스트레이터의 느낌,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을거예요. 장점을 찾는 일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어요. 타인은 잘 해주지 못해요. 아마 그 이유는 각자가 취향이 너무나 다르고 좋아하는 생각, 느낌, 색이 전부 달라서겠죠. 하지만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어떤 사람이나 똑같아요. 삐뚤어진 부분은 누구나 잘 보고 색이 아름다운건 똑같이 아름답다고 느끼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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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under
· 3년 전
전 앞으로 글쓴이님이 좋아하는 그리는 일을 놓치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그리고 글쓴이님이 이야기한 동갑의 잘그리시는 분을 제외하고 자신의 길을 계속 간다면. 또 그 동갑인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한답니다 ㅎㅎㅎ 이건 정말 팩트예요. 좌절하고 또 그리겠죠. 아무리 잘 그리도 일찍이 잘 그려도 재능만 믿고 사는 사람은 더 나아가는 것을 잘 못봤습니다. 그중 소수만이 재능으로 밀고 나가다가 넘어졌다가도 다시 노력으로 일어서는 것을 봤습니다. 글쓴이님은 아직 정말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일도 많아요 ㅎㅎ 지금 한명, 그리고 현업 일러스트레이터를 자신과 비교하기엔 그 시간이 너무나 다릅니다. 현업분들은 10년 20년 30년도 넘게 글쓴이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려오신 분들이라 앞으로 뒤쫓아갈 시간이 너무나 많은 거죠. 전 그런 글쓴이님을 응원합니다. 나이어린 예술가들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지레짐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놓아버리고 자신이 진짜 그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지도 못한채로 사라지는 일은 너무 안타까워요. 한가지 책도 추천해주고 싶어요. 일본의 그림그리시는 분이 쓴 책이지만 내용이 너무나 좋아요.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라는 책인데요. 도움되는 말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이북을 읽을 수 있다면 이북이 가격이 쌉니다 ㅎㅎ 다시 한 번 글쓴이님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처음 종이와 연필을 잡고 내 작품을 그리고 완성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칭찬받은 그 만족감과 행복감을 정말 좋아하고 또 그리는 그 과정을 정말 사랑한다면 글쓴이님은 충분히 재능있고 멋진 사람이고 계속 그릴 수 있는 사람이예요. 글이 참 길었네요. 언젠가 현업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길 바라요.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