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의 경험으로 생긴 트라우마와 공황장애
저는 어릴때부터 턱 관절이 약하여
20여년 전에 하악 관절 수술을 하였는데,
수술 직후 한달여간 턱관절의 고정을 위해 치아에 철사와 고정장치로 묶어서 입이 아예 벌어지지 않도록 고정을 했었습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입을 벌릴 수 없으니 말을 할 수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염이 있어서 평상시에도 코로 숨을 쉬는게 원활하지 않아 입으로 숨을 쉬었는데, 입이 벌어지지 않으니 치아 사이로 들어오는 미세한 공기에 의존해 아주 간신히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유명 대학병원이었지만 그 사실을 간과했고, 저의 가족 또한 그 고통을 이해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 였습니다.
전신마취를 하는 큰 수술로 인해 목의 안쪽과 콧속이 심하게 붓게 되어 더욱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는데, 수술의 고통 보다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은 두려움과 고통에 괴로웠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누워서 자면 베개와 머리가 흠뻑 젖을 만큼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숨이 막혀서 죽을까봐 몇날 몇일을 앉은 채로 뜬눈으로 보내다가 잠깐씩 졸다 깨는 정도였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납니다.
제가 아마 이 당시에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건
제가 숨을 잘 쉴 수가 없으니 산소호흡기를 사다달라고 엄마에게 글로 써서 보여줬더니, 저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커녕 너는 무슨 돈 쓸 궁리만 하냐는 식으로 일방적인 야단을 치고 제가 그것에 대해 공책에 써서 의사표현을 하려는데 읽으려고 하지도 않고 공책을 쳐버리고 본인 할 말만 막 하고 뒤돌아 나가버리는 엄마에게 너무 화가 나고 울음이 나와서 가뜩이나 숨을 쉴 수 없는데다 심한 호흡곤란이 왔던 것입니다.
참고로 저의 가족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애정이 크게 없는
편으로 물질적인 것은 대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미 가족의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은 기대해봤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련의 일들로 더욱 가족에게 큰 기대를 하지않게 되어, 집을 나와서 고아와 다름 없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아무튼 그 일을 포함해서 아플때 조차 기댈 수 없다는 것에,
아니 오히려 아프고 힘들 땐 더 잔인하고 가혹하다는것에
더욱더 엄마에 대한 불신이 생겼었지만,
가족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한 내 마음이 힘들어서
오랜 시간동안 화해 하려고 노력했고, 가족이고 이젠 엄마도
힘없이 늙었으니 지난 일들 잊고 잘 지낼려고 하는데,
문득 그런 일이 떠오르면 제 안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냉정하고 무심한 엄마에 대한 증오가 밀려옵니다.
이제는 늙고 힘없는 노인이고 어느정도 관계 개선이 되어서
소통과 왕래는 하지만 가끔은 내가 힘이 없을때 엄마는 그랬는데 반대로 이제 엄마가 힘이 없다고 나는 왜 잘해줘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엄마 이외에도 가족이 없었다면 차라리 좋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가족관계에 관해서는 이거 말고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상처로 남아있지만, 호흡곤란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그 당시의 일 때문인거 같습니다.
현재의 상태는
피부과나 치과, mri 등등 누워서 꼼짝없이 움직이면 안되는 상황이나 특히 눈을 감고 받는 것들에 대해선, 그 장소에 가기 전부터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저려오고 입과 코가 마르고,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 한잔만 마시면 안되냐고 했다가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시간을 끌고 안절부절한게 너무 티가 나서 처음보는 사람들도 매번 괜찮냐고 물어보는 상황이 됩니다.
미칠거 같고 죽을거 같고 저도 모르게 도저히 못 참고 벌떡 일어나다가 다칠거 같고,, 신경안정제를 미리 먹고 가기도 하고 시술 중에 잠 들기 위해 밤을 꼬박 새서 간 적도 있고, 도저히 못참겠어서 포기하고 돌아온 적도 많습니다.
그리고, 제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편히 해주시는 곳에서는,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참아 보지만 민폐 끼치는거 같아 참다가수술 중 각성처럼 머릿속은 미칠거 같아서 이러다 정신병 걸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듭니다.
그리고, 언젠가 비행기 창가쪽 자리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그 증상이 나타나서 죽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 후로는 통로쪽에만 앉게 되었구요. 밤새고 타거나 수면제를 먹고 무조건 잡니다.
스킨스쿠버라던가 숨을 원활히 쉴 수 없을거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죽음이 온다면 익사라던가 숨을 못 쉬어서 죽는건 피하고 싶습니다. 이걸 쓰면서도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고 숨이 막혀서 숨을 크게 들이내쉬고 있습니다.
장황한 글이지만 제 질문은 이게 트라우마 맞나요?
그리고, 이게 공황장애 증상인가요?
맞다면 어떤 치료가 있는지요?
그리고, 엄마에 대한 서운함 등을 치유할 수 있는 치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도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