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반복되는 무기력증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의욕이 없었다 생겼다 반복한게 7년 된 거 같아요. 무기력이 처음 왔을 땐, 의욕이 없어 해야할 일들을 미루게 되는 것을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했어요. 길면 몇 달간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스스로 자책해 몸은 편해도 심적으론 불안해하며 지냈어요.
그러다 시험같이 급한 불이 발등에 떨어졌을 때, 공백만큼 커버하려 거의 쉴틈 없이 공부했어요. 중간 중간 좀 쉬기도 했지만 안 하고 있으면 좋은 성적이 안 나올까 불안해서 몇시간 통으로 계속 머리 쓰고, 그러다 보니 모든 일정 끝날 때까진 남 만날 여유도 안 생겼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 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음번엔 미루지 말고 꾸준히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크게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가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 개인 역량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번 그렇게 온 힘을 쏟아붓고 나면 열심히 했던 기간 만큼 무기력해졌고 또 다시 반복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번아웃이었던거 같아요.
고등학교 땐 거의 반년씩 열심히 했다 무기력해졌다 했던 거 같아요. 대학 와서는 그래도 방학이 있어서 그런지 방학 때 아무것도 못 하는 대신 학기 중엔 학기 내내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할 일과 수면부족, 불안감 등이 버거웠던 거 같아요.
오늘은 이거 하고 내일은 저거 하고 모레는 이전 거 엎어졌으니 처음부터 다시하고 할 거 다 하면 오늘도 얼마 못 자겠네. 근데 이걸 종강 때까지 반복해야되네 라는 막연함에 차라리 차에 치이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쉴 수 밖에 없으면 좋겠다 그냥 죽고 싶다 란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쉬고 싶으면서도 난 이렇게 부족한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지. 남들도 똑같이 힘들고 대외활동까지 하는데 체력 부족한 난 성적이라도 좋아야지 싶어 계속 몰아붙였던 거 같아요. 어찌됐든 결과는 좋았으니 방학 동안 자책감, 죄책감이 들어도 그냥 이러는게 내 공부 스타일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제는 아무리 쉬어도 기운이 안 나는거 같아요. 학기 초에 의욕 없었어도 이러다 또 시험 주 되면 기력 나서 열심히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안 나더라구요. 예전엔 그래도 시험 때 되면 초조함과 긴장감에 다시금 열심히 하게 됐었는데, 이번엔 그저 무감각하게 지냈던거 같아요. 그렇게 일학기 망쳐서 방학 동안 공부하고 이학기 때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학기는 더 의욕 없었어요.
무기력증이 올 때마다 자존감도 낮아져 이제서야 이러는게 딱히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치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본 쉬운 계획 짜기, 운동하기 등을 실천해 봤는데 얼마 못 갔어요. 더 이상 혼자서 해결 못 할 거 같아 상담센터를 가봤는데 몇 번 못 가보고 코로나가 더 심해져 상담을 잠시 쉬쉰다 하셨어요.
상담 시작하며 이제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름 희망을 가졌었는데 못 가게 되니 더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않아요. 열심히 한다는게 그나마의 장점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으니 미래가 어둡고 기대되지 않아요. 이젠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뭘 하든 시간 허투루 쓰는거 같아 불안하고 초조해요. 살 의욕도 능력도 가치도 없는 거 같아요. 살아봤자 돈만 먹어서 가족한테 민폐라 더 폐를 끼치기 전에 죽는 게 나을거 같다 생각하면서도 그럴 용기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