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제게 장난으로 하는 말을 스스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거 같아요
저는 직장 때문에 본가를 나와 타지에서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엔 아빠랑 대화를 거의 안하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 둘이 같이 살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빠와 전 안 맞는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모질게 말할 수록 위축되고 땅파는 성격인데, 아빠는 저를 이제 사회생활도 하니까 강하게 키워 보시겠다고 일부러 말을 비꼬아서 하십니다. 참고 참다가 아빠의 "너 왜 이렇게 멍청하냐? 바보야?" 라는 말에 울면서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겨우 바보, 멍청이라는 말에 상처 받는 너는 정말 나약하다. 너랑 진짜 안맞다. 내가 하는 말을 그런식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너와의 대화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였습니다. 아빠의 그 말을 듣기 전까진 못됐게 말하는 아빠가 밉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었는데, 이젠 제가 예민하고 농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같습니다. 하루종일 아빠가 했던 말을 곱씹으면서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입니다. 이젠 아빠랑 같이 사는 거 어때? 라는 주변 사람들 얘기만 들으면 말도 안나올 정도로 눈물이 나옵니다. 눈물 때문에 겨우 아빠와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면 그냥 장난으로 하신말 아냐? 왜 이렇게 울어? 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면 제가 정말 예민하고 속좁은 놈 같습니다. 분명 나는 상처를 받았는데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어제 아빠와 저녁을 먹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했습니다. '올 한해 나 자신 너무 수고 많았다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게임기를 샀다.' 라고 얘기하자 '이 이기적인 자식아'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엄마처럼 아빠도 '잘 샀네, 고생했다' 라는 소리를 해주실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서 충격받았습니다. 하루종일 저 말이 생각나고 내가 이기적인놈 같고 그러면서도 내가 내돈으로 게임기 샀다는데 저런 말을 들어야하나? 하면서 서럽기도 하고... 아빠한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매달 용돈도 드리고 있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화가나고...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위로 받고 싶어서 주변에 얘기를 하면 그냥 장난으로 하신말 아니야? 하며 나를 또 예민한 사람 취급할까봐 털어놓지도 못하겠습니다. 이젠 진짜 이렇게까지 우는 제가 좀 이상합니다. 들을 땐 충격이었는데 막상 말로 그 때 상황을 얘기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 것 같거든요. 아빠 얘기 한마디에 꺽꺽 거리면서 울고 이러는 제가 우울증? 조울증? 인거 같아요.
아빠의 말투가 밉지만 항상 저를 생각해주시는 걸 알아서 미워하지도 화내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냥 제가 이기적이고 예민한 사람인거같아요. 이기적이란 말에 그냥 감사하다고 표현 안해서 죄송하다고, 항상 고맙다고 대답했어요. 막 내가 진짜 이기적이야? 게임기 하나도 맘대로 샀다고 못해? 하면서 따지고 화내고 싶은데 아빠가 상처받고 저보고 이상하다고 할까봐...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 안났으면 좋겠어요. 그만 울고 싶어요. 감정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