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제가 지금의 가정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사실 속에만 담아 두다가는 화병 날것 같아서,, 그냥 얘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씁니다.
저는 부모님이 매일 싸우는 가정에서 자라왔습니다.
아버지는 겉으로보기엔 지성있는 신사였지만 집에서는 다혈질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8살 때는 남동생을 데리고 친구집으로 도망다녔고, 좀 더 커서는 비겁하게도 남동생과 문을 닫고 방에 숨죽이고 있었어요. 고성과 물건 던지는 소리가 나는데도...
대학생 때 용기 내서 크게 대들었다가 아버지께 뺨 맞고 고막이터졌습니다. 그래도 미안하다 말 한마디 못들었어요.
이렇듯 부모님이 매일 싸우시느라 바빠서 성장하는 동안 삶의 지혜 같은 정서정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싸우고 때되면 일하러 가시고 그러셨어요.
초등학생 때에는 사촌 오빠들로 부터 몇 년간성추행도 당했어요.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성추행이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살았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학가서도 알바하며 학자금 대출 갚고 장학금 받고... 그런데 매번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대학 수능 실패해서 예상치도 못한 학교로 가고, 아버지의 불같은 성화에 1년정도 휴학하고 알바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했는데 떨어졌고, 졸업 후 구직생활 간신히 해서 중소기업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직무 내용은 단순 수치 입력.... 차심부름 시키고 사람 모자라다고 현장근무 시키고.... 일 같은 일은 남자동기에게만 가는 미래가 안보이는 회사였어요.
도망치듯 대학 때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해서 회사도 관두고 이사했어요.
남편말로는 자존감 바닥에 음침한 저를 갱생?시켰다고 합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남편 덕분에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 인정해요.
한동안 행복했어요.그렇지만 워낙 자존감 자신감 바닥인 채로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인지, 무조건 남편에게 맞추기만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 외벌이인데 제가 가정에서 잘 뒷받쳐 주는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주부로는 있으면 삶이 무료할까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어릴적 집안 사정 눈치 보느라 꿈도 못 꾸었던 미술도 배웠어요.
1년 여 전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이사했고 대학원 입학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경단녀인지라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쉽지 않고 대학원을 나와 일을 시작하는게 더 장기적으로 나은 길이라 생각했어요. 작년에는 거의 공부를 못하고 시험을 쳤고
올해는 남편의 지지와 아이들의 희생으로 학원까지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입학 경쟁률이 높은 대학원이라 공부하기 쉽지 않았어요.
다행이 남편이 휴직 중이라 유치원 거의 못가는 아이들을 대신 봐주었습니다. 다만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할 수 없어 미안했습니다.
어느정도 실력도 쌓여서 저도 내심 합격할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떨어졌습니다.
너무 억울했어요. 울면서 내가 살면서 겪었던 실패들을 곱씹어 봤습니다. 6-7번 이던데, 그 중 왜 저는 하나라도 성공해보지 못한 걸까요.
남편은 떨어진 게 평소 저의 일처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괜찮다고 말 하면서도 평소 집안일 할 때 일처리가 매번 꼼꼼하지 않으니까 그런 점이 시험에도 반영된거라고 질책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떨어진 것도 받아들이고 남편의 말도 수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올해 떨어지면 그만두려 했던 공부도 내년에 다시 치기로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떨어지면 다시는 안치고 할 수 있는 일 부터 찾아 하기로 하구요.
그러다 얼마전에는 뭐 쓸데없는 걸로 남편과 싸웠어요. 아이들이랑 놀 쿠키 반죽을 만들었는데 한번도 같이 만들어 본 적 없던 남편이 웬일로 같이 앉아서는
반죽이 끊어지니 이상하니 이게 맞냐 이러길래, 잘모르겠다. 평소에 이렇게 해왔다. 원래 이런것 같다. 라고 말해주었는데
끝까지 인정을 안한다고 화를 냈어요. 남편 말로는 여지껏 쌓아왔던 게 터진거랍니다. 제가 자존감이 바닥이니, 무슨 잘못이든 인정 하지 않으려 한다고 온갖 변명에 고집만 세다구요,
저같은 여자랑 사는게 버겁다며 진지하게 이혼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말만 이쁘게 하면 그냥 지나갈 일을 매번 이렇게 키운다고 했습니다. 이쁜말... 남들은 여우같은 말도 잘만 하는데 왜 저는 말하는 지혜도 없는지...
또 대학 때 부터 절 지지하고 도와주었지만 계속 실패만 거듭하는 제가 지겹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가정에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데, 계속 밖에서 찾으려는 것도 못마땅해 합니다.
저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 까요? 왜 그냥 아이들 키우고 가정 꾸리는 데에서 완전한 행복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남편은 저의 실패가 제 절박성의 부족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자기가 직장을 그만두면 아마 열심히 해서 합격 했을 것이라고. 진짜 그런 걸까요? 아니면 그냥 저는 시험에 젬병인 인간인 걸까요.
그날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고쳐 보겠다고 말했지만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힘들댔어요.
그 말도 맞아요. 저도 모르게 무슨 일이든 인정하지 않으려 했나 봅니다.
하루종을 질책 듣고 미안하다 반복했더니 남편은 마음정리도 하고 쉬고와야 겠다며 나가버렸어요.
어디서 부터 잘못 된 걸까요. 저는 분명 아버지와 정 반대의 남자를 찾아 결혼 했고 우울하던 집에서도 도망쳤고 아이들도 얻었고 꿈을 위해서 노력했는데,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는 왜 이모양 인걸까요..
능력도 없는데 헛된 꿈만 꾸는게 잘못인걸 까요, 과거가 남긴 밑바닥을 기는 자존감 때문일까요.
더이상 행복해 질 수는 없는 걸까요? 다 내려놓고 집안에만 충실하면 행복해 질까요? 이혼이 답일까요? 모르겠습니다.
30 중반이 되도록 살아왔지만 여전히 답을 모르겠어요. 누가 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