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가 너무 많아서 삶이 좀먹히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부모님은 둘 다 아주 심한 우울증이 있습니다. 늘 자기 연민과 자신의 유년시절의 불행에 찌들어 어릴 때부터 절 붙잡고 울고 자해하기 일쑤였습니다. 거기다 두 분은 공무원이라 모든 스트레스를 집에서, 제일 만만한 막내인 저(1남 1녀)에게 풀었습니다. 또 체면이 너무 중요해 저에게 아주 엄격한 예의 잣대와 완벽주의를 요구했습니다.
책상이 조금 어질러져 있으면 엄마는 제일 큰 종량제 봉투를 가져와 제 물건을 전부 다 담아 버리라고 시켰고, 공부를 봐주다 제가 조금 집중이 흐트러지면 그대로 책을 저에게 집어 던졌습니다. 어릴 때 저는 밤에 혼자 자는게 너무 무섭고 싫어 매일 부모님 방에 갔는데, 점점 문을 잠궈놓더니 한 날은 저를 그대로 담요 하나만 주고 집 밖에 쫓아냈습니다. 모두가 잠에서 깰까봐 초인종도 못 누르고 한 겨울 아파트 복도에서 벌벌 떨며 1시간 가량 있었던 저는 그 이후로 무서워서 부모님 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혼자 밤에 대한 공포를 타파하려 초등학생 때부터 밤을 새버릇 해서 지금은 불면증을 달고 삽니다. 지금도 부모님이랑 가까이 누우면 긴장해서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같이 못 잡니다.
밤에 대한 공포는 6살 때쯤 밥 먹다가 어떤 이유로 어두운 방에 혼자 갇혔던 때부터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저를 방에 가뒀고, 불 키는 스위치를 켜보려고 점프하면서 울고불고 했던 제가 기억에 납니다. 가장 충격이었던 건 밖에서 아빠가 제가 못 나오게 문을 계속 닫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또 한 날은 숙제 안 하고 나가서 놀았는데 숙제 다 했다고 거짓말 쳤다는 이유로 엄마한테 연속으로 싸대기를 3-4대 정도 맞았습니다. 제 책상 물건은 다 저한테 집어 던졌고요. 아. 갑자기 떠오른 건데 5살 때쯤에도 유치원 가기 싫다고 늦장 부리다가 그대로 거꾸로 들린 채로 엄마한테 얻어맞아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근데 그 때 엄마가 그 모습이 웃겼는지 막 웃더라구요. 참.. 그 계기로 저는 맞을 때마다 광대처럼 어떻게든 웃기려고 노력하다 실패했습니다. 그 날도 그랬고요. 제가 맞은 날이 이 외에도 씁쓸하게도 참 많네요. 한 날은 제 머리채를 끄잡고는 같이 죽자고 엄마가 옥상으로 끌고 가기도 하더라구요. 한 날은 엄마가 제 목소리가 코맹맹이 소리라며 듣기 싫다고 목소리를 바꾸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코맹맹이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또 화장을 진하게 하면 매춘부 같다고 하고. 아빠는 같이 뭐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제 머리를 때리거나 했습니다. 정말 너무 지겹고 숨막혔던 저는 엄마한테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정말 증오를 담아서요.. 하지만 결국은 제가 모든 걸 사과했어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잖아. 라는 말을 이유로요. 저는 그 문장이 저에게 했던 그 어떤 말보다 제일 역겨웠습니다.
또 부모님은 제 성적이 1등이 아니면 인정을 하지도 않아서 저는 아예 공부를 포기했었습니다. 포기하니까 편하더라구요.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때 술 먹은 아빠한테 많이 맞았습니다. 제 틱틱거리는 말투가 원인이었고, (사실은 그냥 아빠가 일이 그 당시 엄청 힘들어 스트레스가 많았던 거였습니다.) 미친듯이 처 맞을 때 엄마는 집에 없었고 친오빠는 무서워서 혼자 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 이후 폭력은 잦아졌고 엄마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항의하자 돌아온 건 제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였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저는 그대로 부모님의 마음이 편하기 위한 장소에 이끌려가 맞은 지 한참 후에야 돈까스 하나와 미안하다는 몇 마디에 그 일을 퉁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돈까스를 싫어합니다. 또 부모님은 저를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아이라고 대놓고 말하기 일쑤였습니다.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게 있어 말을 꺼내면 신경질적으로 소리지르며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중학교-고등학교 까지 의욕이 없었고 매일 누워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쉬는 시간은 집에 혼자 있는 때였어요. 저는 취미도, 습관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또 가족들에게 욕을 밥먹듯이 먹었습니다. 숨이 막혔고 학교에서도 거의 잠만 잤어요. 고3 때는 왠지 막연히 교실에 들어갈 수 없어서 자습 시간에는 항상 복도에 나와서 혼자 공부했어요. 교실에는 제 편이 아무도 없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많은 사람의 말소리가 신경쓰였거든요. 그러다 대인기피증인지 뭔지 버스도 못 타고 축제나 소풍 등 사람 많은 곳은 거의 못 갔습니다.
이 외
어릴 때 약 5살 쯤 유괴 경험이 있고, 성희롱과 성추행은 아주 어릴 때부터 20살까지 꾸준하게 각자 다른 상황에서 받았어요. 유괴는 당시 모르는 아저씨가 저를 데리고 가기 직전에 어머니가 발견해서 끝났습니다. 성추행과 성희롱은 아빠 친구들, 학교 교사, 학원 원장, 교생 등 다양하게 받았어요.
심했던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늙은 남자 국어 선생한테 1년 내내 성적이나 동아리로 인해 시달려야 했구요.. 가장 심했던 경험은 20살 때 다녔던 재수학원에 원장에게 당한 인격 모독, 가스라이팅, 성희롱이었습니다.
평소 완벽주의에 강박증이 있던 저였는데, 그런 저를 매일 아침 등원하면 원장실에 혼자 불러 "너의 정신 상태는 썩었다. 내가 그 정신머리와 가치관, 성격을 다 바꿔주겠다. 너는 나약하다. 내가 강하게 만들겠다." 라며 매일 훈계와 설계를 들었습니다. 그 외 멋대로 제 공부방에 들어와 몰래 뒤에서 훔쳐보고 간다거나 모두가 듣는 앞에서 제 엉덩이가 너무 크다며 매일매일 꼽을 줬어요.
그리고 학원에 저를 좋아하는 오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원장은 저한테 남자가 말을 걸면 웃지도 말고 뺨을 때리라고 명령했습니다. 이후에는 제가 처신을 못한 거라며 뒤에서 저를 꽃뱀이라고 소문을 내고, 제가 몸이 아파 학원을 쉬는 날은 분명 시내에서 남자랑 놀고 있을 거라며 흉을 봐댔습니다. 그 결과 저는 학원 내에서 ***년에 꽃뱀으로 몰렸고 모두가 저를 그런 눈으로 보며 투명인간 취급 했습니다. 더불어 저는 자습실 독방에 갇혀 하루종일 혼자 밥 먹고 혼자 몇 달을 보냈습니다. 당시 가위도 많이 눌리고 혼자 울면서 화를 풀기도 하다가 상황이 바뀌질 않아 자포자기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부모님도 이런 저의 상황을 다 알았지만 워낙 그 원장을 신뢰하기도 했고, 같이 재수하던 저희 오빠를 들먹여 저에게 협박해 그만두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술에 취한 원장은 저녁에 공부하던 제 방에 찾아와 저를 눕히고 성행위를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주변에 저 밖에 없어 소리도 못 내다가 원장이 장난을 칠 때 저도 장난스레 받아치며 어찌저찌 그 상황을 도망쳤어요. 그리고 다음 번에는 저한테 술에 취해서 지금 너 만나는 남자가 있지 않냐며 울고불고 소리치면서 밤 새도록 저를 찾으러 다니더군요.. 집앞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문자나 전화도 몇 십통이나 하구요. 닮지도 않은 본인의 첫사랑을 닮았다며, 자신을 배신하지 말라더니 돌연 쓰레기 같은 년이라며 욕을 하고.. 저보다 20살 많은 아저씨가 절 쓰다듬고 술에 취해 끌어안고, 휴게실 소파에 억지로 눕혀 팔베개 시키고, 술 안주로 사온 과일 깎게 시키는 게 너무 역겨웠습니다. 엎친 데 더불어 같이 재수하던 제 고등학교는 저를 배신하고 그 원장의 편을 들며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원장에게 매일 저를 짜르라며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악몽은 수능이 끝나고 원장에게 소송할 각오로 모든 걸 따지고 연락을 끊은 후에서야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친오빠는 자신마저 학원에서 짤릴까봐 저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르는 척했고, 부모는 다 제 잘못이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또 제 처신이 문제라고 하더라구요. 일 크게 벌리지 말라며 제가 성추행 관련 얘기를 해도 학원을 안 가는 저를 비난했습니다. 나중에는 급기야 왜 그런 일을 제가 당했냐며 엄마라는 사람이 밥 먹고 있는 식탁을 전부 다 엎지르며 저한테 ****** 하면서 우는데 정말 내 진짜 가족은 없구나 싶었습니다. 웃긴건 나중에 저희 엄마랑 오빠 험담하고 다니던 원장한테 꼴에 가족이라고 원장이 더는 찍소리 못하게 ***을 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대체 누가 온전히 제 편을 들어 줄까요? 유일하게 모든 일 앞에 제 편이었던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제가 엉엉 울 수 있었을까요?
이 기점으로 저는 산산조각 났어요.
재수 후 서울로 대학 온 저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고, 여길 일단 떠나자는 생각으로 아무도 모르는 일본으로 워홀 비자를 받아 도피했어요. 거기서 낯선 사람들이랑 자유롭게 놀고 살았는데 인생 처음으로 너무 마음이 편했어요. 엄마나 아빠가 저한테 연락 못하는 것도 너무 편했고 조용했고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한 날은 전화해서 제가 없으면 죽겠다며 엄청 울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이 약해져 귀국했는데, 약 반 년 정도 남은 복학 기간 동안 본가에 살았어요. 엄마랑 같이 있는데 정말 죽겠더라구요. 자해도 하고 자살시도도 하고 아무것도 못 먹고 그랬어요. 약 3달 정도를 집 밖에 안 나갔어요. 씻지도 않고 제 방에 틀어박혀서 가족이랑 밥도 먹지 않았어요. 그러다 딱 죽겠는 직전에 친구가 맘대로 예약한 정신의학과에서 신경안정제 약 받고 상담 했어요. 이때까지 부모님은 저에게 나약하다,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며 비난만 했습니다. 제가 언어 폭력 그만하라니까 사실이라며 되려 화를 내기 일쑤였어요.
그 이후로 약 2년이 흘렀지만 저는 섭식 장애와 약간의 공황이 생겼습니다. 악몽은 매일 꾸며 항상 뭔가에 질리듯이 일어납니다. 후각은 미친듯이 예민해져 조금만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토할 거 같아 입도 대지 않아요. (특히 고기) 가끔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가슴 가운데가 너무 아프고 숨도 잘 안 쉬어져요. 지금 다정한 남자친구도 있고, 제가 20대 중반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부모님이 이해해달라는 말에 세뇌당하거나 말을 잘 듣고 싶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저에게 했던 많은 인격 모독과 폭력들을 이해하고 정당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은 너무 열등감 많고 성취와 성과에 집착해서 강박적으로 노력하며 살아가는 제 자신을 보면 정말 너무 그들이 미워요.
지금 모든 걸 리셋하고 다시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 모든 불행한 감정과 기억들은 제가 죽어야만 잊혀질 거 같아요. 저는 매일 원인도 모르게 불안하고, 부족감을 느끼고, 작은 거에도 쉽게 피곤해져 죽고싶어요. 모든 사람을 신뢰함과 동시에 강력하게 불신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제가 배신당할 준비를 해요. 가끔은 누군가를 그대로 죽이는 상상도 해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아주 아주 사랑할 무언가가 있었으면 해요.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아주 멀리 떠나고 싶어요. 누군가가 저를 컨트롤 하려 들으면 미친듯이 도망치고 싶어요. 감정 조절도 안 되고 분노가 너무 많아요. 강박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해서 힘들게 얻어낸 학점과 여러 자격증들이 왜인지 하나도 기쁘지 않아요. 평가에서 자유롭고 싶어요. 많은 걸 더 잘 할 수록, 제가 하려고 하는 게 늘어날 수록 저는 더 잘 해야 해요. 무조건 성공해야 부모님이 기뻐할 거 같아서 괴로워요. 제 인생에서 부모를 제외하고 제 감정과 제 욕구를 위해 살고 싶어요. 이해도, 배려도, 작은 감정도 다 저를 위해 쓰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아닌 척하지만 날이 갈수록 너무 힘드네요... 두통도 나날이 늘어가고 불면증이 너무 심해요. 맘대로 안되면 다 때려쳐 버리고 싶고 다 때려부수고 싶어져요. 도와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