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엄마에게만 나타나는 인정받고자하는 욕구
저는 스스로 독립접이라 생각하고 인생을 열심히 헤쳐나간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26살 여자입니다.
평소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물론 관계를 잘 유지하거나, 성과를 인정받았을때 기분이 좋은건 당연하지만 인정을 받지 못했을때 크게 속상해하거나 인정받고자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오히려 남의 인정을 받기보다 스스로의 인정을 목표로 살고잇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만 빼면 스스로 학업,진로,경제적 부분을 선택하고 살아왔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집에서 먹고자는 거 빼고는 스스로 경제적인 부분을 꾸려왔어요. 전공이나 진로 선택, 대외활동, 대인관계 등 스스로에 대한 모든 부분에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잘 독립적으로 살아왓다고 스스로 생각하고있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부모에게 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사연을 쓰게 된 이유는 유독 엄마한테만 발동하는 인정욕구? 오기? 같은것이 있습니다.
몇 년간 제가 한 노력을 평가절하 받은 경험들이 축적되니,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기준에 엄마라는 존재가 끼어든 것 같아요.
제가 인지하는 사건의 발달은 이렇습니다.
(편하게 쓰기 위해 말투를 좀 편하게 할게요)
제가 엄마가 내 노력을 무시해서 화가난다고 스스로 인지하게 된 건 2017 년도 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대학교 2-3학년 즈음이던 저는 학업, 과외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등으로 엄청 바쁘고 힘들었어요.
집에서 학교까지는 왕복 3시간 거리였고, 장학금을 받아야 생활비가 절약이 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러면서도 부모님이 성인이니 생활비, 교통 통신비는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그걸 감당하느라 학교가 끝나면 거의 주 6일은 과외를 하러 뛰어다녔어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팀과제가 많아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 늦게까지 사람들과 과제를 한 적도 잇고, 스펙을 위해 동아리 활동도 했는데 저한테는 이 활동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많은 활동과 그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숨이 잘 안쉬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맨날 버스에서 울면서 집에 오곤 했어요. 그래도 집에서는 밝은 모습을 하려 했는데 집에서까지 표정관리하고 그런 것들도 너무 힘들었어요.
숨이 끝까지 안쉬어지는 듯한 답답한 기분에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참았다 내뱉곤 했는데 엄마 귀에는 그게 듣기싫은 한숨 소리였나봐요. 그래서 저보고 듣기 싫으니 한숨 쉬지 말라고 소리지르셨는데 그게 저한테는 너무 속상했어요.
그래서 저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엄마한테 말했어요. 그러면 "우리딸 수고 많았네. 대견하다." 라고 해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돌아온 말은 너보다 힘든 사람 더 많다는 말이었고,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북받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울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로 저는 계속해서 오기가 생긴다고 해야 하나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밥도 안먹고 학교 수업 듣고, 쉬는시간에 과제하고 공부하고, 학교끝나면 과외를 하러 맨날 늦게까지 일하고, 과외가 끝나면 팀플을 하러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시간도 잇었어요.
스스로를 엄청 힘들게 만들고 마음속에서 엄마를 향해 '이래도 내가 안힘들어보여? 이래도 내가 열심히 안사는 것 같아?' 라며 외치며 살았던 거 같아요.
너무 힘들었지만 힘들어야만 엄마한테 보란듯이 "나 힘들어" 라고 말할 수 있을거같은 생각에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 같아요. 내가 힘들게 노력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사실을 너무 인정받고 싶었고, 그동안 노력을 부정당하니 언제부턴가는 거기에 엄청 신경을 쓰게되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저 스스로가 멋있고 노력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거기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았던 것 같아요. 돌아보니 오기와 깡으로 똘똘 뭉쳐서 나 자신을 괴롭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이 과정이 반복되고 스스로에게 강화가 된 것인지 예전에는 엄마한테 "나 열심히 살아. 난 강해" 라고 속으로 외치고 스스로를 입증하려던 제가
지금은 "엄마 말대로 나는 게으르고 그렇게 잘나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잘난 줄 착각하고 사는 사람인가봐" 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마구마구 떨어져요.
엄마랑 관계는 지금 살얼음판 같아요. 저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제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말을 하면 과민하게 반응해서 자꾸 반박하려해요. 게다가 제가 제 노력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집도 멀고, 친구들은 공부만 할 떄 용돈도 스스로 버느라 시간도 부족했고, 학교 끝나면 돈벌러 가느라 학교에 인맥도 없는데도 이렇게 잘해내고 있다" 라고 말하게 되고, 그게 엄마 귀에는 "엄마가 무능력해서 서울에서 못살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돈버느라 시간 낭비했다" 라고 들려서 상처를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 엄마도 자격지심이 생겼는지 제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니가 뭐가 모자라게 자랐길레 그렇게 스스로르 불쌍하게 생각하냐, 착각하지 마라, 너 정도면 집안에서 풍요롭게 자란거다. 라는 말을 해요.
어제도 엄마가 베란다에서 추운 날씨에도 핀 꽃을 보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꽃피웠다" 라고 하시길레, 저는 '나도 취준 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고 지금 세대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그런 상황인데 그래도 취직을 해서 뿌듯하다'는 의미로 "꼭 나같네" 라고 대답했는데 엄마는 그걸 또 "니가 뭐가 열악한 환경이야. 넌 온실속 화초지" 라고 말씀했어요.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나약하다는거야? 나 정도면 독립심 있게 잘 살아왔는데 왜 엄마는 나를 나약하게 바라보는거지?" 하는 불만이 생겨서 마음이 안좋았어요.
이제는 몇 년동안 반복된 이 일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상황을 좀 벗어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