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을 키우려면 어떻게해야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무기력증|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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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을 키우려면 어떻게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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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뭐부터 적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만큼 긴글이 될거같아요. 일단 시간의 역순으로 적어보자면...2020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의 저는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취준중입니다. 취직과 연이 먼 과를 졸업한지 거의 3년이 됐고, 제가 가고싶은 분야의 전문학원이 원래 살던 지역에 없어서 상경했는데 코로나가ㅎ... 어쨌든 올해 상반기에는 학원을 다녔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하는 때에 엄마의 암이 재발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관리하던 척추뼈의 암세포가 골반뼈에 번졌어요. 여름동안 본가와 지금 집을 왔다갔다하며 제 고질적인 무기력증이 재발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상태를 우울이라고 표현할지도 몰라요. 죽을거같이 아무것도 하기싫은 기분과 그 크기만큼의 자괴감이 반복해서 속을 할퀴는 그런 상태요. 네, 저는 하반기에 또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해내질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니 참 한심하죠? 자기가 게으른걸 아픈 엄마 탓을 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참 이런 제가 싫어요. 이제 6년이 되어가요. 엄마의 병도, 저의 속병도. 제가 21살때 엄마는 유방암진단과 수술, 항암치료를 받았고 3년전 제가 한창 졸업준비로 바빠야했을 시기에 뼈로 암이 전이됐어요. 그리고 그 시기마다 비는 엄마의 자리는 대부분이 제 몫이었어요. 4인분의 설거지, 빨래, 아빠의 저녁밥, 남동생이 컴퓨터 앞에 나둔 쓰레기같은 것들이요. 엄마는 제게 자기때문에 휴학하지말라고 했지만 저는 여전히 이해가 안가요. 간병 집안일 학교 알바..눈코 뜰새없는 생활을 제가 견뎌야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건지 뭔지..차라리 그말을 안듣고 휴학을 했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거같다는 생각이 자주들어요. 21살의 어떤 날는 정말 바빴어요. 일어나서 엄마가 먹을 죽을 끓여놓고, 9시수업에 갔다가 학식을 먹고, 공강 때 장을 보고(집과 대학이 가까웠어요), 다시 수업을 갔다가 알바가는 길에 저녁으로 삼김을 먹고 알바가 끝난 후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집에서 물 한컵도 못마신 그런 날, 다음날까지 제출할 과제가 있어 언제 잠들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되던 날. 집에 오자마자 들은 말은 "우리는 알아서 먹었다", 그리고 부엌에 가득 쌓인 설거지. 내가 먹은 그릇은 하나도 없는 설거지더미를 치우면서 너무 화가났어요. 고작 두달만에 저녁상을 챙기는것도 4인분의 설거지를 하는것도 당연하게 제 몫이 된게, 아빠의 아내는 있고 동생의 엄마는 있는데 내 엄마만 사라졌어요.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래서 그간 꾹꾹 눌렀던 화가 그날 터져서 설거지하다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결국 설거지는 아빠가 하게 됐어요. 살면서 거의 처음 보는 설거지하는 아빠였네요. 근데 그렇게 만든게 또 참..기분이 안좋았어요. 엄마한테 저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저는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해야하는 딸이었거든요. 그런데 알고는 있었어도 괜찮지는 않았나봐요. 엄마가 항암치료하던 중 어떤 날은 동생이 쓰레기를 내다버렸다고 이제 철들었다고 칭찬하며 좋아하는 엄마를 보는데 속이 튀틀렸어요. 그걸 정리해서 묶어서 현관에 두고 새로 쓰레기 봉투씌워놓는건 저고...평소에 내다버리던거도 저고...안하던짓 한번 했다고 좋아하는 꼴을 보며 헤묵은 감정과 기억들에 자주 울었어요. 어느 날은 또 그런 비슷한 사소한 일에 차별트리거가 눌려서 울다가 정신을 차리니까 거의 2주내내 혼자있게되면 울고 있더라구요. 이러다 정말 어디가 망가지겠구나 싶어서 뭘해야한다는 생각을 안하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어짜피 마음먹는다고 내맘대로 되는거 하나 없고, 계획도 다 부질없고, 부서질 마음 먹어서 뭐하나싶었어요. 뇌에 힘을 빼야 살거같다는 판단을 했던거 같아요. 문제는 그게 너무 오래되고 반복되고 있어 만성화되었다는 거에요. 요즘은 제가 어릴 때도 우울증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은 그냥 좀 내성적이고 식습관 안좋고 예민한 애였다고만 생각했는데..이제 너무 헤지고 바랜 기억들이지만 보통의 초등학생이 오밤중에 창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걸터 앉아있다가 동생한테 걸리는 일은..잘 없으니까요. 짜증나서 볼팬으로 제 허벅지를 찌른 적도 있고..큰소리에 히스테리부리고 작은소리에 예민하게 굴고..내내 식욕부진이다가 갑자기 폭식하고 가끔 토하기도 하고..잠에 잘 못들고..머리나 배가 이유없이 아프고..스트레스받으면 혼자 소리없이 울고...모두 초등학교때인데 텍스트로 적어놓으니까 심각해보이는것도 같고 별거 아닌거같기도 하고..다들 그렇게 크는걸까요...? 누구한테 딱히 물어본적이 없는데 엄마는 사람들 다 이러고 산다고 그랬었는데ㅎ..사실 어릴 때의 기억에서 가장 안괜찮고 힘들어보였던건 엄마였어요. 소리지르고 화내고 퍽하면 다같이 죽자던 모습이 너무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10살쯤? 여름방학에 평일의 대부분을 편의점음식으로 혼자 아점을 때웠어요. 친구네가 근처에서 슈퍼를 했었는데 애가 너무 자주오니까 친구네 엄마가 오늘 또왔냐고 물어보는게 이상하게 부끄러워서 일부러 멀리있던 편의점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엄마는 제가 일어나면 손에 천원, 이천원정도를 손에 쥐어주고 다시 잠들었어요. 딱히 일을하던 시기는 아니였어요. 그러고 다음해 동생과 저 둘다 방학을 맞았는데 그때는 엄마가 일어나서 점심을 주더라구요. 그 외에도 소소하게 엄마가 저를 귀찮아한 기억들이 있어요. 저는 아파도 학원 한번 쉰적이 없는데 동생은 열 좀 난다고 집에서 티비보고 있는다던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엄마가 아빠랑 대판 싸우고 집을 나간적이 있어요. 그때 저보다 한참 작은 동생을 붙잡고 밤까지 기다린 기억이 있는데 저는 분명 엄마가 돌아올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몰라도 동생을 두고 갔으니까...동생때문에 돌아올거라고 생각했어요. 뭐...엄마는 이런거 하나도 기억 못하지만. 다 커서 한번은 동생이랑 다르게 대한다고 뭐라한 적이 있는데 엄마는 그런 적 없다고했고, 옆에서 아빠가 제 편을 들어줬어요. 다르게 대하는거 맞다고. 근데 아빠가 그러니까 제가 할 말이 없더라구요...그럴동안 아빠는 대체 뭘 했는지...왜 항상 엄마를 이해하라고만 하는지...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론 굳이 얘길 꺼내지 않아요. 이제와서 몇 마디 말 듣는다고 제 기억들이 사라지진 않으니까요. 평생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이해는 해요. 달갑지않은 자식 키우는거 힘들었겠죠. 자기 불행을 염불처럼 외우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아빠도 엄마랑 지겹도록 싸우다 지쳐버린거 알아요. 그런데 알아도 제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않아요. 때마다 드는 공허함도 무력감도 전부 제 몫이죠. 저는 제가 갑자기 밝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않아요. 자존감 같은 것도 솔직히 저는 너무 헛된 개념같아요. 딱히 뭐가 생겨난 적이 없는데 뭘.. 저는 제 우울에 가까운 무기력이 평생 안고 가야할 문제고 이미 제 성격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살면서 멘탈깨질 불가항력적인 일은 부지기수일텐데, 다만 이제 더는 제 시간을 이런 식으로 잃고싶지않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번아웃이 쉽게 와요.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깨지더라도 좀더 쉽게 회복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럴려면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대게 시간이 약인데 저는 그 약을 너무..남용한거같고..사람은..싫고..일은..풀리고 싶다고 풀리는게 아니고...이런거 적으면 대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데 사랑스럽지 않은데 어쩌라고 싶고...노답쓰... 그래도 스스로를 챙기려고 꽤 노력해왔는데 요새는 그것도 너무 귀찮아서..또 어느날 갑자기 다 놓고싶어질 것만 같아 차라리 놓을 준비를 하는게 나은가 싶을 때도 있고 근데 또 그러기엔 열심인 것도 같고 저도 저를 잘 모르겠는데 이런거 쓰는게 정말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너무 길어서 아무도 안읽어줄거같고요... 사람들은 이런걸 털어놓으면 마음이 풀린다는데 저는 그게 전혀 공감이 가질 않아요...털어버리기 너무 크고 오래된 감정이라서 그런가 말을 아예 안하는건 아닌데 털어놔도 전혀 풀리지않던데...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은 자기얘길 저한테 참 쉽게 얘기하는데 저는 점점 제 얘길 하는게 어렵고 해서 뭔소용인가 싶어요..ㅏ..역시 글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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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herbe02
· 3년 전
저도 아직 답을 모르고 찾아가는 중이지만, 저도 누구한테도 속얘기를 해본적 없이 살아왔지만 제 경우엔 글쓰는것이 꽤 도움이 되더라구요 상담이랑 여기서 글쓰면서 전 좀 많이 변했어요 전보다 더 잘 웃는거 같고 나자신에게 서툴게 위로도 해보면서요... 수고많으셨어요, 님 대단하세요, 그 많은 노력을 어떻게 혼자 다 해오신건지 , 지금도요 님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또 조금씩 짐을 내려놓으시며 행복해지시길 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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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atemonday
· 3년 전
아무도 안 읽지 않아요.읽을 사람은 읽고,저도 읽었잖아요.정말 많은 일이 있으셨네요.그런 상황에서 버티다니 대단하세요.스스로를 챙길 힘마저 다 써버려서 지금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하시는 것 같으신데,그럼 지금은 조금 쉬어도 되는 때에요.물론 일상이 바쁘고 해야할 일도 많겠지만,마음을 편하게 먹으시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챙기지 못한다고 괴로워할 필요 없어요.이야기를 여기에 털어놓은 것만으로 조금은 앞으로 나아갔을거에요.그리고 아픈 상황을 겪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회복 탄력성이 생긴다고 들었어요.마카님은 회복 탄력성을 아주 많이 키울 수 있을거에요.댓글을 좀 늦게 달았지만.,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