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나는 오늘도 모욕을 참으며 부모님에게 빌붙어산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스트레스|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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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나는 오늘도 모욕을 참으며 부모님에게 빌붙어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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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말 그대로다. 쥐꼬리 월급을 받고 살지만, 백수였던 때보다 훨씬 살 만해서, 나는 만족하며 살고 있는데, 부모님 눈에는, 특히 엄마 성에는 안 차는 모양이다. 내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 자기 용돈도 많이 줬을 테고, 진작 독립해서 눈에 안 거슬렸을 텐데, 내가 무능해서 집에 빌붙어 살고, 용돈도 만족할 만큼 주지 못한다. 월 180만원에, 내 적금 70만원, 청약 10만원, 통신료 2만5천원, 교통비6만원, 보험 15만원 등 그리고 남은 돈에서 엄마 용돈 10만원 드리고, 생활비 20만원은 아빠한테 드리고 있다. 아빠한테는 따로 용돈도 못 드리고 있다. 이렇게 보니, 많이 빡세긴하다. 위에 모든 기본금을 제외한 남은 돈으로 간식, 옷 등으로 소비하고 있는데, 사실 거의 먹을 것에 소비한다. 옷은 고르기도 어렵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먹는 것이었으니까. 난 2천원짜리 아메리카노로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불만, 좌절, 걱정, 분노, 슬픔 이 답답한 감정들을 단 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먹는 것. 그 습관을 들이니, 나도 모르게 간식비에 돈을 많이 쓰게 되고, 부모님은 더 못마땅해 하신다. 어떻게 먹는 거 따위에 그 많은 돈을 쓰냐며.. 부모 여행 시켜줘도 모자랄 판에, 집에 얹혀 살면서 뭐하는 거냐, 그 돈으로 빨리 돈 모아서 집 나가라고 한다... 하아...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착잡하다. 나도 부모랑 살기 싫다. 혼자 지내고 싶지만, 무능해서 나가지 못한다. 당장 나가면 고시원에서 살아야 한다. 늦둥이 딸이라고 통금도 11시로 박아두는 사람들이, 이럴 땐 나보고 나가서 살라고 하니, 착잡하다... 나가면 평생 돈도 못 모은다. 그 와중에 아빠는 오빠가 아들이라고 끔찍이 아낀다. 낼모레 40돼가는 오빠, 딱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나, 대책도 없는데, 당장의 1억 정도를, 아니면 지금 살고 있는 새집을, 오빠가 장가갈 때 집 사는 데 보태주시려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우리는 값싼 곳에서 죽을 때까지 아끼면서 살자는 계획을 잡고 계신다. 자식을 위해, 있는 재산에서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계획 짜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오빠와 내게 차별을 두는 것이 서운하다. 부부싸움을 보고 자란 나는 딱히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 비혼주의 마인드다. 그런 내게 늘 짝 맞춰서 결혼해야 한다고 강요하시지만, 정작 오빠에게 1억씩 툭툭 내어줄 마음을 내겐 내지 않으신다. 너는 네 오라비보다 약았고 꼼꼼하니까, 돈 관리 알아서 잘할 거라 믿고, 네 시집 네가 알아서 가라 라고 말씀하신다. 뭐 결혼하지도 않을 거지만, 굉장히 섭섭했다. 기본적으로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하니, 오빠가 더 부담이 클 거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계획을 짜신 것 같은데, 요즘 누가 집 사는 데 남녀역할을 나누는가. 가부장 마인드를 가진 아빠는 이런 곳에서도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나도 괜히 섭섭해지고... 한때는 먹는 거에 돈 쓰는 사람이 이해 안 갔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 그들도 나처럼 살기 힘들고 답답해서 뭐라도 먹으며 위로 받고 싶었던 걸까. 내 인생에 위로가 되는 건 한 잔의 커피, 또는 친구와의 달콤한 시간 낭비 같은 것이다. 난 그래도 그 커피를 떳떳하게 내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학생 때는 음료수 한잔 사먹기도 눈치 보이고 죄스러웠으니까... 부모님이 아무리 욕하고 타일러도, 내 돈 주고 산 커피고, 그들은 모르겠지만, 커피가 내게 위로의 존재라는 것을 나 스스로가 알기에, 난 당당하다. 그 커피 아끼는 돈으로 부모 용돈이나 주지 싶겠지만, 나한테 이게 산소라서 쉽지가 않다. 정말... 내가 무능해서 미안하다 정말.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숨 좀 쉬게 해주라. 죽지 않고 살게 좀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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