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짐이 되는 어른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대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연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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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생각이 짐이 되는 어른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대도, 꿈도, 희망도 모두 처음부터 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어린 시절의 버릇을 놓지 못하고 또 그것들을 힘겹게 좇았습니다. 가진 것은 정직하게 월세를 받아가는 작은 원룸, 그보다는 덜 정직하게 월급을 주는 작은 직장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으니 곧 직장은 제것이 아니게 되겠네요. 또 마지막으로 가진 게 있습니다. 저 자신입니다. 글을 좋아하는 제가 남아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은 그렇게 금방 기억에서 지워버리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멋진 문장들은 어떻게든 기억해놓는 멍청한 제가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죽어버릴테니 이것도 못 가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스물 여섯은 분명 많은 나이는 아닐테지요. 역사속에서 얼마나 많은 위인이 그 나이에 무언가를 결심하고 시도해왔는지 저도 매번 생각하려 합니다. 그러니 스물 여섯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정말로, 정말로 적당한 나이일 겁니다. 문제는 헌 것입니다. 이십육 년을 사랑으로, 미움으로, 원망으로, 또 희망으로 버티고 또 버틴 저는 다음 이십육 년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제 앞길은 죽음이 파놓은 구덩이가 가득합니다. 심지어 어느 때의 저라면 알아서 구덩이에 기어들어가 머리까지 묻고 파묻혀버릴지도 모르지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었는지 이제 모르겠습니다. 어떤 내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집에서 어떤 행위를 하며 어떤 글을 쓰고 싶었는지도 이제 모르겠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알고싶지도 않습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합니다. 다들 힘든 시기라고. 아프니까 청춘이고 이 시국만 지나면 저마다의 버킷 리스트를 해치우러 갈 거라고. 하지만 청년이 되기 전,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도 죽고 싶었던 저는 어떻게 될는지요? 부모 도움 하나 없이 무능한 연인을 먹여살리느라 바쁜 저는 어디까지 더 버텨야 하는지요? 이 생명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요. 그렇네요. 오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퇴사였습니다. 퇴사를 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 숨어서 조용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냥 그렇게 혼자서 영원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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