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놓고 싶어진 하루입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스트레스|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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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놓고 싶어진 하루입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Hekang
·3년 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 쌓여왔던 말들을 익명과 새벽 감성에 힘입어 풀어놓으려 합니다. 아주 길고 횡설수설하는 글이 될 것 같네요. 저는 선천적으로 여러 심리 불안요소를 타고났습니다. 예전엔 그냥 생각이 많고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중학생 이후로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고 심지어는 원인 불명의 두통과 복통까지 찾아와 병원에 다니게 되면서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체질의 문젠지 꽤 오랜 시간 약을 바꿔보기도, 용량을 늘려보기도 했지만 진전은 없고 부작용으로 몸 상태만 악화되어 고등학생 때는 손가락 까닥하기도 힘들어 결국 중퇴까지 했었죠. 이후 성인이 되어 의사도 저도 치료를 포기하게 되었고, 꾸역꾸역 일상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쯤에서 제 상태를 설명하자면 강박증과 범불안장애로 상시 극도로 긴장되어 있고 과잉 기억 증상으로 3~4살 때부터 사소하더라도 안 좋았던 기억은 전부 생생하게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불안과 트라우마가 과잉 활동 증상으로 서너 개씩 끝없이 떠오르며 심리상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받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몸에도 나타나게 되었는데, 강박/범불안으로 인한 공황장애로 특정한 이유 없이 수시로, 갑작스레 공황발작이 일어나고 하루, 한 시, 일분일초를 빼놓지 않고 두통과 복통에 시달립니다. 지병이 있어 조금만 몸에 열이 올라도 경련이 일어나고 입맛이 떨어져 음식 냄새만 나도 구역질을 하기 일쑤, 툭하면 길 가다 빈혈이 오기도 합니다. 걷고, 뛰고, 마주 앉아 웃으며 대화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면 저는 큰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할지... 오래 앓다 보니 저는 구역질이 나도 맛있다며 음식을 삼키고, 빈혈로 눈앞이 캄캄해지면 아무렇지 않은 척 더 부릅 뜨고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는 게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이것들은... 조금 억울하긴 해도 더 이상 제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보상심리라도 생긴 걸까요? 다른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을 저는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네요. 아니, 알아줄 필요 없습니다. 동정받고 도움받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별것 아닌 일처럼 깔보는 사람들... 어제도 듣고 왔습니다. '넌 건강해.' 저는 그 사람과 마주 보고 앉아있는 그 순간도 끊임없이 저만의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지금까지 저의 노력이, 아픔이 전부 무시당하고 짓밟히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저는 '건강한척하는 거죠...'하고 허탈하게 웃음 짓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화가 나진 않습니다. 그런데 '괜찮아!' 스스로 다독여도 괜찮지 않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무심히 던진 거지만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말... 제가 책임져야 할 소중한 아이들이 있어 죽고 싶단 생각은 이제 버렸지만, 너무나도 버티기 힘든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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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myo
· 3년 전
말이라는 게 참, 모를수록 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보기에 넌 건강해라는 말이 오히려 글쓴이 분의 크나큰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방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게 굉장히 어려우셨을텐데, 타인이 볼 때 전혀 괜찮아보일 정도로 나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새벽인데 좋은 아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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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kang (글쓴이)
· 3년 전
@yomyo 응원 감사합니다. 그러나 물론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건강해보인다고 했다면 저 역시 노력의 결과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 말이 저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저와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이 아프다 말해도 믿어주지 않고 별일 아니라고 코웃음치며 말하기 때문입니다. 종양이 있는 것도 붕대를 감은 것도 아니니 그들에겐 그저 꾀병으로 느껴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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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myo
· 3년 전
확실히 본인이 경험해보지 않고 겉으로 보여지지도 않아 그만한 중함을 이해 못해주는 거 같네요.. 하지만 위의 증상만 들어봐도 고단함이 충분히 느껴져요. 글쓴이 분의 노력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