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1. 내가 많이 힘든만큼 알고있었다. 너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커피콩_레벨_아이콘1230cenxia
·3년 전
기억1. 내가 많이 힘든만큼 알고있었다. 너도 힘들구나. 너랑 나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나는 어느정도 평범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이 아픔들을 숨겼고, 너는 흔히 말하는 탈선이라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밀스러운 친구였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나는 성적순으로 돌아오는 직업체험, 혹은 다양한 혜택을 너에게 몰래 돌려주곤 했고, 너는 귀신같이 내가 유난히 우울하거나 긴 겉옷을 걸치고 올때면 사물함이나 책상에 간식거리나 연고와 밴드를 넣어주고는 했다. 조용한 친목이었던 만큼 반이 갈라지니 가뜩이나 가늘게 연결되있던 관계는 천천히 멀어졌다... 정말 간만에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혹시 천문대 가는 자리를 양보해줄수 있겠냐고, 드물게 정말 양보하고싶지 않았다. 별과 검은 밤하늘을 좋아했으니까. 거절을 했지만 마음에 걸려 결국은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하자마자 양보하겠다는 문자를했다. 다음날 아침일찍 등교를했는데도 불구하고 책상에 좋아하던 초코우유와 자주먹던 빵이 놓여져 있었다. 그것을 우리만의 감사표시였고 수락의 의미였다. 그날 저녁 야자시간 묘하게 교무실이 소란스러웠다. 간간히 너의 이름이 들리는것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본능적으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실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떤 느낌인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겠다. 그때도 지금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하는 탓인지 감정이 죽은 탓인지. 담담한 내가 혐오스러웠다. 분명 먼저 그렇게 자리를 넘겨달라고 부탁한적은 없었는데, 처음이었는데, 저의 야자실 책상 위에 놓인 우유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많은 시내 옥상에 혼자 술을 마시고 뛰어내린 너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걸까...무슨생각을 했던걸까. 너와 나의 관계가 얇고 흐릿했던만큼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만큼 나에게는 너의 빈소를 찾아갈 어떤 핑계도 없었다. 하다못해 같은 반이었다면...유난히 힘든 요즘 네가 챙겨주던 우유와 간식들이 가끔 생각난다.
공허해우울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따옴표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