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구원같은 건 없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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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원같은 건 없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mmppl
·3년 전
나름의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가난한 이 형편에 진료를 받을 돈이라곤 없어서 무료로 검사받는 곳도 알아보고 했는데 엄두가 안 난다. 나를 경멸할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상담까지는 가능해도 약물치료부터는 부모님 동행이 있어야 하고 약물값은 개인이 부담해야한다. 당연한 거다. 그래서 엄두가 안 난다. 엄마는 내 몸이 아프더라도 참아 원래 그런거야 라고 하시는데 마음이라고 예외일까. 단 돈 몇십만원도 없어서 오빠에게 대출을 권해보는 우리 엄마. 우리 때문에 돈을 버는 엄마. 연민이 느껴지는 와중에 아직 사회 초년생인 오빠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엄마에게 정말 남 생각은 안 하는 구나 싶다가도 다시 연민이 느껴진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 다니던 내가 지금은 하나도 다니고 있질 않다. 친구들은 왜냐고 물어보면 나는 변명하기에 바빴다. 오늘은 드라마를 보는데 난데없이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근데 참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들은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려고 하는데 나는 왜인지 모르게 숨기고 싶어했고 그래서 늘 숨겨왔다. 자기객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온갖 자료들, 영상들을 찾아봤다 하지만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모든 정신질환들이 날 가르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글도 다 소용없을 거란거 안다. 난 이런 글을 수십번 여러 번 여러 곳에 올려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나는 매번 무슨 답변이 돌아올건지 알면서도 또 희망을 품었다. 작년 12월인가 나랑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나를 좋아했고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그 친구가 나를 좋아할 때엔 그 친구의 좋은 두뇌를 난 질투했고 탐냈고 혹여 무슨 방법이라도 있을까 캐물었지만 알아내지 못 했고 계속 되는 아이컨택과 어떤 생각으로 쳐다보는 지 알 것 같은 그 표정. 끈질겼다. 6개월 동안 내가 정말 모질게 굴었다. 그 애는 상처를 받고도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고선 다시 응시하고는 다시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결국 한계에 다다랐는지 나의 말을 꼬아서 듣기 시작했다. 기회다 싶어 연을 끊었다. 그 친구의 잘못으로 끊어진 관계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끊어버렸다. 그 친구도 아마 깨달았을거다. 이토록 내가 바라던 것인데 이상하게 그 친구와 멀어진 뒤로 난 매일매일이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에겐 항상 착한 척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그 친구에겐 내 속마음 그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로 손에 짚이는 대로 살았을 뿐이다. 나에게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을 수 있었던 친구를 잃고 나서야 나에게 정말 소중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친구가 나를 좋아하기 이전의 기억들이 떠올라서 지금이라도 다시 잡을까 싶다가도 다시 그 친구가 날 좋아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은 접혔다. 그 친구가 그때에도 날 좋아했다가 말았다가 그랬기 때문이다. 친구로 지내기엔 정말 적합했다. 이상적인 친구였다. 하지만 그 이상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가 단순히 동성이어서가 아니라 너라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거야. 근데 어쩌면 이런 말들도 다 모순일지 몰라. 너를 그저 감정쓰레기통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러면서 또 미안해 그와중에 얼마전 학교에서 쓴 롤링페이퍼를 집에 가지고 와보니 그 친구가 쓴 글에 화이트 자국이 있길래 뒷면에 후레쉬를 비추어 확인해봤다 정말 후회밖에 안 했던 것 같다고 적었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우울하게 보냈다 울기도 했었고 난데없이 죄책감이 늘고 학교에서는 웃으며 지내다가 집에만 오면 슬퍼지기 마련이었다 신경도 안 쓰던 내신이 너무 불안하고 걱정되어서 기말고사 준비에만 100시간을 넘게 투자했다. 매일매일 복습했다 까먹을까봐. 결과는 좋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내 한계는 어디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는 울때 이명이 같이 들리는 건 익숙하고 씻을때 환청이 들리는 건 적응이 안 되고 엄마 휴대폰에 벨이 울릴때면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는 것도 적응이 안 되고 내가 옷을 언제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휴대폰을 가지러 나왔으면서 나 왜 나왔지? 기억을 더듬어보고 대화를 하다가도 멍을 때리고 이젠 입맛이 아예 없어져버려서 아무 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 소화도 안 되니까 변비에 걸리고 글자를 잘못 읽고 글을 쓸때에도 번역기 이상하게 돌린 것 마냥 갑자기 중간에 뭔가를 지워버린 것 마냥... 상태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안 좋아지고 있는데 이게 다 내 착각이라면? 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내가 이렇게 사는 건데 이걸 우울증에 따른 현상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남들이 보기엔 그냥 중2병이지 않을까. 내 친구들은 고등학교 내용 선행도 하고 학원을 하루종일 다니면서 시험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잘 본다 나는 너무 부럽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욕심을 부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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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flower
· 3년 전
긴 글을 다 읽고 무슨 말을 써야할까 몇분을 고민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혼자 고민하고 참고, 아닌 척 하느라 많이 힘들었겠다.'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마음이 힘들다고 하면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말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모두 다 같은 사람들이 아닌데 말이죠. 그래도 글쓴이님은 어린 나이대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네요. 저는 그러질 못해서 20대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알아채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2개월정도 약물치료를 하다가 약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여 예비약만 구비하고 선생님의 판단으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라고 하여 꼭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사고가 남아있다면, 그 원인을 제거할 용기가 있다면 꼭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합니다. 전 약만 먹으면 괜찮아질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믿음은 허상이었어요. 2개월동안 변한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 시간동안 돈만 쓰고 있었던거죠. 그래서 약보다는 나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약을 먹었던 2개월보다 약을 먹지 않은 2주가 저에겐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문상담사가 아닌 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말로 글쓴이님이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내일은 조금 더 살만한 날이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