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2002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대학생|죄책감|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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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owen1346
·4년 전
오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2002년 월드컵때 분양받아 올해까지 18년을 함께했습니다. 정말 하루종일 울기만 한것 같습니다. 간소하게 장례식을 하고 화장을 한 이후에 집에서 아이가 썼던 용품들을 정리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2002년, 그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고 하루 일과가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아이를 보는 시간보다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주말에는 학원 혹은 학교자습을 하러 간 탓에 아이와 많이 못 어울렸습니다. 대학생이 되고나서는 선배들이나 동기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하면서 번 돈을 전부 아이에게 투자했습니다. 좋은 옷, 영양만점의 사료와 간식, 새로운 장난감 등등...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해주면서 저 스스로 아이에게 잘해주고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나 만들고 있던거 같습니다. 취직을 하고나선... 아이는 점점 잊혀졌습니다. 그래도 고향에 내려갈때마다 늘 꼬리를 흔들면서 저를 반겨줬습니다. 정말 죄책감이 많이 느껴졌지만 그때뿐... 또 일에 치이다보면 또 그 죄책감은 잊혀졌습니다. 2020년 8월, 코로나19로 인해 제가 다니던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저는 고향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본 아이의 모습은... 귀가 멀어 제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고 눈이 멀어서 집안 곳곳에 부딪히고 다녔으며 치매에 걸렸는지 제가 손을 내밀면 으르렁 거리며 제 손을 물기도 했습니다. 산책을 시켜주려해도 뒷다리에 마비가 와서 잘 걷지도 못했습니다. 그제서야 전 제가 무슨 짓을 저질러왔는지 깨달았지만 인과응보라고 전 저의 무책임함에 대한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약해져가며 꺼져가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속 한가운데로 비수가 날아왔고 늘 가슴에 통증을 앓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이는 제 품에 안겨 제 얼굴을 한번 보더니 그대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정말 전 제 자신에게 많은 분노를 느꼈습니다. 온갖 핑계를 대가며 아이와 어울려주지 않다가 아이가 떠날 때가 되니 그제서야 어찌 할줄 몰라 발버둥치는 꼴을 보니 정말 저 자신에 대한 경멸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이가 절 원망하며 떠났어도 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어떤 인간이었던지 간에 늘 꼬리를 흔들면서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절 바라봐주던 아이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이어지게 될까요? 저는 좋은 주인이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짜증나슬퍼화나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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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zzzzhg
· 4년 전
저도 11살 개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가 너무 슬프네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반려견은 끝까지 주인을 좋아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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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lub1004
· 4년 전
저도 59일 전 13년키운 반려견을 보냈습니다. 제가 데려온 아이는 아니지만 자식같이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에 일에치여 돈으로만 해주고 사랑표현만 많이 해줘서 죄책감이 많아요. 좀더 많은시간 함께하고 더 돌보았어야 했는데 보일때만 무한사랑, 좋은거로 듬뿍정도.. 제품에 안겨 간것도아니고 아이 혼자 무지개건너 너무 마음이 아파 공감됩니다. 힘내세요 사후에 꼭!! 만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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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en1346 (글쓴이)
· 4년 전
@zzzzzzhg 위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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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en1346 (글쓴이)
· 4년 전
@tonlub1004 그렇죠? 훗날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