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이야기」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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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소녀의 이야기」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것은 잔잔히 내리쬐는 햇빛 때문도, 청량하게 노래하는 새소리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항상 그랬다는 듯 눈이 떠졌을 뿐이다. 그곳은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늦게 일어나는 편은 아니었으니 조금 늦은 아침쯤이려나. 아직은 몽롱한 정신으로 눈만 이리저리 굴려보니, 저만치에서 소녀가 벽에 기댄 채 입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가만히 시선을 흐리고 소리에 집중해보니, 소녀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부른다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못 부른다고 치부하기엔 아까운 목소리였다.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나는 한동안 소녀의 노래를 듣다가, 노래가 끝난 듯 하자 시선을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거기서 소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소녀는 내가 깨어난 걸 눈치채곤 부끄러*** 몸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 픽 하고 숨을 내뱉었더니, 소녀의 얼굴이 더욱더 빨개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녀는 쭈뼛쭈뼛 내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저, 그...' 나는 소녀가 아까 그 일을 말하려는 것인지, 어제 하다 만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려는 것인지 몰랐기에, 잠자코 있었다. 그랬더니 소녀는 다시금 그녀의 기억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기 시작했다. '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맞아, J랑 B. 어떻게 시작할까요, 무슨 말로 시작해도 어색할 거 같네요. 나도 참, 왜 거기서 이야기를 끊었담.' 소녀는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짓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쨌든, J와 B가 바람나고, 둘이서 두근두근 청춘물을 찍고 있는 와중에도, 저는 J에게, 추하게도 매달려 있었죠.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사랑하면 다 그러잖아요. 경기장을 달리는 경주마처럼 옆도 뒤도 못 보고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만 하죠. 그 앞이 아***트인지, 비포장도로인지도 모른채로. 제 경우엔, 운 나쁘게도 자갈과 가시덩쿨이 널려있는 비포장도로였죠. 그 때문에 자갈에 발이 까지고 가시에 다리가 긁혀도, 저는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여기서 포기하면, 이도저도 못한채 서서히 죽어갈 걸 너무 잘 아니까. 끝까지 가면 평탄한 아***트 대로가 나올 거란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서 '어쩔 수 없어' 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모든 걸 모른체해버렸죠. 결국, 그 끝은 낭떠러지였지만요. 그래요, 제가 바랬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비포장도로가 자기 혼자 아***트로 바뀔 리가 없겠죠. 그걸 방해하는 자갈과 가시덩쿨이 있다면 더더욱요. 가끔 옆으로 지나가는 차 몇 대쯤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겠어요, 저에겐 앞쪽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뒤늦게 앞으로 지나가는 차를 발견해도, 때는 늦었겠죠. 그들은 나를 기다릴 만큼 기다려줬을테니까. 아, 쓸데없는 말이 너무 길었죠? 그냥, 간단히 얘기하자면 친구들 얘기 무시하다가 결국 최악의 엔딩을 맞았다는 거예요. 정말, 이보다 더 최악일 순 없는 엔딩이었을 거예요. 비록 울지는 않았지만, 이것 때문에 제 마음이 산산조각 난 사건이 생겼으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소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내가 듣기에도 꽤나 괜찮은 비유였다. 소녀가 글을 썼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잠시 상상도 했다.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소녀는 입을 열었다. '저, 소설 쓰는 거 되게 좋아해요. 물론 제일 좋아하는 건 그림그리기지만, 제가 웹툰을 그릴 순 없으니 글로라도 제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거죠. 아, 이건 잡담인데 괜찮을까요?' 나는 안 될것도 없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녀는, 아까보다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있죠, 저 무슨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를 봐도 무조건 서브커플만 좋아해요. 이게 무슨 소린가 하시겠지만 전 그 점이 꽤나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때문에 구글에 커플 이름을 검색해도 메인 커플 사진만 나오긴 하지만, 그림은 제가 직접 그리면 그만이죠. 서브커플들은 이야기도 많이 안 나와서 제가 이야기도 지을 수 있고요. 어쩌면 전, 시작부터 결말까지 정해져 있는 주인공보다, 가능성이 무한히 널려있다는 이유로 서브 캐릭터들을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정적. '아하하, 이번 건 좀 억지였다. 그쵸? 제가 생각해도 너무 지어낸 이유였어요.' 소녀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일부러 과장해서 웃었다. 나는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여기서 갑자기 진지해지는 것도 좀 그러니, 그냥 가만히 있었다. '어, 웃었다!' 나는 갑작스런 소녀의 말에 눈썹을 조금 올려세우곤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내 입가를 가리키며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와! 나 그쪽 웃는 거 처음 봐요. 아니지, 아까도 웃은 거였나? 아니야, 그건 비웃은 거라고 쳐요. 아무튼, 내가 그쪽을 웃길 날도 다 오네요. 신기하다.' 소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내곤 혼자 기쁘다는 듯이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그 모습이 어쩐지 주인에게 칭찬받고 좋아하는 강아지 같아, 난 한 번 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나에게도 아직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구나. 이 소녀와 더 같이 있으면 다른 감정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언젠가 소녀를 놓아주어야 할 존재이다. 욕심을 부려선 안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가강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것이 언제였던가. 아아, 난 이만 생각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모든 생각들을 머릿속 저편에 밀어놓고, 나중에 하나씩 꺼내보기로 하였다. 나에게 생각할 시간이라도 주듯이, 소녀는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그리곤 소녀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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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ywblsm (글쓴이)
· 4년 전
어우 이번건 좀 길어졌네요^^7 갑자기 감성에 젖어가지고...ㅋㅋㅋ그래도 재밋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