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기가 힘이 듭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불안|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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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가 힘이 듭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rladuwls19
·4년 전
안녕하세요 25살 백수입니다. 4개월 전 인턴을 마치면서 꿈 포기 선언을 했어요. 이제는 그 일에 더이상 도전하지 않겠다고요. 사실 인턴을 하기 전부터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준비를 하면 할수록 제가 너무 능력이 없는 것 같고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평생의 업으로 삼기엔 제가 가진 게 많이 부족하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인턴 기회가 생겼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해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인턴 생활은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선배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연장 제의까지 받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너무 공허하고 힘들었습니다. 짬이 생길 때마다 회사 비상구 계단으로 도망쳤습니다. 그곳에 혼자 있으면 마음이 편했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면 재밌었던 시간도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땐 백마디 칭찬보다 한마디 지적이 더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전부 스스로 동의가 됐거든요. 결국 연장 제의를 받은 날 그 일을 포기하겠다 결심했어요. 회사에서의 제 미래를 떠올리면 비상구 계단으로 도망치는 모습밖에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금방 제 길이 생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벌써 무방비 상태로 지낸 지 4개월입니다. 초반엔 열심히 할일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대학생 활동 사이트도 들여다보고, 취업 사이트도 열심히 기웃거렸지요.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다가도 문득,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잠을 자려다가도 문득, 불안해지더군요. 다들 취준한다고 자소서도 쓰고 스터디도 하는데, 나는 하고 싶은 거 하나 없이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주일을 고민하다 아는 선배를 찾아갔습니다. 인턴 끝나고 한번 선배 직장으로 놀러오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혹시 나에게 뭔가 기회가 올까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사자리에서 선배가 그러더군요. 기왕 준비한 거 더 해보고 정 안될 때 자기를 찾아오라고.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아 이렇게 뭔가를 바라면 안되는구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겠다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까,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이력서도 몇번 써봤지만 별로 마음이 안 가고 그만큼 결과도 안좋더라고요. 시작하기 두려운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했던 활동들, 공모전, 인턴들, 공부들이 전부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하니 다른 일도 마찬가지로 끝나버릴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일을 찾아서 시작하고 싶은데 문제는 그 일이 뭔지 정말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한 길만 바라보다가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아요. 단순히 잊기만 했으면 다시 찾으면 될텐데, 제가 그 길을 가는 데 최적화된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나봐요.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아예 모르겠어요. 매일 이런 생각만 하다보니 스스로가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내 인생을 하나의 극이라고 한다면 분명 내가 주연이어야 할텐데, 거기서마저 제가 보조인 느낌이에요. 이제는 제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어떨 땐 제가 남처럼 느껴져요. 그럴 때면 이 인생도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소중한 사람들한테마저 질투를 느낀다는 사실도 괴로워요. 주변 사람들 전부 자기 길을 열심히 가는 기특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도 그 사람들 얘기를 듣기 너무 괴롭습니다. 자괴감이 들고 박탈감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자꾸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이제는 일상의 작은 활동을 하는 것마저 힘이 듭니다. 밤에는 자고 싶지 않고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고 싶지가 않아요. 책상 앞에 앉아서 한두시간 감정을 집어넣고 나서야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하루는 인턴 시절 썼던 일기를 쭉 훑어보는데 너무 괴롭더군요. 분명 그 일엔 미련이 남아있지 않은데 그 시절 제 모습을 보기가 너무 힘들어요. 저는 이미 그때의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런 데 시간을 허비하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아침에 멍하니 있는 동안에도 분명 많은 또래들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을텐데. 저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하는 게 너무 힘이 들어요. 책을 읽으려고 해도, 일단 노트북부터 열고 시작해보려고 해도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슬퍼요. 예전엔 대화를 하는 일도, 생각을 하는 일도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것도 보고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 점점 텅 빈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요. 다시 뭐라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다시 길을 찾고 싶어요. 잘 살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막막합니다. 이런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다시 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긴 글을 올려봅니다.
의욕없음무기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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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ngeng
· 4년 전
심적으로 지쳐보이시는거 같습니다. 글을 쭉 읽어보니 작성자님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위해 쭉 달려오셨어요 남들은 이나이에 이정도까지 해냈다 나는 왜그러지못할까 라는 의문은 저는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가 살아가는 시대는 노년때 어떤 일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도 가져야하는 시대입니다. 근데 이제 25살,어떤 일도 시작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꽃다운 나이에 너무 급한 마음을 가지시는거 같아요 이럴때 일수록 돌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었던 취미나 일을 해보세요,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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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s
· 4년 전
25살은 그런 나이인가봐요.. 보편화하고싶진않지만.. 제가 느낀 감정들이랑 비슷해서요 저도 25살이에요:) 굉장히 어른이 된 것만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내 자리 하나 없다는게 참 서글프기도하고 조급한 나이같아요. 저도 조급함에 이것 저것 시도하고 안되니까 바로 포기해버렸어요. 제겐 시간이 없다생각했기때문에.. 그러나 20대 후반, 30초반의 분들은 25살은 아직 어리고 갈 길이 구만리라고 말하더라구요. 앞으로 가야할 길이 9만리면.. 조금은 여유롭게 생각하고 꿈을위해 노력해도 되지않을까요?.. 천천히 올라가도 정상에 갈 순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