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아빠, 내 동생 만약 이걸 직접 보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왕따|불행|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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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안녕 엄마, 아빠, 내 동생 만약 이걸 직접 보고 있다면, 나는 우리 가족 곁에서 사라진 이후겠지? 아마 미리 예고를 하고 가진 않았을 테니까 미리 사과할게:) 말도 없이 가서 미안해. 내가 안좋은 선택을 했다면, 그때의 나는 버티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어서 그랬을거야. 너무 원망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그냥 수고했다고 안아줬으면 좋겠어. 내 기억 속의 나는, 항상 주변 어른들에게 똑똑하다고 칭찬받고, 친구들에게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사는 아이였어. 당시 다른 분야에 있어 뛰어나지 못했던 내가, 항상 비정상적이게 큰 키로 놀림이나 받던 내가 유일하게 공부에 두각을 보이니 나를 보는 시선이 모두 달라지더라. 어렸을때부터 그걸 인지하고 공부에만 더 매달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부를 내 존재의 이유로 삼을 만큼 내게 큰 부담이자, 스스로에게 유일하게 걸 수 있는 모순적인 기대로 다가왔어. 그렇게 이름있는 특목고에 입학했는데, 아마 내 불행의 시작은 여기부터였나봐. 엄마,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내 자신은 결국 오만이고, 착각이었어.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었고,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은 전국에 널리고 널렸던거야. 처음엔 다시 주변으로부터 무시받게 될까 무서웠고, 내가 뛰어나지 않다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얼마나 발악했는지 몰라. 안되는 집안 형편에 대치동 학원까지 다니며 다시 올라가려 안간힘을 썼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거짓으로 꾸며낸 나의 이미지를 보여주어 누구든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들었어. 그렇게 잘 버텨오고 있고 이젠 성적도 회복되어 다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봐. 요즘 문득 '다시 이 위치까지 올라오는데 우리 집안을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을까, 누가 나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게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까지 얼마나 잔인하게 몰아갔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내가 만들어낸 나의 거짓 이미지에 잠식되고, 실제로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착각까지 하게 돼. 너무 무섭고 괴로워. 솔직하게 말하면 나, 지난 3년동안 입에 담지 못할 일들 많이 저질렀어. 계속 성적 견제하고 시비걸며 나를 건드린 애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것도 나고, 거슬리던 애 관련 악의적인 소문을 모아 걱정하는 척 다 알려줘서 애 멘탈 부숴버리고 왕따 주동한 것도 나야. 엄마, 난 공부를 내 의지로 한 걸까? 늘 공부가 내 적성이라고 떠들던 내가, 실제로 공부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지난 날의 나의 과오들, 집안에 주었던 경제적 부담, 친구들에게 줬던 압박감 등등 죄책감과 공허함, 허망함 등이 뒤섞여서 괴로워. 살고싶지 않아. 이렇게 쉽게 무너져서 미안해. 폐만 끼치고 빨리 사라져버릴 나를 자식이라고 키우지만 않았어도 엄마아빠는 더 자유로운 삶을 살며 하고싶은 일을 하고, 우리 예쁜 동생에게도 더 많은 지원이 갈 수 있었을 텐데. 평생 사죄할게. 먼저 가서 기다릴테니까 셋은 예쁘게, 오래오래 살다가 천천히 와. 내 얼굴 보기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도 괜찮아. 항상 사랑하고 미안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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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TY
· 4년 전
#안녕 나의 친구. 생명있는 모든 것은 위험 속에 산다.고 드라마에서 그러더라. 주인공이 실수로 친구를 죽게하고 삶을 포기하려한 순간 우연히 어떤이와 신분을 바꾸고 새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였어. 주인공은 가끔 저 글을 떠올리곤 해. 나도..그랬어. 글세, 지금의 너의 상황이 사방에 막혀있어서 저말이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어. 나도 예전엔 남들 다 힘들다..란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거든. 그렇지만..절망의 끝에서 그것이 내가 끝나야 끝날 것 같은 순간에 난 저말을 떠올렸어. 내일은 더 아플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예쁘게 추아받기만하는 저 나비가 금새..사라지는 생처럼, 지금의 내생을 나는 금새 사라질 생일지 모른다생각하면 지금이 살아지더라구.. 나는 그랬지만, 너는 또한 다르겠지. 잠시..상처받고 상처내서 더 두렵고 아픈 너를 위해, 너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져봐도 좋아.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길때까지 나를 쉬게해줬어. 쉼없이 애쓴 너를 향해..너도 선물을., 휴식을 주어도 좋겠어. 이별은 아픈 거라서.. 그 이별은 조금 미뤄두고 말야.. 오늘 반가웠어. 나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