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행복하고 싶었어요. 글을 썼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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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정말, 정말 행복하고 싶었어요. 글을 썼어요. 참, 정말 사람들 기억 속에 남을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재미있어 찾아보게 되는 글,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글. 주제가 명확하고 교훈도 있는데다 스토리도 좋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인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런 재능도 없었고, 노력과 끈기도 부족했어요. 아무한테도 읽히지 못 하는 글자혼합물들만 잔뜩 남아 수첩과 노트, 컴퓨터와 핸드폰 저장공간 한 구석에 쳐박혀버렸죠. 여전히 미련이 남아 글을 쓰고 있지만 이제는 한 편, 단편 소설조차 써내리기 힘드네요. 그래요, 맞아요. 노력이 부족했던거예요. 하지만 노력해도 제가 바라는 곳에는 절대 닿지 않을 것이란게 명확히 보인다구요. 책 한권 내지 못 한 아마추어로 남을 것이 보였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죠. 노력이 부족해. 맞는 말이예요, 맞는 말인데. 맞는 말이지만 문장에 부족한게 있어요. 노력이 부족한게 아니라, 노력'도' 부족한 거였어요. 저는 작가가 아니었어요. 한낱 평범한 사람이 글쟁이 흉내를 낸거죠. 글쟁이조차 되지 못 한 흉내꾼이었던거라 생각해요. 그런데도 미련을 못 버린 스스로가 한심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사람들이 찾아 읽고, 보면서 웃고, 진심으로 눈물흘릴 수 있는 글을 쓰고싶었던게 저라는 사람인데요. 말 그대로 미련이예요. 미련이지만 저도 알고 있지만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버려지지 않는 미련이네요. 음, 그 다음은 돈을 많이 갖고 싶었어요. '아주 많이'는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냥 남들 앞에서 나 이 것 밖에 못 벌어, 나 모아놓은 돈이 이 것 뿐이야.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면 됐어요.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저는 좀 힘들게 살았어요. 사실 엄청 힘들게 살았던 것도 아니고 기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약 5년간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 때 든 생각들이 참 많았는데, 결국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죠. 돈이 있었으면 똑같은 일로 힘들더라도 조금 나았겠네, 하는거요. 방구석에 틀어박혀도 곰팡이 피고 벽이 부숴져 주저앉은데다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시골 산동네 우리 집보다는 큰 집의 발코니 딸린 다락방이 좋았어요. 스트레스가 쌓여 산책을 나가더라도,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털이 상태로 새벽 산책로를 걷는 것보다는 밤 중에도 열려있는 가게들에 들어가 시간을 떼우는게 나았죠. 옷도 더 깔끔하고 좋은 걸 입을 수 있었고, 돈이 있으면 아무튼 안 좋은 일들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똑같이 우울해서 혼자 울고있어도 달동네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것보다는 부잣집 아파트 계단에 주저앉아 우는게 낫잖아요. 돈이 있으면 어른이 되더라도 기회가 많겠구나. 돈이 없으면 나이를 먹더라도 기회가 없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25살이 된 지금 남들 눈에는 시간은 충분해보이겠지만 제 수중엔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갖고싶은 것도 없이 삭막하네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도, 그걸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아요. 사다리는 없잖아요. 배우지 못 한 것은 할 수 없어요. 제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은 바닥을 기는 거지, 사다리를 오르는 법을 배운 적은 없었어요. 저는 뛰어오를 수 있는 메뚜기가 아니예요. 저는 노래할 수 있는 귀뚜라미도 아니었고 저는 날아오를 수 있는 나비도 아니었어요. 저는 더러운 곳에서 살고, 나는 법을 배우지 못 한 바퀴벌레였어요. 그 외에 하고싶었던게 있었느냐고 하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젠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어요. 음, 운동 정도? 근데 그 것도 때는 지나갔죠. 운동신경이 엉망인 저로선 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했고. 그냥 그래요. 뭐...저도 사실 이 글을 통해 뭘 말하고싶었던건지 잘 모르겠어요. 잘 살고 싶었는데 어느 새 25살이 되었고 아무 능력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제대로 배운 것도 없고 할줄 아는 것도 없는데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제 스스로의 미래를 아무리 그려봐도 10년 전의 제가 원하던 미래의 발 끝에도 못 닿기 때문인 것 같아요. 10년 전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그냥 죽으라고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자기가 죽겠다고 하거나. 10년 전의 저도 한심했고 지금의 저는 더욱 한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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