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도 결정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진로|학업]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선택도 결정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heureux0
·4년 전
저는 24살. 현재 지방대 졸업을 앞둔 사람입니다. 4년재에 사범대를 졸업할 것이기에, 교사가 될 수 있는 과목의 자격증을 두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교사를 꿈꿨던 건 12살 무렵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며 교사는 제 꿈이자, 주변이들이 강요하는 제 미래가 되어갔습니다. 중증장애와 고아라는 현실을 제게 인식하도록, 어른들은 여러 가지의 말들로, 교사만이 제 길이 되어야 함을 세겨넣으셨습니다. 너의 환경을 생각해라, 니가 가진 장애로 하기엔 교사가 제일이다, 그냥 너는 교사로 안정된 길로 가라, 이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은 니가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 교사를 하면 좋겠다. 이런 말들을 들으며 제 한계란 결국 여기까지인가, 내가 가진 중증장애와, 고아인 내 환경에서는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이 최선인 것인가, 나는 이렇게 마치, 컴퓨터로 조작하는 로봇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나. 이렇게 살면 어른들이 바라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돼 있을까. 등 답답한 마음을 느끼고, 내 삶인데 왜 내가 없는 곳에서 나의 방향을 정하나.와 같은 무력감과 박탈감을 느꼈습니다. 저를 걱정하는 어른들에게 제 삶이니 억지로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한 이유는, 제가 있는 시설과 관련된 다른 기관들에서까지 제 미래를 논하고, 제가 밟아 나아갈 땅을 결정하고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즉 반대할 힘도, 당당히 말씀드릴 용기도, 없어져버렦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삶을 존중하며 믿음으로 지지한다 느꼈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직책이 높은 분들께서 설계하고 있었다는 것, 그에서 오는 배신감과 허탈감에 며칠을 앓았습니다. 내 꿈에서 시작한 출발점이, 어느새 나는 없고 주변인들의 마음으로 채워진 셈이었습니다. 대학을 준비하며, 내 꿈이 교사라서 선택한다의 마음보단, 당연히 너는 교사지, 그래 생각 잘했다. 너같은 사람이 뭘 하겠어? 열심히 공부해서 모교에 오든, 임용을 보든 해라. 와 같은 말씀으로 사범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학업에 충실히 살며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교사가 맞는지, 강요에 의해 압박과 부담감에 의해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시기가 올 때마다, 저를 놓지 않은 주위 어른들은 제 환경을, 제 장애를, 인식시키며 저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가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저는 모교에서 교생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식 학교엮기 때문에, 모교의 모든 교사분들은 저를 다 알고 계셨고, 제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셨습니다. 부담이란 말엔 담을 수 없을만큼의 부담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교생으로 지낸 한달은, 제가 먼지가 되기에, 너무나 충분하고도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존감을 돌볼 수도, 조금 더 존중해달라 말씀드릴 수도, 내가 존재하는 교생이란 순간이 없었으면 한다는 말씀들에도, 그저 웃고 죄송하다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못한 점들이 분명 있었고, 교생을 감당하는 분들의 힘겨움을 직간접적으로 듣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생이 있음에도 들려오는 귀엣말과, 물질적인 것에 대한 바람들, 공기의 한끝이라도 마시고 사는 것에도 죄인이 된듯한 느낌과 각종 악의적인 시선들에, 제 한달은 몸도 마음도 버겁게 지나갔습니다. 그 후 다른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지만, 주위에서는 위의 강요들을 지금도 제게 세기고 있습니다. 제가 느낀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한달은 제 신념을 무너지게 했고, 너는 그러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도, 제가 듣고 배운 것들에 어찌 물들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게 했고, 지금도 모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교생실습 마지막날 후련함을 느끼며, 이 먼지가 된 세상을 벗어난다고만 생각한 제 스스로가 소름끼치도록 혐오스러워, 은사님들이자 선배 교사들을 마주하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 그렇습니다. 사실 새로운 꿈도 그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그들이 바라지 않는 삶을 걸으려는 저를 쓸모 없다 느껴 버림받을까 무섭고, 은혜 갚을 줄 모른다는 말들을 들을까 온 몸이 죄책감에 잠기는 시간들을 버티고 있습니다. 저는 남들이 바라고 원하는 삶을 살아야 되는 걸까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돈을 벌어 그 꿈을 이루는 것을 노력하고 도전해도 될까요? 인생 선배님들의 말을 거부한다는 것, 아니 제 삶을 만든 어른들의 말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섭고, 버림받는다는 트라오마에 시달리는 제가 너무나 싫습니다. 한편으론 겨우 한달에 무너진 제가 너무 밉기도 하고, 이것도 저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24살 지금의 제가,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이것밖에 안되나 싶기도 합니다. 고민들에 눈 뜨는 것이 싫고, 이렇게 어려우면 숨을 멈춰도 좋겠다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며, 그러다 누군가는 바랐을 호흡이기에 미치도록 죄송스럽다가... 결국 마음이 죽어가는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힘들다혼란스러워불안해엔젤링무서워무기력해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따옴표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