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내년에 26살인데 해 놓은게 없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폭력|취업|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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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내년에 26살인데 해 놓은게 없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jbh7776
·4년 전
안녕하세요, 내일이면 2020년이니 26살이 되는 여자입니다. 말 그대로 해놓은 것이 없어요. 이때까지의 삶은 다 벌려놓은 걸 마무리 못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었거나 아니면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 일들 뿐이었습니다. 원인은 오래 겪어온 우울감과 무기력입니다. 그 우울감과 무기력의 원인은 가정환경이구요. 이번 년 하반기 졸업생으로 졸업한지 반년입니다. 이것 저것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곤 했는데 결국 제대로 한 건 없어요. 이제 슬슬 아버지가 학교 다닐 때 뭘했냐고 ***에 할 줄 아는것도 없는게 맨날 쳐자빠져 잠이나 자고 하는게 뭐냐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냅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아무 것도 못했어요. 어렸을때부터 아버지는 엄마와 저와 여동생한테 일방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를 자주냈습니다. 물론 당신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대부분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놓고 가족에게 공유해주지도않으면서 그걸 지키지 못한 가족구성원이 할 줄 아는게 없다, 멍청하다(멍청해서 자기가 생각한대로 행동을 안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어요. 자신이 가장이니 우리는 의견을 내면 안 되고 무조건 따라야한다, 기어야한다 이런 식으로도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그러지않지만 예전에는 싸우거나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갑자기 폭력을 행사했고요. 싸움의 원인이 주로 돈 문제였기때문에 저는 아무것도 입지도 먹지도 하지도 않는 것을 택한 것 같아요. 학창시절 내내 웬만하면 사복을 안샀습니다. 대학교가서도, 교복은 없으니 사복은 사더라도 밥은 웬만하면 굶고...어쨌든 그냥 아무것도 하지않기를 택했습니다. 자격증도, 운동도 다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제가 그 과정에서 돈을 들이면 이게 뭐하는 거냐고 혼이 날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그렇다고해서 저한테 사사건건 관섭하는 사람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중고등학교때도 대학교때도 제 성적에도 관심없고, 과에도 관심없었습니다. 그냥 대학에만 들어가면 됐고 졸업만 하면 됐습니다. 그래서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아무것도 하지않고 현실을 도피했어요. 원하는 걸 몰라서 어떤 장단에 맞출 지 몰라서 아무것도 못한 건데...생각해보면 그때 영리하게 표면적으로 요구한 것(대학입학,졸업)만 하고 그 외엔 자유롭게했어야하는데 그 외에 말하지 않는 기준과 선이 있을 것같아서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요. 바보같았네요.. 너무 억울해요. 그냥 제 행동의 기준이 '관심받지 않고 혼나지 않는 것'이 된 것같아요. 대학생정도나 됐으면 알아서 했어야하는거아니냡니다. 왜 니가 게을러서 아무것도 안하고 이제와서 아빠가 뭐라할까봐 무서워서라는 핑계를 대냐고. 이 성향때문에 인생을 손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가장 막막한건 저 자신인데 원인이 되는 사람이 제게 이러니까 너무 갑갑해요. 무조건 남탓하려는게아니예요. 아무것도 안한건 거짓말이 아니니 제게 닥친 문제인건 맞아요. 그런데 결국 이 문제가 생긴 원인(무기력, 성공하지못할까봐 아무것도 시작도 못함)에 괴로워하고 그걸 해결해야하는 것은 오로지 제 자신인데 해결해줄것도아니면서, 원인이라도 들어줄 것도 아니면서 표면적인 결과를 보고 제가 게으르고 멍청하다고하는게요. 그것도 근본적인 원인의 제공자가요. 저는 무언가 자격증을 따고 스펙을 만드는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정서적인 문제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하는데요. 제가 남이 제게 관섭하는것과 제가 남한테 의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도 있는데, 아빠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저를 한계짓지만 사실 사사건건 간섭하는것도아니었고, 제 학업적인 문제나 오래되고 만성적인 정신적인 문제들을 다 쓸쓸히 저 혼자 해결해야한다는 것에서 기인한것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혼자 궁리하고, 혼자 관련 분야의 책을 찾아보고 검색해보고요. 지금이야 성인이니 물론 혼자해야하지만 어렸을 때, 미성년자때도 그랬으니까요. 그게 참 쓸쓸하고 외로웠던 것 같아요. 대학을 취업과 상관없는 회화과로 선택한 것도, 제 주관이 강해서라기보다 이런 이상주의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성향때문이었던것같아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저는 회화과가 잘 맞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현대미술 작업, 그것들을 만드는 작가의 소양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둔 회화과는 자기가 가진 의견들을 글 대신 그림이나, 조각 등 시각과 감각을 사용해서 표현하게 하는거라고 할 수 있는데, 자기표현욕구가 강한 저와는 잘 들어맞았습니다. 그렇게 제 고집과 자아를 유지하고 표출하려는 욕구는 강하고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생각하는데, 현실감각이 떨어져 사회에 부딪히려고하면 제가 부족한것같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아버지가 니가 할줄아는게 뭐냐고 물으면 저는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없는데 그래서 더 자기 생각이 맞는 줄 아는 것 같아요. 좋은 성적을 못받은 이유도 멍청하고 공부를 못해서그런게아니라 우울해서 학교를 못나가서그런건데.... 예전에 한 번 이야기해봤는데 자기가 보기엔 쓸데없는걸로 핑계를 댄대요 사실 저는 굉장히 욕심이 많아요.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공부도 잘 하고싶었습니다. 성적을 잘 내고싶은 것도 있지만, 심리학, 과학같은 것을 교양으로 공부하고, 인문학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싶었어요. 외국어도 잘하고싶고,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중학교때 제가 뭘 하고싶은거엔 관심없이 제가 그냥 빨리 돈이나 벌게 상업계고등학교보내서 공장보낸다고한 게, 아무것도 할줄 모르고 사회성없고 아는거없고 멍청하다고한게, 상처가 내재화된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저는 해놓은 것이 없습니다. 24살 4학년 때부터 늦었다 생각한것같아요. 생각해보면 성인이 되고부터 생긴 문제가아니라, 고등학교 삼학년때도 수능을 봐야하는데 여름 이후엔 이미 늦었다며 수능공부를 놓았었어요. 입시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어요. 서울대 입시를 준비할 기회가 있었는데, 시키니까 했지 딱히 가고싶었던 것도아니었어요. 그때 1차도 합격하고그랬는데, 그 이후의 면접을 치룰 자신이 없어서 제 안에서 포기했어요. 저는 애초에 소양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자소서를 쓸때도 제 자신을 직면하는게 무서워서 질질끌고 집중을못해서 다 두고 도망치고싶었어요. 열심히 했으면 달랐을까하는 생각이들어요. 열심히했으면 붙었을거란게아니라, 그냥 그때 서울대를 목표로 열심히 하기라도했으면 떨어지고나서 다른 대학을 준비했으면 지금보단 더 나은대학을 갔을텐데 싶구요. 지금은 그냥..인서울을 가긴했어요 서울대를 굳이 언급하는이유는 다 떨어져놓고 자랑이런게아니라 서울대의 네임벨류가 한국에서 크고 의미있긴하니까요. 어쨌든 기회가 있었는데 현실적인 문제를 전부 도피하고 안될거라고 포기하는 문제는 고질적이었다는거예요. 어쨌든 지금은 자격증이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에도 이미 다 늦은거같고요. 관심있는 직종은 디자인, 일러스트, 3D..이런 쪽인데 사실 지금 준비해도 늦어서 의미없을 것같아서 두려워요. 애초에 일찍부터 했어야했는데... 큐레이터쪽도 해보고싶었는데 아빠가 평생직장되냐, 거기에 대해서 뭘 아냐, 묻는데 대답을 못했어요. 그래서 하면 안될것같아서 준비하고 알아보는데 의욕도 없었어요. 게다가 지금 본가는 지방이고 제가 원하는 직종 쪽의 회사는 거의 수도권에있어서 다시 자취를 해야 할 텐데 아빠가 허락할지도모르겠고요.....아마 본가에서 우선 좀 돈을 모으고 준비하다가 합격하면 그때 이야기해서 올라가는식으로해야할것같아요 지금은 졸업작품끝나고 추가학기를포함해서 거의 일년동안 뭐할지 질질 끌다가 결국 아빠가 아파트 관리소 경리를 알아보래요. 그래서 그거라도 이력서써보고있어요. 그냥 앞으로도 저는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서 비참합니다. 두서없는 글 죄송합니다.
답답해외로워무기력해걱정돼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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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k55
· 4년 전
작성자님은 똑똑하신 분 같네요. 예술적 기질도 있으신 것 같고.. 안타까운건 마음껏 본인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게 아버님의 가치가 자꾸만 작성자님에게 영향을 줘서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작성자님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 할 수 있는 똑똑하신 분 같아요.. 다른건 다 떠나서 자꾸 늦엇다고 하시는데.. 저도 작성자님과 같은 25살 남학생입니다. 내일이면 26이네요 .ㅎㅎ 저도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예술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직도 학생이구요..ㅎㅎ 빠르다 늦다의 기준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요? 상대적인거일 텐데 , 인생이란게 다들 출발점도 다르고 도착점도 다른건데 빠르다 늦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100세인생인 지금 저는 아직도 25살 인생에 절반도 못살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고싶은것을 닥치는 대로 해보는중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으나 , 돈은 결국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따라오게 돼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아버님 하고의 관계는 제가 쉽게 말씀은 못드리겠고 , 지금 하시고자 하는 것들 그리고 하고싶은 곳들 두려움 없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독립하세요. 내일 당장 26살인데 혼자 나가서 독립하겠다고 선언하시면 되죠! 제가 말을 쉽개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버님은 작성자님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