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불행|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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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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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의대에 가고 싶다는 말에 집에선 독재1년 재수학원1년으로 빚까지 내가며 지원해주셨습니다. 기숙학원에 다니던 삼수 차에는 희망이 보였는데 막상 수능을 치니 현역 때랑 다를게 없는 점수가 나오더군요. 몹시 절망도 했지만 몸이며 정신이며 다 버려가며 더이상이라는 말이 없을만큼 최선을 다해봤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랜 짐을 내려놓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럼에도 자꾸 의사라는 꿈이 생각나서... 재수기간 내내 저보다 힘들어하신 부모님을 생각하자니 차마 휴학한다는 말은 꺼내지 못하고, 또 개인적으로도 그 처참한 실패가 떠올라서 두려웠기에 학기 초부터 대학공부와 병행하여 몰래 수능 공부를 해왔습니다. 나름 올해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대학 생활을 만끽하는 새내기들 틈에서 학교-집만 왔다갔다하며, 오래 공부하느라 사회화가 덜 되었다 생각하는 부모님의 쓴소리와 적은 용돈 내에서 밥값 아껴가며 사는 문제집. 재수할 때부터 갈수록 떨어져가는 체력이 너무 원망스럽고. 대학 공부도 완전히 놓진 않았기에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는걸 방학 끝무렵에 알고 마음이 놓여서 눈물이 찔끔 나더라고요 그럼에도 완전히 수능 공부에 몰두하지 못하다보니 작년보다 공부량이 현저히 부족한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곧 수능이기도 하고요. 수능 접수는 해뒀지만 사실 쳐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입니다. 올해로 현재 교육과정이 마무리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기벡이 빠지고 문이과 통합이라는 말에 올해를 마지막 도전으로 삼았던 것도 있습니다. 사실 아직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저는 이번 수능에 완전히 대비하지 못했어요. 또다시 내년을 봐야하는가하는 연약한 마음을 꾸짖어야겠지만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먹게 되는 계기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가 또 이렇게 적당한 현실에 안주해버릴까봐 그것도 너무 무섭습니다. 요즘 여러가지로 마음이 많이 복잡해졌어요. 재수할 때 사람 사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기계처럼 살던 저를 지탱해준 만화가 있었어요. 다들 그냥 즐기는 만화겠지만 저는 가장 힘들던 때와 겹쳐서 감정이 더 벅찼어요. 주인공처럼 살겠다고, 아직 병원 안 실려갔다는 마음으로 엉덩이 싸움하겠다고 나름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게 해준 만화였는데.. 최근에 주인공이 아주 개박살이 나있는 걸 보고 충격받고 밤새도록 울었어요. 슬프기도 슬픈데 주인공한테 이입하고 주인공을 본받으면서 살아가려던 제가 겹쳐보이니 더 슬퍼졌습니다. 또 얼마전에는 유일하게 수능공부한다고 털어놓은 친구한테 내년도 생각하고 있다고 살짝 말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냥 말하고나니까, 모르겠네요 더 슬퍼졌어요. 후련하면서도 갑갑해졌어요. 오늘은 제가 수능 준비를 하는 것도 모르는 지인에게서 격려를 받았는데 그 말에 아주 기쁘면서도 슬퍼서 또 계속 울고 있어요.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걸 하라는 그 흔한 말을, 계속 담아두고 있던 그 말을 누군가에게서 직접 들으니까 너무 기뻤어요. 정말 하고 싶은게 있는 걸 찾아서 대학 졸업까지 하고도 다시 수능을 칠 수도 있다는 말과 혹시 누가 너의 길에 반대하면 편 들어주겠다는 말. 허약한 정신을 가진 어리광쟁이인데 차마 속은 털어놓지 못하고 어리광도 대놓고 부리지 못해서 슬퍼하고 있었나 보네요. 어젠 추석이었지만 없는 양심에도 이때까지 저에게 쓴 돈을 생각하면 추석 용돈은 받지도 못하겠었는데, 제가 빨리 한 사람의 역할을 하게되면 용돈을 안 주겠다고 하더군요. 지독하게 어리광을 부려왔던 것 같습니다. 나잇값은 못해도 제 인생을 위한 결정에 질질 짜고 우울해하고 시간 낭비하고. 동경하던 사람들이 갔던 길이 적어도 이것보단 힘들었을텐데 인생을 쉽게 살려고 했네요. 인생 역경이라곤 이것밖에 없어서 너무 크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작은 고생을 하면서 더 확고히 꿈을 다졌습니다. 의대는 꿈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올해는 국경없는 의사회 글자만 보고도 질질 짰는데 내년이나 내후년엔 달라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계속 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죽기 전에 시작점인 20대를 후회한다면 그것처럼 불행할 순 없을 것 같네요. 한동안 하루의 마무리가 무서워서 일기도 못쓰고 있었는데 혼자 주절거리고나니 간만에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울고불고 뭘 하든간에 계속 생각날 일이라면 하는게 맞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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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49
· 5년 전
네 저는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어요 모쪼록 잘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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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au
· 5년 전
꿈을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도전하려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지마세요 남은 남의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 일테고 나의 시련은 나대로 무언가 의미를 가져다 줄테니까요 꿈을 그저 꿈에만 남겨두는 것이아니라 현실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기때문에 충분히 꿈을 이어갈수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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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qqwppp
· 5년 전
저도 반수를 했었어서 글을 읽는내내 글쓴이님이 얼마나 노력해왔고 힘들어했을지가보여서 너무맘이 아팠네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그꿈을 쫓을수 있는 글쓴이님의 의지와 열정이 부럽기도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답니다. 저는 적당히 정신승리를 하면서 타협했던것 같거든요. 올해 수능결과가 좋을거라던가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잘하실꺼라든가하는 입에발린 말은 필요없을것같아요. 계속 꿈을 꾸면서 그 꿈이 실현되는 삶을 살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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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gold49 정말 다정한 말씀이시네요.. 마카님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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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eiau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은 정말 공책에 적어두고 싶은 말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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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qqqwppp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덕분에 용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마카님이 언제나 멋진 길을 걸어가실 수 있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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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ww
· 5년 전
저도 올해 수능다시 준비하고있는데 상황이 비슷해서 공감이가요. 하지만 지금 포기한다면 달라지는게 없어요. 조금만 더 힘을내세요.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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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kkkww 그렇겠죠.. 되는 날까지 악착같이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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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0780
· 5년 전
...이런 열정이 너무 부럽네요 ㅠㅠ... 저는 시험보고 무기력증과 인생노잼시기가 한꺼번에 와서 이런 열정이 너무 부럽습니다!! 끝까지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