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tesy
·한 달 전
업무 일지-27일차.
어제 그 터키&중국 진상 고객님은 결국
내쫓으셨다고 한다. 내가 찍혔던 사진도
직원분 앞에서 삭제하셨다고 들었다.
3박 중 1박만 차지를 하고 2박은 환불해주겠다고
하셨단다. 근데 락커에 짐은 맡겨두셨기에
다시 프론트로 오셔서 과장님이 나에게
사과하라고 시키셨다. 고객님이 사과를 하시면
흡연 차지를 안 받고, 사과를 안 하시면
흡연 차지를 받는 것으로
사전에 안내를 해드렸다고 한다.
결국 어제의 그 따지는 듯한 어투와는 다르게
상냥한 어투에,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사과를 하시더라. 난 솔직히 다 연기같다고
느꼈다. 나를 인종차별할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하시고, 내 사진을 촬영하신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나? 과장님은 사과까지 받아내셨으니
고객님들이 더 숙박하실 건지 의향도 여쭤보시더라.
난 솔직히 과장님의 대처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나를 챙겨주신 것이긴 하다.
마지막 근무일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내가 이런 진상짓을 당했으니 사과는 꼭 받게끔
해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과장님은 확실히 감성적인 분이시다.
또 반대로 난 확신의 T라고 느꼈던 게,
내 기분이 풀리려면 감성적인 접근의 사과보다는
흡연 차지 30만원을 받아내는 게 더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과장님이 프론트에 있는 나에게 조용히 오셔서
일단 내가 작성했던 이력서를 그 호텔로
보내드리긴 했지만, 연락이 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너무 믿고 있지 말고 따로 알아봐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거면...아마 안 될 것 같다.
과장님이 건너 건너 아는 호텔일 뿐이지,
잘 알지는 못한다고 하시더라.ㅎ
또 지긋지긋한 구직활동을 시작해봐야겠다...
그나마 나를 잘 챙겨주셨던 우수 사원과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겹치는 조가 오늘뿐이더라.
나와의 마지막 근무일까지 기억해두시고
말씀해주시면서 마지막까지 처음처럼 스윗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순간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분이 놀라시면서
화장실에서 휴지를 길게 뽑아오셔서 나에게
주시더라. 여전히 그 분은 따뜻하셨다.
너무 우울한 하루였다. 또 아무런 경고도 없이
한 달 전 고지도 아닌 갑작스러운 통보식 해고에...
이 회사에 굉장히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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