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부모가 학교에 오는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자살|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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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부모가 학교에 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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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술취한 부모가 학교에 오는건..부모가 창피하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윤리적으로 어긋나는거 아닌가요. 평소에는 엄마가 맨정신으로 차를 타고 데리러 옵니다. 근데 오늘은 술을 한잔 했는지 데리러 오기 전 보내는 문자에서부터 술냄새가 풍기더라구요. 솔직히 술 마셨으면 굳이 안와도 되잖아요? 버스를 타고 갈수도 있는거고, 택시를 혼자 탈 수도 있는거잖아요. 굳이 술에취해 비틀거리면서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구요. 전화가 와서 받으니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라더군요. 택시를 타고 오는가보다 했는데 걸어서 편의점까지 오덥니다. 학교 바로 옆에있는 편의점에요. 처음부터 걸어온건 아니고 중간 어디쯤에서 내린 모양이었어요. 밤이긴 해도 막 야자가 끝난 참이니 제 또래친구도 많고 후배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창피했어요. 엄마가 창피한게 아니였죠. 술을 먹은 엄마가 창피했고, 도로에서 택시를 잡아야하는게 창피했고, 엄마가 술취한 티를 팍팍 내는게 짜증났어요. 담임선생님도 마침 나오시던 길이었고, 편의점에서 후배랑 마주치고, 그냥 모든게 안좋은 상황이었어요. 애들은 뭐라고 생각했을까요. 쟤 어머니는 술에 취해도 데리러오시는구나, 헌신적이다, 이럴까요? 쟤 엄마는 왜 술취해서 학교에 오고 난리지? 쟤 엄마 술먹었나봐ᆢ. 속상했습니다. 엄마가 알게모르게 욕먹는 것도 싫고, 창피당하기도 싫었습니다. 평소 비관적인 엄마였기에 솔직하게 말할까 한참 망설이다가 최대한 돌려서 말했습니다. 엄마가 데리러와준거 정말 고맙고, 엄마가 창피한건 절대 아니야. 난 엄마 사랑해. 근데 학교에 술취해서 오는건 아닌것같아. 엄마도 술취하면 그냥 집에 있고 싶잖아. 나도 버스타고 올 수 있고. 이렇게 비난의 뜻 전혀 없이, 최대한 배려해서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더군요. 그래, 부모가 창피하구나. 난 또 오지랖이었구나. 엄마는 늘 이렇게 자기를 비난하는 말을 하면서 나를 몰아세웠습니다. 이러면 내가 마음이 약해서 오히려 상처받고, 자학하고, 괴로워하는걸 뻔히 알면서요. 난 남들이 나때문에 상처받는걸 끔찍히 싫어합니다. 난 남이 잘못한 일도 내 잘못으로 느끼고 자책하고 자학합니다. 그게 내 최대단점이자 결점입니다. 엄마는 그걸 뻔히 알면서, 아니 그걸 알기때문일까요. 늘 자신을 욕하면서 나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그런뜻 아닌거 알잖아, 하며 말을해도 그래, 내가 다 잘못이지, 내가 쓰레기지, 미안하다. 이러면서 제 마음을 더욱 긁습니다. 전 그럼 또 제 잘못이라 느끼며 자책하고, 우울해지고, 자살생각을 합니다. 엄만 내가 이런 답답한 성격인걸 알면서 늘 이렇게 대답해요. 오늘도 결국 그 레퍼토리였고, 학원에 갔어야 했던 저는 실컷 자학하지도 못한 채 감정을 억제해야했습니다. 학원 계단에 한참을 서서 울음을 참았습니다. 눈물도 나고, 억울하고, 그러면서 또 미안해야하고, 온갖 감정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엄마인데 늘 엄만 날 이렇게 아무도 없는곳에서 울게만들었습니다. 한참을 서서 울다가 멀쩡한척하며 학원에 들어가 공부했습니다. 감정보다는 성적이 중요했으니까요. 집중이 안되는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그렇게 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내가 달을보며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엄마는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겠죠.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빌었습니다. 엄마가 내게 불행을 준 그만큼의 몇십배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빌었습니다. 엄마는 어느 누구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내 욕을 하고 있었을 시간에요. 엄마는 지금도 집에 안들어왔습니다. 내가 학원갔을때 다시 퍼 먹으러 갔거든요. 지금도 내 욕을 하고있을지 모르죠. 뻔히 예상이 됩니다. 자식새끼 키워봤자 소용없구나, 힘들게 데리러갔더니 부모를 창피해하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ᆢ. 내 앞에서는 다 자기잘못이라고 자학하며 날 슬프게 했으면서 본심은 친구들에게 털어놓겠죠. 그새끼가 잘못이라고. 자긴 잘못없다고. 엄만 내가 누구 자식인지도 모를 만큼 내 뒷담화를 하겠죠.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실컷요. 그러면 엄마는 맘이 편해질까요. 난 그렇게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진 않던데요. 가뜩이나 가족이야기인데, 남들에게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남들이 내가족 욕하는건 참을수없거든요. 엄마는 다르겠죠. 친구들이 날 더 욕해주길 원하겠죠. 통쾌해하겠죠. 엄마는 그런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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