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문앞까지 갔지만
비공개·5년 전
다시 발길을 돌려버렸다. 몇 년째 압박하는 지나친 무기력과 의욕상실과 우울감이 있었지만 남들도 다 이만큼 견디고 사는 것 같아 무시하고 살았고, 더욱 무력해졌을 즈음엔 이제 인생이 어찌되든 상관없겠다는 생각에 정신 진단을 받을 생각은 더 희미해졌었다.
다만 근래에 다시 같은 증상이 너무 심해져,제 할일 해내지 못하고 가벼운 대인기피증과 원인을 알 길 없는 분노/불안에 휩쓸리고 있는 나를 보며 이번에는 가봐야지 하고 충동적으로 정신과 방문을 계획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이렇게 되돌아 온 걸 보면 내가 절박하게 힘들지는 않은건가?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비용도 걱정이었고 취업이나 보험가입에 제약이 생길까 우려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였다. 또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와버렸는데, 잘한짓인가 모르겠다. 아 잘한 짓은 아니겠지만, 다시 용기를 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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