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2_일기 겸 독백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스트레스|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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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_일기 겸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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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0812 새벽에 악몽을 꾸고 깼다. 우리 집이 배경이었다. - 화장실에서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에 중심을 잃고 욕조에 빠졌는데 도와달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 어떤 건물에 갇혀서 탈출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10층 이상 돼 보이는 높이였다. 건물 반대편에서도 탈출하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거기엔 사다리가 있었다. 그 사람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는데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죽었다. 뛰어내릴까 하다가 그 장면을 보고 나 진짜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결국 못 뛰어내렸다. 이거 말고도 꽤 여러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 이게 마지막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이 장면 전에 귀신도 나오고 했던 것 같다. 이 꿈에 깨고 나서는 꿈 내용이 너무 생생해서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한 시간 가량을 뒤척이다 겨우 다시 잠들었다. 자기 전에 죽고 싶단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었다. 죽고 싶다기보단 살고 싶지 않은..? 그게 그건가.. 어쨌든. 너무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살고있는 것 자체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무가치하게만 느껴졌다. 살면서 느낄 고통보다 행복이 더 클 것 같지 않다. 이건 평소에도 많이 하는 생각이다. 어젯밤엔 이런 생각도 생각이지만 다른 이유 없이 「죽고 싶다」 이 생각만 너무 강하게 들었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잠을 청했다. 더웠는지 잠에서 깼다. 물 한잔 마시고 바로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는 꿈을 꿨다. 평소에 꿈을 자주 꾸는 편도 아닌데, 악몽을. 음, 자기 전의 생각이 꿈에 반영된 건지도 모르겠다. 꿈에서 깨고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죽을 걸 걱정하면서 못 뛰어내렸다니. 현실에서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쉽게 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삶에 미련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삶이 무가치하다고 여겨지는 건 아직 그대로다. 일단 꿈 관련은 여기까지 하고. 결국 다시 자고 11시 40분경에 일어났다. 무슨 일에선지 정신이 맑은 느낌이었다. 우울하지 않았다. 괜찮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맑음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고 기분이 업 돼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평소와 비슷한 정도의 감정에서 머리가 맑은 느낌. 좋았다. 사실 신기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던 게. 어제 그렇게 힘들어했고 꿈자리도 뒤숭숭했는데 머리가 맑다는 게.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다고 해서 평소와 다를 건 없었다. 일어나서 핸드폰을 했고 점심을 먹었고 다시 핸드폰을 했다. 공부도 해야하고 자소서 피드백도 반영해서 고쳐야 하지만 하지 못했다. 아, 안한 건가? 이젠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구분도 못 하겠다. 그래도 오늘은 상태 괜찮았는데. 그냥 안했다. 뭔가 하고 싶지도 않았고 굳이 할 힘을 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밥만 먹고 누워서 핸드폰만 했다. 유튜브도 봤다가 게임도 했다가 영화도 한 편 보고. e북으로 책을 2권 구매해서 읽기도 했다. 한 권은 다 읽었고 한 권은 초반 조금 읽다 말았다. 생각보다 내 기대에 못 미치는 한 권과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던 한 권이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꽤 괜찮았다. 9시 반쯤 오빠한테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비가 많이 왔다. 오빠한테 우산을 들고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가기 싫었다. 어차피 집 앞일 텐데 그냥 올 것이지 무슨 우산. 나였으면 전화 안 하고 바로 왔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더 가기 싫었다. 오늘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전화까지 했는데 나가야지 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기분이 바닥치게 만든 일이 일어났다. 사실 별 일 아니었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그 사소한 일에 화가 났고 그런 일로 화를 낸 나에게 더 화가 났다. 우산을 주고 오는 길에 또 한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것 또한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그저 말 한 마디였다. 한심했다. 나 자신이 너무 바보같았다. 그렇게 좋았던 기분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오늘 하루 괜찮았던 기분, 그리고 괜찮았던 상태에, 좀 나아진건가 싶었다. 근데 그렇게 급격하게 안 좋아진 걸 보니 아니구나 생각했다. 한 편으론 안도감도 있었던 것 같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아직 있는 거니까. 12시가 좀 넘어서 부모님이 오셨다. 부모님께 무언갈 말하거나 할 시간이 일요일 아니면 이 시간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 그냥 지나갔다. 어제 그렇게 죽고 싶단 생각하면서 정신과를 찾아봤었다. 날 밝으면 가야지 생각했다. 몇 가지 이유에 날이 밝았음에도 가지 않았다. 아까 그렇게 기분을 망치고 부모님께 정말 진지하게, 나 우울하다고, 힘들다고, 정신과 가보고 싶다고 말해볼까 했다. 하지만 역시, 말 못하고 그냥 지나갔다. 사실 우울한 게 처음이 아니다. 정말 극심했던 건 작년 추석 즈음이다. 그때도 정신과 가려고 했지만 청소년 혼자 안 된다는 말에 못 갔다. 당연히 부모님께 말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해결해줬다. 한번씩 우울해서 힘든 때는 있었지만 그때처럼, 아니면 지금처럼 지속되지는 않았다. 아마 우울의 원인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학업, 대입 스트레스. 학교폭력, 가정폭력 같은 게 있던 것도 아니고 부모님도 정말 잘 해주신 편이라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없다. 근데 너무 힘들다. 정말, 힘들다. 정신과 가고 싶다. 그냥 속 터놓고 말할 곳이 필요하다. 속 얘기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그리고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무섭다. 왠지 무섭다. 또 못 갈 것 같다. 역시 못 가겠지. 갈 수 있었으면 진작 작년에 갔다왔겠지. 사실 그래서 내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고등학교라도 졸업하고 나면. 그래도 성인이면 날 스스로 책임지는 게 맞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부모님의 관심에서 벗어난 채 병원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근데 이젠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게 뭐하는 걸까 싶다. 고3이 공부도 안하고. 고3이 힘든 게 당연하지. 난 왜 이렇게 유난일까. 뭐가 그리 힘들다고. 정말 죽을 것도 아니면서 이런 식으로 하기 싫다고 안 해버리면 대학은 어떻게 갈 거고 앞으로 인생 어떻게 살려고. 바보같다. 한심하다. 상담이 필요하면 진짜 정신과를 가던가, 부모님한테 얘기를 하던가. 차라리 정말 죽어버리던가.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이렇게 한 편으론 내가 나를 더 괴롭히고 있으니 더 괴로울 뿐이다. 난 결국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이렇게 지낼 것 같다. 도와달라고 말도 못 하고 힘들어 하는 채로. 내가 그렇지 뭐. _0813_0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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