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데 끄적이고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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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내가 이런데 끄적이고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네..ㅎ 하찮고 들을 필요도 없는 얘기이지만.. 난 그냥.. 이런 얘기할 사람이 없다. 생일마다 나름 챙겨드리려고 해왔는데.. 올해 깨닫게 된 게 있어서.. 케익을 따로 사오는 걸 싫어하셔. 케익 자체는 다들 좋아하지만. - 안 좋을 게 뭐가 있겠어, 케익이? 기억나는건, 내가 돈 벌고 나서부턴 생일에 나름 비싼 빵집 케익을 사갔거든? 근데 비싼 걸 왜 사오냐고 진심으로 화를 내시더라고.. 그래서 다음 해에는 가격은 조금 더 낮지만 tv에도 소개된 수제 케익 전문집에서 아침부터 오픈하자마자 떨어지기 전에 가서 사왔지. 왜 이런거 사오냐 싫어 하시더라고. 이런거 맛 없다고. 또 비싸다고. 그냥 누구나 좋아할만한 생크림에 딸기 케익인데.. 다음에는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뭔가 희소하지 않으면서도 맛있을까 해서 투썸 장미 요거트가 인기인듯하여 그걸 사갔지. 또 욕 먹었어. 그 다음 해였나 (순서는 가물가물해) 인생 처음으로 생일에 오빠가 케익을 사왔는데 아이스크림 케익이었어. 그걸 보고 정말 좋아 하시더라고! 나는 '내가 이렇게 몰랐네! 정답은 아이스크림 케익이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완전 바보다.' 생각했어. 그래서 그 다음에는 아예 물어봤지. "아이스크림 케익 사올까?"하고. 아주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날 보며 무슨 아이스크림 케익이냐고 그러시더라. 그래 질릴 수도 있지. 그해는 내가 뭘 사갔는지 기억이 안나네. 올해 얘긴데, 나도 이젠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저녁에 아직 안들어온 오빠한테 올때 케익 사오라고 했어. 나는 뭘 드려도 불만이고 욕만 먹으니. 밤에 오빠가 케익을 사오니 너무 감동 받으셔서 울먹이며 좋아하시더라고. 웬일로 얘가 케익을 사왔냐고. 해를 걸러 딱 두번째. 지금껏 그 두번 빼고 생일이면 약 올리듯 항상 친구들과 술먹고 떡이되서 새벽 3시나 그럴 때 들어오던 아들이, 정말 웬일로 저녁 늦게 사 온 케익은 그렇게 소중한가봐. 케익은 파리바게트의 항상 저런 케익은 싫다고 하시던 종류의 그런 케익. 영업 시간 끝나갈 때 다 팔리고 남은 것 중 고른. 내 살면서 그런 미소는 내가 드린 것 가지고는 본 적 없는 활짝 핀 미소더라고. 하하. 역시 케익 사오라고 하길 다행이다. 오빠가 사드린 케익은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깨달았어. 케익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던 거야. 내가 사드리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고 그냥 싫었던거야. 아들은 생일도 기억 못하고 새벽지나도록 연락도 안되고 술이나 마시고 다니는 게 서운한 걸 말도 못하고 나한테 스트레스 풀이 하는 거였나봐. 오빠란 놈은 지 생일에는 케익에 미역국에 잡채에 갈비에 뭐에 매해 받아 놓고. 일말의 감사함도 못 느끼는 걸까? 인간은 너무 받기만 하면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멍청한 족속인가봐. 내가 이렇게 수 년 뒤에서야 깨달아서 오늘 "나는 이제 선물이고 뭐고 안 줄래. 케익이 항상 어떻다 저렇다 싫어하고 나는 욕 먹은 기억밖에 없는데 아들이 준 건 좋아하네"라고 말해봤어. "그래? 그건 미안하네"라고 하시더라. 솔직히 뭐 달리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조금의 희망은 부여잡고 있었는지 농담 반으로 나는 말했던건데, 미안하다는 소리 듣는 것도 의외였지만 결국 나에게 확인사살이 되었어. 아.. 나는 왜 노력한거지? 그냥 내가 싫은 거야. 아들은 뭘 해도 좋고. 그것도 참 불쌍한 일이야. 대한민국 윗세대 어머니들은 딸이 해주는 거는 다 혐오스럽고, 지 밖에 몰라서 누굴 위해 뭘 한다는 개념 자체가 박혀있지 않은 아들만은 좋아하고 바라본다는 게. 딸의 100가지 선물은 쓰레기고 아들이 누가 말을 해야지나 주는 선물 하나가 그렇게 행복한 거라니.. 어쩔 수 없지 싶으면서도 생각보다 이게 뭐라고 타격이 있는 건지 인터넷에도 뭐에도 글 쓰지 않는데 이러고 있네. 내가 웃는 것 자체를 끔찍해하는 분.. 피곤하다. 이해가 안 간다고 하려쳐도 사람이 누군 좋아하고 싫어한다는데 뭐 이유가 있겠나 그냥 그런거지 싶기도하고. 그런데도 나는 좀 침울해지네. 그냥 그렇다고. 고민도 뭣도 아니잖아, 이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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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420
· 5년 전
역겹다 진짜.. 글쓴님이 느끼셨을 감정들 너무 버거우셨을텐데 잘 참으셨어요... 이렇게라도 마음 속 얘기 털어놔줘서 고마워요.. 진짜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말이 안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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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fe
· 5년 전
윗분 말처럼 역겹네요. 그래도 반듯하게 자라고, 부모님 신경쓰려 노력하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요. 이젠 좀 편해져도 될거 같아요. 그런 사람도 부모라고... 눈치볼것 없이 좀 더 자신을 챙기며 사셨음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 행복한 것, 잔뜩 누리며 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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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Milk420 @lilfe 두서없는 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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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wnrt
· 5년 전
남자형제랑 비교당하는 것! 휴~~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지만 한번도 마음 밖으로 드러낸 적이 없네요. 마음 다친 것 쉽게 안 잊혀지겠지만 사회생활이나 취미생활 등등 다른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듯요. 글쓴님은 충분히 훌륭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챙길줄 아는 마음이 보여요. 아마 그런 좋은 점을 보고 사람들이 님을 좋아하고 사랑해줄꺼예요. 저도 가족은 최대한 많이 멀리하고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정붙이고 살아요. 가족에 대한 헛된 노력은 더이상 하지마세요. 님 마음만 공허해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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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5년 전
@xwnrt 댓글 감사합니다ㅠ 많은 얘기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조언해 주신 것처럼 저도 헛되게 신경 너무 쓰지 말고 다른 데 관심과 에너지를 쏟아야겠다 싶네요. 시간 내서 댓글 달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항상 행복한 일 가득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