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ㅡ 홍연 내 연애는 항상 그랬다. 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면증|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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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시절인연 ㅡ 홍연 내 연애는 항상 그랬다. 언제나 운명처럼 찾아왔다. 그와도 그랬다. 마치 운명같았다. 우리는 수서역SRT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나에게 첫눈에 반했고 나는 그런 그가 싫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더 그 사람이 좋아졌다. 우리는 멀리 살았다. 그는 바빴고 나는 아팠다.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는 데에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의 시간이 걸리곤 했다. 내가 그를 만나러 가는 날이면 그는 항상 나를 데리러 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그가 마법처럼 나타났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면 어느새 내 트렁크를 뺏어들고 웃고 있는 그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하트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그런 눈이었다. 그는 항상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헤어지던 날에도 그랬다. 그는 변하지 않았었다. ... 그는 부대찌개를 좋아했고, 오이 알러지가 있었다. 부대찌개를 먹으러 갈 때면 나는 밑반찬을 서둘러 내 앞으로 당겨 놓았다. 부대찌개집의 밑반찬에는 전부 오이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김치만 빼고. 나는 그렇게 오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 그는 자주 노래를 불러주었다. 종종 녹음파일을 보내주기도 했다. 대체로 의미있는 가사가 담긴 노래들이었다. 이따금씩 나와 함께 잠드는 날이면 그는 내 머리를 끝도 없이 쓰다듬었고, 밤새 팔베개를 해주곤 했다.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는 이상하게도 금세 곯아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그는 진짜 불면증 있는거 맞냐고, 못 믿겠다며 놀렸다. 그 외의 대부분의 날들은 우리가 함께 잠들 수 없었고, 그는 팔베개 대신 전화를 걸어 성시경의 라디오처럼 “잘자요.” 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 낮은 목소리가 참 좋았다. 간혹 그의 친구가 내게 짖궂은 장난을 칠 때면 그는 “이새끼가 어디서 누나한테 ***없이” 하며 소리를 질렀고, 나는 입꼬리가 아프도록 깔깔 웃었다. 그는 그렇게 나를 사랑했다. 나도 너를 사랑했다. 너의 가시가 슬펐다. 너도 내 가시들을 기꺼이 안아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아픈 시간을 함께했다. 나는 너 때문에 웃었다. 나는 너 때문에 행복했다. 나는 너가 없이는 살지 못했다. 그 때는 그랬다. 그 때는 너의 가시가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헤어질 즈음에는 그 가시들이 버거웠다. 질리도록 싸웠다. 너 때문에 울었고, 너 때문에 불행했고, 너 없이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제야 부대찌개가 지겨워졌다. 내가 변했던 거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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