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희망 따위 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맞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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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nabang219
·5년 전
헛된 희망 따위 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런 거 올리는 것도 헛된 희망 아닌가 싶다.. 한 아이가 있었다. 제일 오래된 그 아이에 대한 평가는 '느리다'. 유치원 때 선생님이 엄마께 하셨던 말, "○○이는 잘하는데 느려요.^^". 그때 아이는 생각했다. '아 나는 느리구나, 남들보다 노력이 더 필요하겠구나.' 그 후로도 느리다는 평가는 계속되었지만 아이의 노력으로 인해 지금은 많이 나아진 듯하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도 미친듯이 발버둥치며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노력하며 말이다. 아이는 여전히 생각한다. '나는 모자라구나.' 아이는 맞벌이 집의 첫째였고 네 살 차이 나는 동생이 한 명 있다. "엄마아빠 이름에 부끄러울 짓하고 다니면 안 돼!"라는 엄마의 말씀에 도대체 그 부끄러울 짓이 무엇인지 아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착하고 공부를 잘하면 될 것 같아 그걸 목표로 삼고 노력하고 노력했다. 또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4학년까지는 방학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했는데 밖에서 사먹으려니 사람들이 애 혼자 먹는 게 신기했는지 자꾸 쳐다보는게 싫어서 한동안은 학원을 마친 4시쯤에야 집에서 티비를 켜고 컵라면을 매일 다른 종류로 먹곤 했다. 아이는 지금도 혼밥이 싫다. 차라리 안 먹고 말지. 게다가 아플 때는 혼자 아픈 거 견디기 싫은 마음 반, 나 때문에 엄마가 회사 조퇴하고 오는 게 미안해서 싫은 마음 반이라 아픈 게 참 싫었고 조금씩 아파도 견디는 데에 익숙해졌다. 아이의 엄마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해주지 않았고, 칭찬하는 것에도 인색했다. 그게 엄마의 성격이라는 걸 어릴 때의 아이가 알 수는 없었다. 거기다 사소한 것까지도 잘못했다고 혼내는 엄마가 아이는 무서웠다.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밤늦게까지 아이를 직접 공부시켰다. 못하면 머리를 쥐어박히는 건 일쑤였고 가끔은 옷걸이로 여기저기를 맞기도 했다. 그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공부가 싫은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만 공부한 것은 아니다. 학원도 여럿 다녔는데 돈도 아까웠고 남들보다 느리니 성실하기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아플 때조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석체크를 하곤 했다. 그런 것들이 겹쳐 아이는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고 현재에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사랑이 고프다고 느낀 아이는 밖에서라도 채우고 싶어했고 그래서 수십 번도 더 들어온 대로 '배려심 넘치고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했다. 그게 어느 정도는 아이의 본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착하다는 말은 아이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런데 엄마는 그 착하다는 말이 듣기 싫다고 했고 아이는 또 한 번 상처받아야 했다. 그런 아이는 정말 이용해 먹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거절도 잘 못하고 뭐든 잘 빌려주는 아이는 이리저리 이용당했고 그러면서 입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사람을 못 믿게 되었지만 이제는 느낄 수 있다. '이 사람은 나를 이용해먹는다'라는 걸..여전히 겉으로 보기에 아이는 그대로일 듯하지만 사실 아이는 어느정도 선에서는 이용당해주고 있다. 마음은 절대 안 주게 되었지만. 지금의 아이는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온 이미지 덕에 적어도 대놓고 괴롭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아서 그 이미지를 일종의 방어막으로 쓴다. 성적도 방어막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아이는 더 더 열심히 공부하려 한다. . . . 현재 아이는 어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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