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걸 정리하는 중입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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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 정리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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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며칠 전, 제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과 전화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였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여자입니다. 평소 집에서 잘 웃지 않습니다. 엄마는 방 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내용을 들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제 연애사를 이야기했습니다. 한달 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하며 나름 욕도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사람과 저의 이야기를 전화상대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자친구라고 하지는 못하고 남자친구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전화 내용을 끝까지 듣고는 제 방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전 애인과의 데이트 이야기가 귀에 꽃히셨던 건지 남자친구와 하는 스킨십이 불편했다는 한탄을 왜 엄마에게 하지 않았냐며, 연상인 남자친구를 만나 스킨십을 한 이야기를 왜 타인에게 하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울었던 건지 눈이 붉었고 그때 저는 가슴이 꽉 막혔습니다. 엄마, 여자친구야. 엄마, 손잡는 거 얘기하는 거야. 엄마, 나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라고 차마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기독교 신자이십니다. 교회를 다니는 걸 아주 좋아하시고 교회에서 하는 치료 프로그램 이야기도 자주 하십니다. 동성애자 치료 프로그램이 있다며 병을 고쳐 나오는 사람들이 회개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엄마가 제 전화통화를 들은 그 날 이후로 저는 제가 느낄 장도로 무기력해졌습니다. 꼬박꼬박 읽던 책도 손에서 완전히 놓았고 집 밖으로 나가기는 커녕 방 밖으로도 나가지 않아 밥도 먹지 않고 집이 비었을 때 방 밖으로 나갑니다. 엄마는 그 이유가 그때 들었던 전 남자친구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연애사에 대한 훈계를 하십니다. 듣고싶지 않습니다. 점점 엄마를 무시하게 되고 결국 엄마는 큰소리를 치셨고 저는 그때 말했습니다. 정신과 치료 받게 해달라고. 사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진짜로 고칠 수 있는지 어쩌면 내가 잘못된 것인지. 저는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성폭력도 경험했습니다. 상담은 중학교 일학년 때까지 했으며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 중입니다. 최근 이런 일이 생기며 그때의 그 일들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진 건지 떠오르는 생각은 너무 많은데 고민의 결과는 늘상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거였습니다. 이제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서부터 뒤틀린 건지도 모르겠고 좀 거슬러 올라가 보니 이렇기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것도 꽤 된 것 같은데 요즘에서야 자각한 것 같습니다. 일상이 어렵고 친구를 만나도 전처럼 활기차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항상 자신감 있고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했던 자책들을 생각하면 그게 잘 해낸 건지 잘 버텨낸 건지도 헷갈립니다. 어제는 자해를 했습니다. 평소 자해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런 건 자랑거리인가 왜 자기 몸을 해치지,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자해는 숨구멍 같습니다. 왜인지는 또 모르겠습니다. 그냥 숨이 트이고 살 것 같습니다. 핏기가 올라오고 방울방울 맺히는 걸 보면 그냥 마음이 나아집니다. 중학교 1학년 전 저는 자살할 마음을 먹고 창틀에 걸터앉았습니다. 결국 펑펑 울다가만 내려왔지만 그때 기억이 요즘 다시 선명해집니다. 7월 말 정신과에 다녀왔습니다. 진료를 받았고 질문 하나하나에 기억이 나는 듯 나지 않는 듯 떠오르는 것은 있으나 말이 자꾸 끊겼습니다. 어디 가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아닌데 잘 모르겠다는 말만 듬뿍 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8월 말 검사를 하러 갑니다. 정신과에 다녀온 뒤로 오히려 더 아픈 것 같습니다. 때때로 눈물이 나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생각나는 기억들만 많지 그던 다 지나간 일이고 왜 우는지는 모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며칠 전이라고 운을 띄우며 말을 시작했지만 다시 생각해보 며칠 전도 아닙니다. 7월 후순이었나요. 며칠 전 일인것마냥 생각납니다. 살고 싶지 않습니다. 죽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것은 아니나 그냥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루가 지나도 지난 것 같지 않고 곧 개학을 하는데 학교에 가면 또 이렇게 울며 칼이나 가위를 집어들까봐 무섭습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지칩니다. 성인이 되면, 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또 겁이 납니다. 대학은, 취업은. 모두 지나고 제가 제 행복을 찾을 때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10년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 시간을 온전히 버텨낼 힘이 없습니다. 유서는 이미 썼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서, 사실은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커서 올해까지 살아보려고 합니다. 시험은 모두 치르고. 누군가는 기억해줄수 있게 모두에게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살고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반, 그렇게 하면 생각 없이 창틀 아래로 떨어질수 있겠지 하는 생각 반입니다. 하소연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제게 무언가 한 마디 해주시고 싶다면 부디 소리내어 우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아프고 아려도 웃어보일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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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Lipstick
· 5년 전
힘들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