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거식증세와 우울증을 앓았어요
마음이 아프니 몸은 몸대로 계속 고장나 약을 달고 살고 있고 일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밥이 잘 넘어가지가 않아요..
학생인데 학기 중에 앓느라 학고를 맞게 되었고, 취업 준비도 못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프게 된 원인이 과하게 남을 배려하며 괜찮다 괜찮다, 난 널 이해한다 대인배인척 살아서 병이 낫대요
상대방이 받을 상처 제가 대신 다 아파해주느라 병이 낫대요
근데 이런 아픈 원인을 알면서 아팠어요 .. 왜 아픈지 알면서도 이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살아왔어요. 이러한 삶의 방식을 바꾸는게 더 마음이 아파서요. 내가 조금만 힘들어도, 내가 조금만 더 아파도, 남 배려하면서 남 위해주면서 착하게 정말 착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왔는데 결국 이렇게 비참한 결과만 마주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 이렇게 아프면서 친했던 친구들을 대부분 잃었어요. 친구들이 저에게 상처를 줬어도, 괜찮다 괜찮다 너희들의 속마음은 그러지 않는 것을 난 잘 아니까, 서툴러서 겉표현만 그래서 나한테 상처를 준 거일수도 있으니까 .. 라고 친구들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며 제가 먼저 친구들을 항상 웃으며 챙겨왔어요. 친구들이 제 생일을 까먹어도 생일은 누구나 다 축하받아야할 날이니까 친구들의 생일을 챙겼고, 제가 한창힘들어 밥도 못먹고 잠도 잘 못잘때도 친구가 힘들다 연락오면 힘듦에는 정도가 없으니까 다 들어주고 위로해줬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뒤돌아서면, 친구들의 힘들다는 연락을 받고 뒤돌아서면, 아 나도 너무 힘든데 .. 라는 생각들이 밀려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그렇게 사는 방식을 그만둘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사는 방식을 포기하는게 더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요. 근데 결국 이렇게 아프고나니, 이제서야 저를 알아봐주고 미안했다 눈물흘리며 연락오는 친구들이 도저히 용서가 안돼서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같은 방식으로 가족과도 단절이 됐어요.
상담을 받으며 본인이 변화해야한다, 내 문제다 라는 말을 듣고 내가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내가 왜 변해야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제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틀렸다고, 아니라고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서요.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너무 분해서요. 착하게 살겠다고 선택한 삶이었는데 결국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여태까지 잘 다져온 학업마저 한 번에 무너져내린 것 같았어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어요. 억장이 무너진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깨달았어요. 이렇게 아팠는데도 여태까지 살아온 제 삶의 방식을 이제와 바꾸는 것도 마음이 아파 차라리 죽는 게 낫겟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게 억울함에 뼈무치게 서러워서, 그리고 제가 변화해야한단 말에 또 한번 뼈무치게 서러워서요. 죽고 싶단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내가 죽으면 그래도 날 위로해줬던 친구들이 아파할수도 있으니까 친구들의 중요한 시험날짜가 지나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극단적인 생각까지 닿고 나니, 지금은 진이 다 빠진 상태같아요. 제 안의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것만 같아요. 앞으로 어그러진 제 학업과 취업부터, 여태까지 다져온 제 우정들, 그리고 가족까지 .. 너무 허탈하고 허무하고 절망스러워요. 그리고 겁이 나고 두렵고 또 두려워요. 그런데 이렇게 아프고 있는 와중에도, 또 다시 홀로 조용히 울고 괜찮은 척 하며 버티고 있네요..
제가 변해야한다는 말 대신, 그러니까 왜 그랬나는 말 대신, 정말 잘 살아왔다, 그 동안 너무 수고했다라는 말이 듣고 싶어요. 제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결코 틀린 방식은 아니었다고. 그 또한 살아가는 방식이었다고. 그렇게 살아온 내가 장하다고. 근데 상담을 가도, 친구에게 가도, 이말 하나 듣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것 같아요. 아무도 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변화해야한단 말일뿐..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