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오늘 아침에도 아침 정해진 시간에 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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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mycat2
·7년 전
눈을 떴다. 오늘 아침에도 아침 정해진 시간에 눈을 떴고 일부러 덜 쳐둔 암막커튼 사이로 꽤 좋은 햇살이 스며들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의 조각은 푸르고 맑았지만 역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죽으러 갈까. 언제 죽으러 가지? 머릿속으로 신변정리하는 과정을 버릇처럼 떠올려 봤다. sns계정들을 다 삭제하고 돈이 얼마 없는 ***는 하나로 합쳐서 카드랑 같이 책상 위에 얹어 두기. 컴퓨터에 남은 원고들은 usb에 옮겨서 내가 가지고 가자. 가방에 곱게 싼 악기는 내가 살면서 음악대학 학생이라고 얼마동안 말하게 해 줬지만, 역시 부질없었기에 두고 가자. 팔아서 누구라도 쓸 수 있도록.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휴대폰도 부수고 가지고 나온 usb도 부순 뒤에 길을 떠난다. 스스로의 발로 이 세상을 떠난다. 달콤한 상상이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을 큰 한숨을 토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의무적으로 침대에서 기어나와 커튼을 열었다. 햇살은 역시나 눈부시게 쏟아져내렸고 하늘은 완연한 가을. 22살의 어느 10월 말, 평소와 같은 아침. 기계적으로 아침식사를 꾸역꾸역 하고 옷을 대충 갈아입은 뒤 방금 마음 속으로 이별했던 악기가방을 짊어지고 자취집을 나선다. 죽고 싶다. 이미 반쯤은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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