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기에 정말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러 왔어요.
저는 소위 말하는 모태쏠로에요. 그러던 중 몇 개월 전에 언어교환 어플에서 어떤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화하게 되다가 고백을 받게 됐어요. 솔직히 좀 갑작스러웠기에 전 그 고백을 한달 동안 거절했죠. 그러나 한달이 지나도 계속 저를 좋아한다 말해주는 모습에 반해 사귀기로 했어요. 그렇지만 랜선 연애는 그렇게 쉽지 않았죠. 그녀는 필리핀에 살아요. 그래서 인터넷이 느려 보이스톡도 자주 할 수 없었죠. 거기에 핸드폰 카메라 고장으로 비디오 메시지나 셀카등을 자주 보내줄 수 없다고 했어요. 솔직히 의심은 좀 갔지만 관계를 시작하는 참에 의심으로 시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 말을 믿었죠. 그리고 초기에 보내준 모든 사진들을 구글 이미지로 검색해봤는데 단 한건도 뜨지 않았기도 했구요. 또 10월 말에 한국에 저를 보기 위해서 온다는 말도 했거든요.
그렇게 5개월이 지났어요. 많은 대화를 하다가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훨씬 뜸해졌죠. 저는 그녀의 바쁜 스케쥴을 최대한 이해하려 했어요. 물론 그로 인해 싸운 적도 많았죠. 연애라는 것이 가까운 곳에 살아도 서로 만나 이야기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어쨌든 그래도 저의 첫 연인이고 10월에 만나서 회포를 풀리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9월 말 즈음, 10월 말에 못 올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일에 다른 스케쥴이 생겼다구요. 저는 굉장히 실망했지만 12월에 그녀가 매년 가족모임을 하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 버텨보기로 했어요. 그러다가 10월이 되고, 그 이야기를 하는데 12월에도 못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쯤 되니 저도 의심이 생겼어요. 초기에 보내준 사진 대신 비교적 최근에 보내준 그녀의 사진으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봤는데, 인스타그램 계정이 하나 뜨더라구요. 그녀였어요. 그러나 제 연인인 그녀와는 다른 사람이었죠. 그녀는 한국어를 못한다고 했는데 인스타그램의 그녀는 한국에 살며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했어요. 더구나 오래 된 남자친구도 있었죠. 저는 그때서야 지금까지 속아왔음을 알았어요. '그녀'에게 계속 캐묻자 '그녀'는 결국 그 사진의 인물은 본인이 아니며, 본인에게는 외모컴플렉스가 있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치만 그런건 저에게는 상관이 없었죠. 저는 그녀의 외모에 반해 이 사랑을 시작했던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녀는 저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어 말할 기회를 놓쳤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거짓말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말을 수 차례 했었고, 제가 그녀를 의심하는 낌새라도 느끼면 그녀는 계속 화를 냈었죠. 그녀는 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말도 믿지 못하겠어요. 단순히 그녀의 얼굴만 아니라, 그녀의 이름과 나이, 저와 나누었던 이야기조차도 거짓이 많이 섞여있었거든요. 네 알아요. 굉장히 ***같은 이야기죠.
그렇지만 저는 정말로 그녀를 신뢰했고, 그만큼 사랑했어요. 그녀가 오면 할 일들을 계획했고, 그녀를 위한 선물을 샀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니.
웃긴 건 뭔 지 아세요? 제가 제 여자친구라고 믿어왔던 인스타그램의 그녀를 보며 질투하고 있는 거에요. 웃기죠, 그 사람은 저의 존재조차 모를텐데.
제가 한 건 대체 뭐였을까요? 저는 누구를 사랑했던 걸까요..? 너무 괴롭네요. 3일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은 별 일 아니라 하지만 저에겐 그렇지 않아요.
이제 막 자존감을 회복해간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 막 내 인생도 달라질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늘로 끌려 올라가 줄 없이 추락하고만 있네요. 차라리 시작하지 않았으면, 몰랐으면 덜 아팠을텐데. 이런 외로움도 몰랐을텐데. 가끔은 제가 소시오패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이런 고통 느끼지 않아도 될 텐데.
오늘도 인스타그램의 저를 모르는 그 사람을 보며 괴로워하고 있어요. 애초부터 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아니 어쩌면 사랑같은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같은 이야기 봐주셔서 감사해요. 어딘가에는 적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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