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진료-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쁜 생각이 줄줄이 이어지는 그 관성을 깨버려야 한다고
부정적인 생각이 시작되는 순간 그걸 깨닫고
외출을 하든지 다른 일을 해서 그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고 하셨다
..그동안 가족들 생각에 화가 날 때마다
그걸 잊으려고 강의를 듣거나 노래를 불렀는데
그 생각들은 여전히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던 걸요..?
결국은 울면서 강의를 듣고 울면서 노래를 불러서
나중에는 슬프지 않을 때도 강의를 듣거나 노래를 부를 때
울었던 기억이 떠올라 버리던 걸요..?
제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요..?
전 아직 자유롭게 외출을 할 준비도 안 됐는데
외출을 한다고 나쁜 생각들이 사라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안 들어요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지금도 당장
밖으로 뛰쳐나갔어야 하는 거겠죠..?
가족들 옆에서 힘든 티를 내지 않고 버텨온
내 자신을 대견해 해도 좋다고 하셨다
하지만 티를 안 냈기 때문에 가족들이 내 아픔을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네가 아프면 아픈 거니 그들의 생각은 상관이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했어요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그만 괴롭히라고 외쳤어요
그래서 그 아픔을 무시당하는 느낌을 그저 가볍게 떨쳐낼 수가 없어요
인정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걸요
항상 누군가를 위로하고 얘기를 듣는 입장이 아니라
나도 기대고 싶고 나도 위로받고 싶은 걸요
상황이 어려운 친구가 나를 불러냈다는 얘기에
내가 그들에게는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라고 하셨다
그들도 내가 병원에 다니는 걸 알고
내가 아픈 걸 아는데 과연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저 자기 얘기를 털어 놓고 화를 낼 상대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확신이 서질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