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는 피아노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초등학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고등학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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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유치원 때는 피아노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요리도 하고 싶었고 그림도 그리고 싶었다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프랑스로 유학 가서 요리도 배우고 싶었고 미술가도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도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피아노 배우는 걸 멈추고 싶지 않았다 미국에 다녀왔다 영어? 나쁘지 않았다 이제 알았는데 좋았던 게 아니라 나쁘지 않은 거였다 여기부터 잘못됐는지 모른다 오빠가 영재고를 갔다 이제 사람들이 엄마한테 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뭔가 보여줘야 했다 친구는 내가 떨어질 거라 했다 엄마 아빠는 안 가면 후회할 거라 했다 피아노를 그만뒀다 난 합격했다 고등학교 때는 하고 싶은 게 사라졌다 피아노는 여전히 치고 싶었다 그런데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많았다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수학이 좋아졌다 문제 푸는 과정이 패턴이 눈에 보였고 익숙해지면서 재밌어졌다 수학 학원 선생님은 나한테 못해도 치대는 간다고 했다 이과로 옮기라고 했다 넌 너네 오빠보다 똑똑하고 머리가 좋다고 했다 근데 난 모의고사를 그만큼 못봤다 시험에서도 항상 실수하고 문제가 안 풀릴 때면 답답했다 오빠는 날 무시했다 집에 오는 날이면 멍청하다는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다 오빠는 수학과였다 난 똑똑하지 않은데 왜 나한테 똑똑하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듣기 좋아서 그냥 있었다 고인 물이었다 갈팡질팡하다 결국 그대로 있었다 고3때는 수능으로 성공하고 싶었다 수시로 간다고 학생들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선생님들 꼴도 보기 싫었다 담임선생님은 어렵다고 했다 넌 수시로 훨씬 더 잘 갈 수 있다고 했다 더 잘 간다는 게 뭘까 엄마아빠는 택도 없는 대학에 지원하라고 지나가듯이 말하면서 자꾸 나한테 상처를 줬다 결국 희망대학을 부모님이 인정하는 걸 보는 게 그게 생각보다 힘들더라 수능특강을 몇번이고 봤다 공부하는 건 별로 안 힘들었다 차라리 아무 생각없이 외우고 문제푸는 게 나았다 자소서를 쓸 때는 죽고 싶었다 생기부 활동을 정리할 때도 죽고 싶었다 말 그대로 죽고 싶었다 노래가 들려왔다 힘이 되어주었다 계속 들었다 대학에 다 떨어졌을 땐 담배를 찾았다 담배를 피는 엄마가 눈치챌까봐 겁이 많아 피진 못했다 죽고 싶었다 다 내가 떨어진 걸 아는 것 같았다 재수학원을 알아봤다 재수는 나쁘지 않은데 돈은 어떡하나 죄스러웠다 그러다 올해 초 추합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에 오게 되었다고 기대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와야 하니까 와야 한다고 하니까 왔을 뿐 수업도 듣고 싶던 내용의 수업이 아니다 들어서 괜찮다고 느껴지는 수업도 아니다 사람들도 생각보다 찌질하다 너무 찌질하고 별로다 학교는 또 너무 멀다 사람즐 보는 것도 힘든데 대중교통에서까지 마주치는 게 힘들다 엄마 아빠와 싸우는 시간이 잦아졌다 방은 계속 더러워진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고등학교 때도 안 찌던 살이 쪘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에 취미를 붙일 수가 없다 노래를 생각한다 다시 피아노가 생각난다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3 끝나고 잠깐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 원장님이 피아노로 길 돌리라고 권유하셨을 때 알겠다고 했다면 그 때 현실에 찌든 척 하지 말고 내 맘 가는대로 했다면 어떨까 돈도 많이 벌고 멋있게 살고 싶었다 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난 공무원 시험이나 찾아본다 휴학을 생각한다 자퇴를 생각한다 오빠는 여전히 잘 나간다 난 엄마아빠와 여전히 싸운다 남을 신경쓰고 싶지 않다 죄송한데 짜증난다 살은 또 찐다 그냥 다 그만하고 싶다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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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HO1
· 6년 전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해보고 싶은 걸 한다는게 아주 잘못된걸까 늦은 때 라는 건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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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mpapa
· 6년 전
저랑 너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인생길을 살아오셨네요.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지금 당신과 같은 상태예요.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고, 좋아하는게 분명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내가 그것들을 하고 있지도, 한다해도 잘 할 자신도 없고. 저는 일단 휴학을 했어요. 벌써 반년쯤 지나는데 사실 아무것도 이룬건 없어요. 휴학을 하니 학교로 돌아가기 더 싫어서 자퇴도 하고 싶고 그러네요. 나도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뭐든 시도할 수 있을때 뭐라도 해봐요. 놓았던 피아노던, 새로운 무엇이건. 적어도 아쉬움과 미련으로 똘똘뭉친 후회는 남지 않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