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요. 아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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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allvain
·5년 전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요.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 주변 사람들 곁엔 누군가 있거나 지켜야하고 돌봐야 할 무엇인가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더 외로운 것 같아요. 힘들다 말하고 싶고 같이 있어 달라고, 지켜봐 달라고 하고싶어도 다들 누군가가 있으니까.. 저를 만날때면 제 얘기를 묻는 건 아주 잠깐이에요.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래? 많이 힘든거야? 그렇게 물어도 막상 제가 얘기를 시작하면 다들 똑같아요. 지루해하며 폰을 보거나 언제 제 얘기가 끝나지 하며 기다리다 항상 제 곁에 있던 사람과의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을 말하기에 급급해요. 처음에 저는 그래..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그만큼 맞춰가야하고 배려해줘야하니까 내가 모르는 그 사람의 또 다른 힘듦이 있는거지 라는 생각에 얘기를 들어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게 반복되다보니 어느순간 힘들다는 그 얘기가 저를 더 외롭게하더라구요. 그러다 제가 너무 지쳐서 이제 다 그만하고 싶다고 좀 강하게 힘들다고 얘기를 할때면 다들 제가 잘못됬데요. 제가 너무 생각이 많은거고 너무 소심해서 그런거래요. 제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아니 처음부터 다 그렇게 맞추어주지않았다면 니가 그렇게 ***취급받지 않았을거래요. 근데요..그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요. 처음이잖아요. 어떻게 처음만난 사이에 맞추지않고 내 고집대로 밀고나가요? 무조건 내 말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제 입장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상대방 생각도 해줄 수 있는거잖아요. 가끔은..그래 힘드시니까 이정도쯤은 내가 내 선에서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 그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거 잖아요. 전 그런 생각으로 그랬던건데..이런 제가 잘못되었데요. 제가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상처받았을리가 없데요. 왜 제 잘못이죠? 상대의 배려를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잘못아닌가요? 이제는 혼자가 좋아요. 직원식당보다 편의점 라면이 편하고 다같이 사무실에서 과자를 먹는거보다 혼자 직장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눈감고 바람쐬는게 편하고 사람이 많은 퇴근버스보다 직장근처 골목골목 노래를 들으며 걸어다니다 40분 뒤에오는 버스 맨 뒷좌석에 혼자 앉아 퇴근하곤해요. 그래도 아무도 없는 집은 싫어요. 지하노래방냄새나는 원룸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불꺼진 방에 들어가는 것도 그러다 보니 버스에서 내리면 집까지 걸어서 5분이면 가던 거리를 요즘은 1시간 넘게 여기저기 다니는 것 같아요. 이젠 제 어떤 생각도 그 누구에게 말하고 싶지않아요. 이런 식으로 말고는. 그냥.. 너무 답답한데 정리는 안되서 누군가에게든 제가 이런 마음이라고 제발 알아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하고싶어서 써봤어요.
댓글 6가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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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el927
· 5년 전
힘드셨겠네요... 상대의 배려를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저도 정말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끊임없이 상대를 배려해 왔던 거네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혼자있는 느낌, 혹은 혼자 있고 싶은 느낌. 위로가 필요한 때에 아무도 봐주지 않아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제가 글쓴이님을 잘 이해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답답하고, 쓸쓸하신건지는 알것 같네요:) 저라도 괜찮으시면 얘기를 들어드릴게요. 확실한 위로가 되지 못하는 말만 하는 저라도 정말 아무한테도 못 털어놓겠다 하는 고민들을 들어드릴 순 있어요. 이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일 힘든 시기에 위로를 받았던 저이기에, 당신에게도 아주 약간의 따듯함을 드리고 싶어요.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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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el927
· 5년 전
전에 당신의 댓글을 본적 있었어요. 이렇게 따듯한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구나, 대단하다. 생각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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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vain (글쓴이)
· 5년 전
@kadel927 감사해요. 사실 어릴때 저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누구보다 밝고 착하고 뭐그런.. 근데 지금은 전혀 모르겠어요. 제 위치도 필요성도 정체성도 하다못해 제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 행동 모든 것들이 이제는 다 옳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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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el927
· 5년 전
그러셨었군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죠 힘드시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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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vain (글쓴이)
· 5년 전
@kadel927 의료계통에 일하면서 심링상담계통에 종사하고있는 친한 간호사 언니에게 가끔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때 처음 얘기를 나눌때 언니가 그 얘기를 했어요. 넌 잘들어주고 잘 말하는데 열지않구나. 라구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요즘은 알것같더라구요. 무슨말인지..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냥 전 아직 받아본 적이 없어서 주는 게 너무 편해서 그런지 오히려 남의 고민이 제 고민보다 더 와닿을 때가 많아요. 그게 이 어플을 사용하면서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칭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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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el927
· 5년 전
제가 도움 되드린 것도 없는데 뭘요ㅠㅠ 글쓴이님은 저랑 좀 비슷한 성향이신것 같네요 ㅎㅎ 글쓴이님 고민 들으면서 저도 왠지모르게 마음이 개운해졌습니다. 묘한 부분에서 힐링 하고 가네요! 부디 원하는 답변을 얻으시고 잘 해결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