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하숙집 아주머니께 프랑스에 살면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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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한 하숙집 아주머니께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식 사고를 가졌다고 변명하지 마세요. 당신만 프랑스 살고 있는 거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다른 이곳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가요. 당신은 못된 거 같아요. 모든 문제에 대한 핑계는 프랑스에 오래 거주했기 때문이죠? 이해 못하는 변명은 아니지만 비겁해요 당신. 당신 집의 회색빛 고양이 한 번 봐줄래요? 어느 날, 당신 집에 놀러간 날, 난 당신의 고양이에게 밥을 줬어요. 당신이 컵에 표기한 용량대로 당신이 일러둔 시간에 줬죠. 그 고양이는 프랑스 가정에서 주로 키우는 고양이. 저, 그 고양이를 당신보다 아껴주고 있어요. 그런데 사료를 주던 그 날, 그 아이가 밥을 쫓겨서 먹는 걸 봤어요. 안쓰러웠죠. 옆의 덩치가 큰 고양이가 밥 먹는 속도에 쫓기는,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님을 직감했죠. 밥을 먹는 그 아이의 눈빛을 당신이 봤어야 해요. 아마 당신은 이미 알고도 외면해 왔겠지만요. "원래 쟤는 천천히 조금씩 먹는 고양이였어요. 그런데 엄마가 옆 고양이와 같이 먹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렇게 고양이는 길들여 놔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빨리 먹게 시켰어요. 다 안먹으면 문을 닫아버렸어요." 이런 일이 흔한 일인 듯 당신 딸은 내게 차분하고 덤덤하게 말했어요. 나는 상상해요. 이제부터 당신에게 그 아이처럼 그 아이가 원하지 않는 그 시스템을 당신에게 적용해보고 싶어요. 난 당신에게 한끼만 줄거에요. 그리고 지나치게 많이 줄 거에요. 그걸 어떻게 먹을지는 당신이 판단하세요. 다 먹기 전에는 당신을 감금시킬 테니까 알아서해요. 그리고 하나 말해 줄게요. 프랑스식 사고니 뭐니 말하면 걷어 찰거에요. 당신이 하는 것처럼 차갑게요. 그리고 속삭여 줄게요. 당신 딸 한 번 보라고. 당신 딸은 당신에게 지쳐버렸어요. 동시에 당신을 닮았어요. 만족하시겠죠? 이 모든 게 당신의 방식이에요. 분명히 말해둘 게요. 이제 난 프랑스가 지긋지긋해요. 파리에 어딜 가도 있는 관광객 마저 싫다고요. 그러니까 프랑스에 대한 특별한 호감, 그딴 건 없어요. 그래도 말이죠. 이제 '어려서 프랑스 와서 중장년이 되어버린 것'을 당신의 문제의 실마리로 삼지 말아요. 그건 비겁한 거에요. 나는 이제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대화가 필요한 당신 딸과 사랑이 필요한 당신 고양이를 바라볼 거에요. 당신 딸이 생각보다 웃음이 많다는 거. 그 고양이의 배에 흰 털이 나있는 거 당신은 모르겠죠. 왜냐면 당신은 당신의 아둔한 방식으로 딸을 사랑하고 고양이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그들을 소유했다 여기니까. 모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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