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편, 가족이 문제일까?집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조울증|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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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annoying79
·6년 전
후편, 가족이 문제일까?집이 문제일까? 내가 문제일까? 조금 들뜬 마음으로 집에 먹을 걸 사들고 온다.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며 집문을 연다. 문을 열자 시큼한 냄새가 집에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고 빨리 환기를 한다. 원인은 신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이다. 니들 뱃속으로 들어갈건데 뭐 난리냐고 한다. 집 사람들은 춥다고 아우성친다. 빨리 문을 닫으라고 난리친다. 사온 먹을 걸 나눠준다. '사람이 몇 명인데 고고 째께 사갖고 와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거냐' 사온 나는 얼마 먹지도 않고 다 줬는데 밑빠진 독에 물붓는다는 느낌이 이걸까? 계속 입맛만 베렸다고 한다. 자꾸만 내게 손을 내민다. 없다.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드를 하나 던지며 빵이나 사오라고 난리다. 니들이 먹을거잖아. 내빵사와 빵!! 괜히 집이 답답해서 복도로 나와 창문을 연다. 차가운 공기를 얼굴로 맞으며 노래를 불렀다. '내리는 눈도 맞고싶어. 소리쳐 노래 하고 싶어. 이제 태엽이 풀리면 힘없이 멈춰서지. 가엾은 내영혼. 차가운 이 길위에서' 그리고 밥때가되어 엄마가 밥을 준비한다. 상을 펴는 엄마가 문득 안쓰럽다. 매일집에만 있으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도 집이 답답한데. 복도에 나가도 집앞 놀이터를 가도 공원을 가도 뒷산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고 답답하다. 왜 여지껏 이집이 이렇게 작은 줄 몰랐을까. 그래서 넌지시 만약에라는 밑밥을 깔고 그쪽 동네 탁트인 공원앞 아파트를 얘기한다. 분명 우리형편에 그런데를 가겠냐. 느그 아빠를 봐라 느그아빠가 잘도 가겄다. 등 별별 얘기가 다 들려올 거 같아 불안함에 만약에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그리고 불평이 시작되었다. '여기는 왜 홈플러스같은 큰 마트가 다 멀리있을까. 그러고보면 여기도 참 갈데가 없어 갈데가.' '우리가 그런데 사는 거지. 거기 옆에 사는 사람들은 완전가까워' 멋쩍게 웃으며 불평을 이어간다. '아니 부산을 가봐라. 거기 시내가면 대학생도 많고 사람도 많고 ....' '우리 그러면 부산에 갈까?' '야. 우리가 돈이 어디있냐. 그것도 두 손 가득 들고 가야지' '꼭 그래야만해? 몸만 있으면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거 아냐?' '차비도 없으면서. 차비는 있냐?' '언니. 그러고 보면 여기는 참이상하다. 그 톨게이트 있잖아' 또 다른 가족이 이야기한다. '거기에는 참 살기 좋은 도시, 잘 키워주는 도시 하는데 막상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 '무슨소리야~ 여기도 세금 써! 도서관만 봐도 그래 여기에 도서관도 하나 더 생긴데!' '그럼 뭐해 쓰지를 않는데!' '그럼 쓰면되잖아..' 계속 대꾸를 하며 내안의 뭔가가 빠르게 식어가는 걸느꼈다. 집안에 아주 무거운 공기가 감돈다는 것을 알았다. 무언가 막을 하려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말을 말았다. 아. 나는 조울증인건가. 우울증의 초기인가? 마치 토하기 전의 뱃속처럼, 집안에 뜨뜻하지만 거북한 공기가 감도는 걸 느꼈다.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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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lee20180106
· 6년 전
사람은 원하는 대로 살지 못 하는 걸 외면할 때가 많죠. 가족들이 그 상태같기도 한데,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원하는 것보다, 살면서 나름의 적응으로 행복을 찾는 만큼 많이 비난하긴 어렵겠네요. 그리고 집이랑 좀 안 맞는 성향 있긴 한 것 같은데, 어지간하면 독립하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피 터지게 싸워서, 쟨 좀 다르네, 소리 듣던가요. 각자 장단점이 있어요. 다르네 소리 들으면 계속 가족이랑 소통은 되는데, 매번 싸우면서 감정소모 되고, 독립해서 그냥 회피하면 영원히 서로 이해하기 힘들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