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늘부터 가족 한 명 한명에게 편지를 써볼게요.
그럼 용서가 쉬워질까. 혼자라도 털어내 볼게.
엄마 얼마전 했던 검사에서 제가 엄마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걸로 나왔던거 엄마 모르죠?
나조차도 몰랐는데, 확실히 상담사님께 제가 엄마랑 아빠얘기만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계속 눈물만 나와서 울다가 끝났어요.
나는 엄마에게 뭐가 그렇게 상처를 많이 받은 걸까요?
너무 오랜 시간 축적되서 이제 기억도 안나나봐. 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써볼게요. 참고로 나는 여기에 엄마가 숨기고 싶어하는 부분까지 다쓸거에요. 그대신 익명으로 쓸게요. 엄마인줄 모르게. 나인줄 모르게. 대신 여기서 글을 계속 읽을 사람은 나인지 알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모르니까 봐주세요. 엄마 나는 엄마얘기를 꼭해야겠어요. 네 욕은 나중에 먹을게요. 엄마 엄마는 중졸이죠. 60년대 어릴때부터 빨래터에 ***동냥에 초등학교조차 잘 나가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대신 일터로 뛰어들어 10년간 신발공장 베공장을 전전하며 일만했다고 했어요. 그나마도 초기에는 집에다 돈을 주어 돈을 잘 모으지 못했다고 했죠.
그래서 부산으로 가서 일을 했다죠? 그리고 힘들어서 10년만에 쉬고왔더니 할머니가 덜컥 선자리를 마련해놨고, 엄마는 큰고모에 떠밀려 결혼을 하게 됬다고 했어요. 그시대에 남자집에서 자고와야되는 상황이면, 그렇고 그렇다고 소문난다면서요? 나한테는 고조선 같지만요. 그래도 어찌어찌 결혼해서 살았지만, 아빠는 돈이 없었고, 정신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의지하는 미숙한 막내아들이었어요.
할아버지에게 돈이있다고 들은 엄마는 기가 찼다했죠 모두 거짓말이었으니까. 게다가 IMF에 갈곳없는 우리는 할아버지집에 얹혀 살았죠. 그나마도 아빠가 그 집의 절반을 보탰다면서요.
쨌든 거기서 여차저차 사는데, 시댁이 쉽겠어요? 부부싸움하면 쪼르르 부모님께 이르는 아빠때문에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기저귀도 못사니 매일 손빨래에 때되면 시부모님 차림상에, 이모할머님들 놀러오시면 수발에. 저라도 힘들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손찌검도 하셨다 했고.
힘들었던 엄마가 우리를 두고 도망나온 적도 있다고 했죠. 제 상황이었다고 해도 정말 도망치고 싶었을 거에요. 네 그리고 제가 4살때 우린 이동네에 왔어요.
제 기억으론 여기로 왔어도 엄마아빠 싸움은 여전했어요. 주말부부에다 아빠는 잘시간에 왔기때문에 우리랑은 거의 교류가 없었죠. 그래도 기억으로는 어릴 땐 1년에 1~2번 정도 어린이날과 여름휴가는 갔던거 같은데. 쨌든 여기선 엄마 얘기만 할게요.
아 그리고 엄마 제가 학교에서 무슨 내면아이 치유 치료를 했는데, 제가 그 때 울었거든요. 왜냐면 그 기억속에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아빠랑 싸우고 아빠가 나갔는데 엄마가 울었어요. 소리도 안내고 무섭게 눈을 뜨고 울고있었어요. 아마 난 그때 놀라서 울지 못했나봐요.
그리고 엄마가 우는 모습도 충격이었나.. 쨌든 그 기억이 있고.
음.. 또 뭐가있을까. 아 그리고 어렸을때 3자매다 보니 엄청싸웠죠. 너무 싸워서 언젠가 엄마가 옷을 다꺼내면서 '나 집나가버릴까?' 나가버려?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아마 진짜 무서웠죠.
그리고 음.. 암튼.
그리고 기억에 제가 엄마에 대한 애착 ? 애정결핍? 이게 강했나봐요.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엄마옆에서 자고 싶어했으니까. 그뒤론 동생이 생겨서 ㅎㅎ
그리고 이제 저희의 큰 트러블! 고등학교 시기가 오죠. 중학교때도 많이 싸웠지만 엄마랑 그런건 별로 기억이 안나네요. 고등학교때 제가 자퇴하고 싶어했잖아요. 엄마 엄청 반대했고, 저는 3년내 먹을걸로 스트레스 풀다가 살찌고 아직도 못빼고 있네요.
그것도 뭐 이제 다 지나갔고. 이때 동생도 아마 기숙사문제로 막 힘들어했는데, 이 때 엄마 저희 원망했죠? 말끝마다 '다른 집은 안그러는데 너네들은 유별나게 왜그러냐?'였잖아요.
아 글고 이건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일단 생각났으니 말해야되겠어요. 엄마 이모들이랑 통화할 때 다른애들은 안그러는데, ㅇㅇ이는 욕심이 너무 많아. 그래서 우리형편에 다 못해주는 게 너무 미안해. 그게 마음이 쓰여. 라고 통화하잖아요.
그마음 알아요. 엄마 조그만 돈이라도 생기면 나 공부하는데 보태써라고 하잖아요. 고맙긴 고마운데 내가 쓰레긴가 봐요. 나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쓰겠어요. 그냥 부모님 다쓰셨으면 좋겠어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저 혼자 하구요.
제가 바라는 거 그런 거 아니에요. 엄마 맨날 너는 나한테 뭘 바라냐? 하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누누히 말씀드리죠. 저는 엄마가 엄마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엄마는 내가 원하는 거 니가 다 해줄거냐? 돈있냐? 그러셨죠.. 네 저 돈없어요 지금당장.
그리고 사실 엄마가 바라는거 들어주려면 앞으로 10년정도는 벌어야할텐데, 그러게 제가 능력도 없으면서 감히 그런말을 했네요 제가.
그래도 나는 엄마가 엄마인생 좀 살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맨날 아빠가 돈을 안준다. 니 아빠가 돈을 다 써버린다. 나는 여태껏 나한테 돈쓴 적없다. 다 너희들 앞으로 들어간거다. 휴... 미안해요. 빨리 독립할게요.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최대한 빨리 독립해서 손 안벌릴게요.
근데 내가 자꾸 그얘기를 하는 건, 엄마가.. 지금 엄마가 사는 모습이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내가 주제넘은 걸지도 모르지만.. 아 모르겠어요. 사실 엄마랑 관계는 포기하는게 제일 빠른것 같아요.
사실 엄마의 문제는 시댁부터 (일단 할아버지를 용서못하고있죠) 아빠, 시댁 가족 전체에 걸쳐있어요. 너무 크고 내가 손댈수 없죠. 내 영역이 아니란 뜻입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아요
.거기에 우리들 문제까지.
내가 손댈수 없어요. 어떡하죠. 어떡하면좋죠? 의사라도 찾아가봐야 하나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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