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까지 부모님 동의를 받아 내야하는 안내장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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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월요일까지 부모님 동의를 받아 내야하는 안내장이 있습니다. 나는 늘 이런걸 까먹고 당일날에 엄마에게 말해 항상 잔소리를 듣고는 했습니다. 왜 이제야 가져오냐고, 하루종일 뭐하다가 지금 가져와서 뭐 어쩌라고..맞는 말이죠. 제가 백번 잘못한게 맞기 때문에 전 변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소리를 안들으려고 메모에 알람에..온갖 준비를 다 했습니다. 금요일. 금요일은 너무 이르다고 느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엄마도 이런걸 까먹거든요. 금요일에 준다고 금요일에 바로 해서 주는게 아니라, 미루고 미루다 주더라고요. 가끔 잊어버리고 안주기도 하고..그래서 토요일날에 말해야지 결심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엄마는 출근하고 없었어요. 저녁에 퇴근하니 그때 줘야지 생각했습니다. 근데 엄마는 퇴근하고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제가 잠든 후에야 집에 들어왔죠. 일요일. 솔직히 일요일 아침도 너무 이른것 같았습니다. 지금 말해봤자 또 까먹지 않을까...그래서 정오에 다시 안방에 들어갔습니다. 자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녁식사 후에 말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저녁식사를 하려고 하니 밥상에 술이 있더군요. 술을 먹으려고 하는구나. 엄마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무리 열심히 말해봤자 다 잊어버릴것 같아 급하게 안내장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또 엄마가 화를 냈습니다. 왜 이제야 가져오냐고, 주말 내내 뭐하다가 지금 난리냐고, 넌 왜 늘 이모양이냐고...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렇게 늦은것도 아니고, 엄마가 그놈의 술만 안먹었어도 어제 당장 할 수 있었다고..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엄마한테 일찍 말해봤자 또 까먹었을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꿔서 맞춰놓은 알람이 초라해보였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식사 내내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도 아무말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생각을 할 지 뻔했습니다. *** 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삐졌다고. 저녁식사를 하고 식탁에는 엄마와 아빠밖에 안남았습니다. 둘이서 술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에 갔다가 방으로 돌아갔는데, 언니가 통화중이라며 안방에 가 있으라더군요. 그래서 안방에 갔습니다. 한참 뒤, 술을 다 마셨는지 상 치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누가 방문을 열었다가 금방 닫았습니다. 엄마였나봅니다. 이제 전 꼴도 보기 싫었나봐요. 엄마방이니 내가 나가야지 싶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절 쳐다***도 않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언니가 아직 통화중인것 같아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안방에서 아빠와 대화하던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이야기였습니다. " 아니, 밥상 준비한다고 바빠죽겠는데 안내장 들고오면서 쳐 한다는 소리가 내일 보여주려다가 지금 보여준다~ 웃기고있네. 내일 출근준비하느라 바쁠텐데 그거 하고 앉을 시간이 어딨냐고. 그렇게 말했더니 쳐 삐져가지고 숟가락 던지고 난리더라. 그년 성격 참...지겹다 이제. " 이거 듣고 진짜 눈물이 주체가 안됐습니다. '내일 보여주려다가 지금 보여주는거야!' 제가 한 말이 맞습니다만, 장난이었어요. 전 평소에도 분위기를 띄우려고 실없는 소리를 많이 하곤 했거든요. 엄마가 그걸 듣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게 서러웠습니다. 그리고, 전 숟가락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화가나서 수저통을 살짝 소리나게 내려놓은건 사실이지만 결코 던지지는 않았거든요. 엄마가 전부 내 잘못이라는듯이 부풀려 말하는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나는 엄마 신경에 안거슬리려고 변하려고 노력했는데...결국 또 이렇게 되버린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엄마가 마지막에 지겹다라고 한건 진짜 심장이 멈추는것 같았어요. 내가 그렇게 잘못한건가 싶고..난 대체 어떻게 해야했을까 싶고... 난 일주일에 엄마 얼굴 보는게 30분도 안되니까...이번에도 내가 먼저 사과해야지. 내일부터는 또 엄마얼굴 보기 힘드니까 지금 화해하고 잘자라고 인사해야지. 엄마가 안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전 이런생각을 했어요. 또 ***같이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해야겠다고...근데 엄마는 내 얼굴도 *** 않고 문을 닫아버렸고. 난 불꺼진 거실 소파에 쭈그려서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버렸고.. 평소였다면 난 또 모른척 내일 엄마한테 치대면서 사과했을거에요. 근데 지금...난 너무 상처받았거든요...지금도 계속 눈물이 나는데 기댈사람도 없다는게 너무 끔찍해요. 차라리 죽었으면, 내가 죽어버려서 엄마가 조금이라도 후회했으면...내가 이해하고, 반성하고, 노력해야되는지. 모르겠어요...자식이 부모 가슴에 못을 박으면 불효죠? 부모가 자식 가슴에 못박으면서 찢어갈기면 뭐라고 불러요? 아무리 엄마를 이해해보려고 해도...너무 실망했어요. 어떤 기대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내가 죽을 각오를 하며 지켜주고 싶었던, 그렇게 사랑했던 엄마인데..기쁘게 해주겠다고 죽을둥 살둥 공부해서 성적표 보여줬던 사람인데..돈 많이 벌어 하고싶은거 다 해주려고 했던 사람인데...엄마가 하는 일이라면 모두 이해하며 감싸주려고 했던 나인데...엄마는 지겹다고 하네요. 내가...못난 자식이라서 지겹다는 걸까요. 나는..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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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dberre
· 8년 전
보는 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직접 들은 본인은 더 힘들 것 같아요. (토닥토닥) 엄마를 위해 열심히 한건데, 나름 신경쓴건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건 속상한 일이죠ㅠㅠ 아마 서로 감정의 골이 어느샌가 깊어진 게 아닐까요? 가족이라고 해서 전부 딱딱 맞는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못나서 지겨운 게 아니에요. 서로 맞지 않았던 것 뿐이에요. 차분히 웃음기 빼고 대화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