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어디서 본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려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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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어디서 본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려면 과거를 잘 정리해야한다는 말. 그 말이 무척 감명 깊었다. 원체 게으르게 살아왔던 터라 정리를 하자니 쉽지 않았다. 당장 방, 주방, 구체적으로 말하자니 쪽팔리기 그지 없다. 그정도로 엉망이기 때문에. 게으름은 우리 가족의 종특이자, 대대손손 현재에서 도망치기 위한 지름길이자 도피의 행동이었다. 더 위의 조상은 모르지만 내가 봐온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는 그래왔다. 그래서 뭐든 버리기로 결심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사람 정리였다. 당장 죽을 사람 처럼 연락하지 않는 이들의 연락처를 지웠다. 언제부터인가 예의상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그 사람들 앞에서 수줍게 번호를 저장하곤 했는데,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전 직장에 있던 사람들,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모두 지웠다. 1년 넘게 연락한 번 없는 사람들, 나를 필요할 때만 찾는 이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는것도 신경쓰여서 친구도 다 삭제해버렸다. 그랬더니 맘이 편안해졌다. 그 뒤로는 그들의 인생 하이라이트와 내 평범한 인생을 비교하는 일이 없어졌다. sns도 탈퇴했다. 단순히 sns에 시간을 많이 낭비하거나 다른 이들의 인생을 보고 열등감이 느껴져서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들처럼 잘나보이고 싶어서 멋진 사진만 올리고 싶어하는 내 허영심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서로 잘나올 셀카나 먹거리를 찍고 있으니 자괴감이 들더라. 그리고 전애인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sns를 탈퇴하니 누구에게 보여줘야할 멋진 삶을 살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음식 사진을 찍지 않는 대신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고 집중하려고 노력하였고, 누구에게 보여줄 멋진 사진 대신 보면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사진들을 찍게 되었다. 덕분에 셀카도 잘 찍지 않게 되었다. sns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기념비적인 사진들은 전부 내가 먼 훗날 보고 웃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남들이 날 보고 부러워할 예뻐할만한 사진들이어서 소중한 느낌이 들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그 고민도 해결되었다. 그리고 전 애인의 인생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박차를 더해서 미련을 버리고 있던 전애인의 사진들과 그에게서 받은 선물들을 몽땅 버렸다. 차마 버리지 못해서 상자안에 나몰라라 모아두고 있었는데, 그의 인생에서 멀어지니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에 관한 것을 전부 정리하니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 전 같으면 그가 주었던 물건을 보며 그와 행복했던 추억, 사랑받았던 나를 떠올리며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원망했겠지만, 기억의 매개체가 사라지니 그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전 애인의 물건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모든 것을 정리하였다. 버리기 어려운 것을 처음에 버리니 그 다음은 정말 쉬웠다. 앞으로도 계속 과거의 것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가 곧 죽을 사람처럼 군다고 했지만,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않는다. 정리를 한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한 덕분에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물건들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생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리할 것들이 산더미같지만 정리할 생각만 하면 괜히 즐겁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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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llbound
· 8년 전
simple is best. good jo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