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지 않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하루하루 인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스트레스|정신과]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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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죽고싶지 않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하루하루 인생이 즐겁고 아름다워보일까요. 나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곤 한 번도 믿지 않았고 오히려 보다 사실적인 정보를 빨리 습득해 시신이 분해되어 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죽음이라는 선택지는 언제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래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서른 전에 죽는 게 좋죠. 인생은 너무 길면 힘드니까. 유치원의 수업시간에 도망쳐나와 볼풀장의 볼풀들 아래 가라앉은 채 영원히 여기 있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끄러운 사람들도 강요하는 사람들도 없는 조용한 곳. 이따금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가 배경처럼 깔리는 장소. 여기서 이대로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서 나눠 준 종이의 인생그래프는 항상 중간에서 뚝 끊겼습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다시 그리라고 했습니다. 다시 그렸나, 안 그렸나, 기억은 안 납니다.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고성으로 싸웠습니다. 저는 캄캄한 방에 누워 천장에 붙은 야광별을 올려다보다 와장창 소리가 날 때마다 눈을 끔벅거렸습니다. 한참을 그러다 조용해지면 문득 이대로 침대 밑으로 가라앉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따금 조용한 날이면 허한 마음에 몸을 뒤척였습니다. 저는 조용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발소리 없이 걸어다니는 게 당연하고 목소리가 작고 의사표현이 소극적인 아이. 수업시간에 읽기책을 읽으라 ***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입술을 떼지 못하는 아이. 첫 날 선생님이 저 애는 ***니, 라고 물으면 모든 반 아이들이 쟤는 원래 그래요! 답하는 소리를 들으며 모든 반의 구성원이 말 없는 내게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아이. 말하지 않는 만큼 뭐든 강박적으로 읽어대느라 가족보다 도서관 사서의 얼굴을 더 자주 보고, 수업시간에 책을 읽다 들켜 선생이 읽던 책으로 머리를 찍어내려도 입을 열 줄 모르는 아이. 부모님은 그래도 책은 잘 읽는다며 제 자식이 잘 크고 있다고 확신했고, 선생님은 섣불리 손대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만은 제 기능을 못 하는 학교에서 조용히 자랐습니다. 제 밤은 여전히 고성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어느 날 하나씩 하나씩 뜯어낸 탓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큰 야광별을 올려다보다 훅 한숨을 쉬었습니다. 지겹다 지겨워. 팔로 귀를 틀어막고 몸을 돌렸습니다. 싸우는 소리가 작게 깔리자 눈물이 났습니다. 그 때도 죽고 싶었습니다. 다 죽이고 죽고 싶었습니다. 부엌으로 가 칼을 빼들고 휘둘러 다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으면 조용할텐데요. 중고등학교 때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죽여버리고 싶었던 것과 죽고 싶었던 것,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죽은 듯 잠만 잤던 것. 이십사 시간 중 이십 시간을 잤습니다. 선생님들은 대개 무시하거나 화를 냈습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병이 있거나 몸이 아픈 게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훅 뛰어 스물이 되던 해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죽여버리고 싶던 사람이 죽었습니다. 나만 죽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틈만 나면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숨만 쉬었습니다. 상속포기신청 때문에 법원으로 가는 길 얕은 오르막에도 숨이 찼습니다. 낮에 법원이든 동사무소든 한 군데를 갔다오면 들어와서 씻고 누워 숨죽여 울었습니다. 울다가 잠들었고 깨면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잤습니다. 이대로 죽어 스러졌으면 원이 없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끝 하나 움직이기가 힘들어 숨만 쉬었습니다. 이듬해 어찌어찌 기어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눈치가 보였습니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매일 울고 매일 스트레스받고 정신과를 가고 싶은데 거긴 상담도 해준다던데 돈이 없어서 죽은 듯 잤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죽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린 지 이 년이 지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겨버리는 일도 저한테는 그대로 스트레스가 됩니다. 지나가는 말 한 마디 표정 손짓 모든 게 한순간에 저를 죽고싶게 만듭니다. 그렇게 쌓이다 뻥 터지면 사람들이 저를 떠나고 떠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죽고싶게 만듭니다. 지금, 저는 지금도 죽고 싶습니다. 죽고싶지 않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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