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가르치던 애가 있었다.
손버릇 나쁘기로 유명했던 모양이다.
당시의 난 일을 갓 시작한 새내기였고, 학생한테 필터 씌워서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종종 센터로 연락이 오곤 했지만 그렇게 심각한 일로 받아들이진 않았었다.
한 번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반성한다고 하길래 정말 반성한 줄만 알았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나고, 선생님들 방에서 뭔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금, 상품권, USB, 작은 피규어나 충전기...등등 자잘한 것들이 자꾸 없어진다더라
다들 학생 중에 한 명이 했겠거니는 했지만 함부로 아이를 의심한다며 학부모들로부터 연락이 오는 게 두려워, 그냥 넘어가고만 있었다.
결국 원장님이 자물쇠 달린 사물함을 주문했고, 물건이 없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잠잠해졌다.
그리고 한달 정도가 지나고, 일이 터졌다.
상담을 온 학부모가 가방에 있던 50만원이 든 현금 봉투가 없어졌다고 했다.
심각한 일이었기에 센터 아이들을 모두 대기***고 아이들 부모님에게 먼저 연락하여 양해를 구한 후, 가방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아이들 중 '그 아이'는 유난히 전전긍긍하며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계속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얼굴색이 너무 나빠서 남자 선생님 한분이 같이 화장실로 아이를 데려갔다.
화장실은 센터 출입구 근처에 있었고, 아이는 자기 신발을 잡아채더니 맨발 그대로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같이 갔던 선생님은 신발을 신느라고 아이를 놓쳐버렸댄다.
나를 포함한 선생님 3명이 아이를 찾으러 흩어졌고, 아이는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붙들린 채 발견되었다.
나가자마자 아이는 도망은 커녕 여유롭게 돈부터 써보려고 한 모양이었다.
알바생 눈에는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아이가 과자며 장난감을 잔뜩 들고와선 계산은 두툼한 돈봉투에서 꺼낸 돈으로 하려고 하는 모습이 당연히 의심스러웠겠지.
아이가 잡혀오고 아이 부모가 불려오고 돈을 도둑맞은 학부모가 왔고
아이는 센터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그렇게 일은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작년의 이야기..
길을 가던 도중, '그 아이'를 만났다.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나름 반가워서 근처 카페로 같이 들어갔다.
아이는 여전히 식탐이 많아, 핫초코에 쿠키는 다섯개나 집어들고, 옆에 파는 초콜릿을 고르며 케이크까지 사달라고 조르더라.
핫초코와 쿠키, 초콜릿을 하나 씩만 사주었더니 삐져서는 부루퉁해진다.
잠깐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내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꺼내 받아보니 상담에 대한 내용이라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잠깐 일어나서 카페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아이는 카페 밖을 달려나가고 있었다.
급하게 자리로 돌아가니, 지갑이 없다.
아이를 따라잡기는 늦었기에 아이 부모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그날 저녁, 아이는 부모에게 붙들려왔고, 아이는 내 지갑은 이미 버려버렸다고 말했다.
안에 있던 현금만 꺼내어 쓰고 지갑은 길바닥에 던져버린 모양이었다.
아이 부모님은 내게 죄송하다 말할 뿐이었고, 아이의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음을 아는 나는 그냥 용서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지적장애 3급이었던 탓에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경찰이고 학교 연락이고 뭐고 아무 조취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그 이후는 뭐, 결국 지갑은 돌아오지 않았고, 카드며 뭐며 재발급 하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다시 아이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학교에선 다른 아이들의 돈과 물건을 훔치고,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눈을 피해 포장을 뜯어낸 장난감과 과자를 훔치는 등
큰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기에, 그 아이는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 같더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답답함에 어젯밤은 잠을 설치고 말았다.
아이는 점점 더 대담해질테고, 어른이 되고 나면 부모조차 손쓸 수가 없게 되겠지
이걸 알면서도 손놓고 볼 수 밖에 없으니
답답함에 익명 게시판에 글이라도 남겨본다.
사건의 시간도 공간도 약간 비틀었으니 나도 그 아이도 누구인지 쉽게 특정되진 않겠지...